| IBS뉴스 강진서 기자 제주도 탐방, 제주도 한 달 여행기는 제목에 맞게 한 달에 걸쳐 주별로 글을 쓸 예정이다. 장소에 대한 설명이나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 묘사보다는 보고 느낀 것들과 눈에 들어왔던 특징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가식 한 점 없이 솔직하게 쓰는 것이 목표라서 잘 써달라고 했던 분들께는 조금(?) 죄송하다. |
몸에 힘을 풀기 위해 내려온 곳에서 손에 힘을 주고 다시 키보드를 치고 있다는 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휴식 겸 여행을 목적으로 내려온 이곳, 제주도가 다른 매체들을 참고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다니기엔 솔직한 감상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불쑥 카메라를 들었다.
장소가 제주도인 데는 별 이유가 없다. 제주도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로 돌아가기엔 비행기를 타고 오가야 할 정도로 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젊은 측에 속하는 나이 덕에 갭이어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두 달 동안 타지에 머무는 것치고 운 좋게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기에 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내려왔다. '그곳에 살고 싶다, 제주도 스테이' 갭이어 프로그램은 갭이어 홈페이지에서 지원 가능하고 지원서를 내고 전화면접을 통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며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도전과 모험을 꿈꾸는 청춘이라면 혹 할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상 두 달 동안 제주도에 머물러야 하지만, 휴식 삼아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한 달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글을 써볼까 한다.
※ 물론, 갭어이 스테이가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인생사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 게스트 하우스의 일을 도와주며 숙식한다. 다른 스텝과 같이 생활하며 오전, 오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4시간의 일이 끝나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오후 일은 나름 쉽지만, 오전 일은 시간 내내 게스트 하우스 청소라서 처음에 하게 된다면 힘들어서 밖에 나갈 생각도 없지 않을까!
첫 번째 주 [게스트 하우스 주변 (제주시) 탐험]
약 1시간 반에 걸쳐 비행기 타고 날아왔던 5월 31일, 짐을 정리하고 바로 죽은 듯이 침대에 누웠다. 가져온 것이라곤 겨우 옷가지 몇 개 채워넣은 짐덩이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것도 길을 헤매니 꽤 무거워져 어깨가 뻐근했다. 꽤 늦은 시간에 도착해 같이 머물 스텝과 함께 저녁상을 차리고 있던 이모께 족발과 제주 생막걸리를 얻어 마셨다. 유산균이 들어있다더니 약간 요구르트 맛도 나는 것이 달달하니 발칵 발칵 잘 넘어가더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시는 이모 말에 따르면 "막걸리를 물 마시듯, 된장국을 술 마시듯" 마셨단다. 그래서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수마에 빠졌던 걸지도.
*1일째 참고. 이 근처 버스는 대부분 공항을 지나서 돌아간다. 공항 갈 일이 없는 주민들도 공항 구경은 실컷 할 듯.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외국 같은 곳이라지만 지방은 지방인지라 버스 운행이 7시에서 9시 사이에 끝난다. 택시가 돈을 잘 벌듯. (택시는 외곽 쪽으로 갈수록 손님이 없어 미터기를 돌리지 않고 거리로 계산한다고 한다.)
6월 1일(2일째). [관덕정(제주목 관아) → 탑동광장]
오전에 게스트 하우스 청소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려 가방과 카메라를 지고 무작정 바깥으로 나갔다. 제주공항 근처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덕에 그저 걸어만 다녀도 볼 것이 꽤 많았다. 그저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에 목표는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을 구경한 뒤 그 길을 타고 탑동광장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제주목 관아(성인 1,500원)는 전시관과 목사들이 기거하거나 제 역할을 수행했던 곳들이 있었다. 전시관 안에는 사또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도 있다. 관아 규모치고 아담했다. 연못은 다른 문화재 연못들과 다를 바 없이 네모진 형태를 띠고 있다. 연못에 사는 잉어들은 사람에게 너무 길들어져 있어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기만 해도 득달같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입을 뻐금거린다. 먹이를 뿌리듯이 손을 흔들면 다른 잉어들까지 합세하는 우스운 모양새를 볼 수 있다. 귤림원에는 감귤이 흐드러지게 열렸었나 보다. 창을 열면 정원 가득 향긋한 귤 냄새가 났었다고 양반님네가 말하더라. 목관아를 걸으며 디디는 돌들이 매끈매끈하고 네모진 돌이 아닌 구멍 뽕뽕 뚫린 현무암뿐이니, 그제야 '여기가 제주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는 중국인관광객의 성지라더니 정말 들리는 목소리부터 온통 중국어다. 아르바이트생도 중국어 가능한 사람을 모집한다. 공항 면세점과 다를 바 없다.
