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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8/25  계 경 석 기자 miskye@naver.com
오디세이는 10년, 사할린 동포의 귀향은 80년간 미완
사할린 동포 80년을 기다린 귀향, 이제 대한민국이 답해야
최근 영화 「오디세이」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에 온갖 시련을 겪으며 10여 년을 헤맨 이야기다. 2700년 전의 신화가 오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인간에게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소망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오디세우스보다 훨씬 길고 고통스러운 귀환의 역사가 있다. 바로 사할린 동포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침략전쟁을 확대하면서 조선인을 전쟁터와 탄광 등으로 강제동원했다. 특히 사할린에는 수많은 조선인이 노동자로 끌려갔다. 당시 사할린으로 이주하거나 강제동원된 한인은 약 15만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5년 해방 당시에도 약 4만 명이 넘는 한인이 사할린에 남아 있었다.

더 큰 비극은 해방 이후 시작됐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고 조선인을 노동력으로 동원할 때는 일본 제국의 국민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전쟁이 끝나자 이들을 외면했다.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귀환시켰지만 사할린에 남은 한인들은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귀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일본은 식민지배와 전쟁을 위해 조선인을 필요할 때는 ‘일본 국민’으로 이용하고, 전쟁이 끝나자 그 책임을 외면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배의 책임과 전쟁 책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쟁은 1945년에 끝났지만 사할린 동포들에게 전쟁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마저 빼앗겼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자식이 태어나면서 어느새 1세대의 비극은 2세대와 3세대의 삶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상처가 한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대한민국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해방 직후의 혼란과 분단, 전쟁과 가난 속에서 이들을 충분히 돌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상황은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갖춘 나라가 된 만큼, 과거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2021년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며 영주귀국과 정착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해마다 일부 동포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동포와 후손들이 사할린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 고령의 1세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 정부는 귀환을 원하는 사할린 동포가 한 사람이라도 더 있다면 신속하게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3세대 역시 가족과 함께 귀환을 원한다면 현실적인 정착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사할린에 남아 있는 동포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하고, 유해 봉환과 가족 상봉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분명한 요구가 필요하다. 과거의 강제동원과 식민지배를 축소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 한인 문제를 단순한 인도적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벌인 식민지배와 전쟁동원의 결과로 인식하고,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디세우스에게는 10년의 긴 항해 끝에 돌아갈 이타카가 있었다. 그러나 사할린 동포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려 80년이 넘도록 막혀 있었다.

일본이 시작한 전쟁은 끝났지만, 그 전쟁이 남긴 귀환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대한민국이 그 마지막 항해를 책임져야 한다.

국가의 품격은 경제력과 국력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힘이 없던 시절 국가를 위해 희생된 국민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얼마나 책임 있게 품어주는가에 달려 있다.

80년을 기다린 사할린 동포들의 귀향. 이제 대한민국이 그 길의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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