 |
| ▲ 목관아 연못의 먹이 좇는 잉어들 |
탑동사거리 근처에도 부천역처럼 쇼핑 거리와 지하상가가 있었는데 지하상가는 지은 지 30년이 지나 부식이 심해 8월 말까지 공사를 한다. 들어가 봤지만, 말 그대로 공사 중이라 꽤 널찍한 것을 제외하면 별 볼 일 없었다.
 |
| ▲ 탑동광장 |
탑동광장, 농구장과 보드, 배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던 곳. 공연장도 있다. 바람이 심해서 농구코트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주변에 놀이공원도 있다는데 지나가면서 작은 어린이 바이킹을 제외하고는 본 것이 없다.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서 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바다 냄새로 가득 찰 것만 같았다. 빨간 하얀 등대가 번갈아서 자리한 방파제 안으로 쉼 없이 배가 돌아다녔다. 근처 건물들에는 중국어와 한국어 간판이 뭉뚱그려져 모여있었다. 오징어 배들이 전구를 흔들거리며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니, 밤에 가면 아마 오징어잡이 배들이 반짝거리지 않을까.
*2일째 참고. 제주도의 여름은 습하고 덥다. 해가 쨍쨍하니 내리쫴도 빨래가 하루 만에 마르지 않는 습한 더위라 선크림, 선글라스, 모자를 꼭 챙겨야 한다. 하지만 바람이 불 때는 또 세차게 불어-더군다나 비도 오면 더 춥다- 여름이라고 해도 반팔만 챙겨오는 오산을 저지르지 말자.
6월 2일(3일째) [제주시민속오일장 → 아라파파 → 한라돌풍경 → 한라수목원]
이모가 오늘은 근처에서 오일장이 열린다고 해서 오전 청소를 끝내고 36번 버스를 탔다. (*물론 시장이니 현금을 들고 가는 건 필수다.) 오일장은 매월 2, 7, 12, 17, 22일마다 열린다. 그말인즉슨, 3일 만에 오일장에 가게 된 건 참 운이 좋았다. 제주 최대 오일장인 만큼 규모가 매우 커서 파는 사람도 많고, 사는 사람도 많다. 안 파는 게 없다. 과일이나 채소, 곡물, 생선은 물론이고 새도 팔고, 토끼도 팔고...개도 판다. 없는 게 없는 북적북적한 오일장을 돌아다니며 게맛살이 들어간 넓적한 어묵 꼬치(2,000원)를 먹었다. 다 식어서 비린내가 약간 났다. '시장하면 먹는 거지!'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식당이 밀집되어있는 식당가 쪽 손님이 많이 앉아 있던 '춘향이네'를 들어갔다. 앉고 보니 맞은 편 식당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 안타까웠다. 반찬이 셀프라고 쓰여있기에 무작정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첫 번째는 내준다고 자리에 가라며 쫓겨났다. 고기 국수(4,500원)를 시켰는데 반찬은 괜찮은데 메인이 맛이 좋지 않았다. 손님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건 아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맛집이라는 곳에 가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하는구나. 고기 비린내가 국수를 먹을 때마다 국물에서 그대로 폴폴 풍겨 나온다. 비유하자면 느끼함 대신 고기 비린내를 넣은 차슈가 왕창 들어간 돈코츠라멘 정도? 부른 배를 두드리며 주워 먹은 시식용 제주 기념 초콜릿들은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용물보다 초콜릿을 제대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 보리찰빵과 쑥찐빵이 유명하다는 곳에서 각각 한 개씩 천 원어치를 싸들고 왔다. 배가 불러 먹지는 못했다.
 |
| ▲ 제주시민속오일장 할머니 장터 |
제주시민속오일장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할머니 장터가 있다는 점이다. 할머니 전용 판매구역에는 자릿세 금지라고 떡하니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할머니 장터의 할머니들은 누구든 상관이 없는지 아무나 붙잡고 "이거 사가!"라며 외치신다.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등엔 가방을 진, 누가 봐도 관광객인 나한테도 채소를 사가라고 하시니 꽤 재밌다.
오일장 근처에 정준하가 진행하는 식신로드에서 맛집으로 선정된 빵집 아라파파가 있다기에 들렀다. 알고 보니 근처가 아니라 걸어가면 다리 아플 거리였다. 가다 보니 무릎이 지끈거렸다. 안 그래도 다리도 아픈 데 꽤 헤매기까지 했다. 네이버 지도는 수도권에서만 유용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차라리 구글이 편하다- 이리저리 헤매며 본의아니게 제주도 도시를 구경하다 간신히 아라파파에 도착했다. 아리파파는 맛집치고 구석진 곳에 있었다. 욕심을 부려 살구타르트와 블루베리 머핀, 코코넛 메론빵, 딸기 모찌(총 10,500원)를 사, 직원교육에 열심이신 사장님을 구경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3,500원)와 함께 먹었다. 살구타르트는 살구가 살구 통조림 맛이었다. 블루베리 머핀은 맛있었지만 꽉 차있던 위장에 밀어 넣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안에 들어있는 블루베리와 무화과(?)가 머핀 위에 뿌려진 슈가파우더와 조화가 돼 달달했다. 머핀 특유의 넣자마자 부스러져 가루가 되는 식감도 좋았다. 나머지는 도저히 못 먹겠어서 포장했다.
 |
| ▲ 아리파파 (왼쪽에서부터) 살구타르트, 딸기모찌, 블루베리 머핀, 메론빵 |
너무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 겸 삐거덕거리는 관절을 부여잡고 한라수목원까지 걸었다. 그 사이 잠시 들린 한라돌풍경은 한라수목원 가는 코너에 잠시 걸쳐갈 정도로 적당한 넓이로 조성되어있다. 구멍 난 돌들과 매끈하니 구슬 같은 돌들이 입구부터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개 짖는 소리도 들어가자마자 줄줄이 들려온다. 하얀 진돗개가 입구 지나 안쪽으로 기척이 느껴지자마자 짖는다. 가까이 가면 짖는다. 몸을 쭉 빼 철장에 기대고 계속 짖는다. 반기는 것치고 경계의 눈빛이 완연해서 개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근처에 못 갈 것 같다. 옆에 갈색의 작은 개도 한 마리 앉아있는데 기운이 없었다. 오일장 가는 골목길에 보았던 2만 원 짜리 강아지처럼 고개를 쭈그려 앉아있었다. 돌보다 개가 더 인상 깊었던 한라돌풍경을 뒤로하고 한라수목원까지 걸었다.
 |
| ▲ 철장 밖으로 몸을 쭉 내민 진돗개와 한라돌정원 |
한라수목원은 입구부터 온통 나무다. 나무와 연못과 나무로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크다. 방대하다. 커도 너무 크다. 다리가 아파서 그랬는지 몰라도 더 크게 느껴졌다. 들어가는 길은 또 왜 이렇게 긴지...걷다가 지쳤다. -물론, 너무 걸었던 탓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돌아다닐 정도로 크고 슬리퍼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니 운동화를 꼭 신고 가자. 오일장부터 무작정 걸었더니 발목과 무릎관절이 무리라며 외쳐대 절반도 보지 못했다. 도저히 걸어오지는 못할 것 같아 겨우 70번 막차(19시13분!)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역시 여행은 욕심내면 안 된다. 음식도 욕심내면 안 되고.
 |
| ▲ 한라수목원 |
 |
| ▲ 감귤모양 가로등 |
*3일째 참고. 길은 현무암, 가로수는 야자수, 가로등은 감귤 모양 가로등.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다 보면 도시의 익숙한 모습이 보이다가도 제주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