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계속>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퇴직 후 또는 명퇴 후에 필요한 행정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이번 편에서는 회사를 관둔 후 '남아도는' 시간을 가족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중 특히 중요한 것은 가족과 시간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을 할 것인가이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는 일정시간을 외부에 나가 일을 하고, 집에 있던 식구들 역시 나름대로 그들이 갖고 있는 시간표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이 퇴사를 하여 갑자기 가장이 집에 있게 되면 많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종종 퇴사자들의 경우 그들의 가족들도 그들만의 시간표와 일정이 있다는 것을 잊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본의 아니게 회사를 관두게 되었으니 이 아픈 내 마음을 알아 주세요'하고 얼굴에 쓰고 다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물론 나도 그랬으니까.

외출을 할 때도 오전 9시가 넘어 나가게 되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거나 혹 길에가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지나치게 될 때면 그들이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저 사람 혹시 회사에서 잘린사람 아니야? 왜 이렇게 늦게나왔지?' 보는 듯한 피해 망상 속에서 거리를 다닌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1년을 지내고 보니 그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눈길하나 준 사람이 없고, 왜 이렇게 늦게 출근하세요? 하고 물어 보는 사람도 없었다. 이런 망상 속에서 되도록 빨리 빠져 나올수록 가족과의 관계는 개선이 되고 소통이 원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집에 있지만 말고 어떻게든 집을 나와야 한다. 나의 경우 제일 먼저 한 일은 일정 시각에 기상을 하여 내가 잔 이부자리를 정리정돈을 하였고, 가급적이면 접어서 개어놓는 것까지 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다시 일어났던 자리에 눕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것만 하여도 30%정도는 가족과의 관개 개선에 성공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였다고 해도 직장이 없는 가장이 하염없이 집에만 있는 경우 이것을 보고 있는 가족의 마음은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가지 더 큰 문제는 집에 넋을 놓고 있을 때 내가 갖게 되는 '자존감의 상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의 가족들이 갖고 있는 개인들이 시간표를 망가뜨리게 되는 이중의 악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시간표를 망가뜨리게 되는 순간부터 가정내의 불협화음은 나오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다치는 말을 하게 되고, 급기야는 큰 소리까지 나오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늘 해온말인 또는 가슴속으로 해온 말인 “내가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 왔다”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버리고, 지금부터는 가족을 위하여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 이 시간 할애라는 말은 가족과 주구장창 같이 시간을 보내라는 말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를 혹자가 이야기한 바 대로 비 온 뒤에 바닥에 나뒹구는 "가을 낙엽과 같다(choimk0111의 네이버 블로그 “젖은 낙엽의 청춘”)"고 표현을 했다.

이 글 속에는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는 죄책감(?)에 정년 퇴직 후 요리를 배워 음식도 해서 가족과 같이 해먹고, 그리도 싫어하던 마트로 백화점으로 아내와 같이 가서 장도 같이 봐 주고, 세탁기 사용법도 배워 빨래도 해주고, 심지어 집에 돌아오는 아내를 위하여 정거장에 나가 마중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더 필요한 것이 더 도와 줄 것이 없으냐고 물어보자 아내의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대답이 없어졌다고 한다.

재차 “괜찮아, 뭐든 필요하면 말해봐요” 하자 한동안 망설이던 아내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한다는 말이 “아니 그렇게 할 일 없어요? 어디에 나가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고 소일거리라도 만들어야지 귀찮게 왜 내 뒤만 졸졸 따라 다녀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듣는 순간 큰 쇠몽둥이로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이었고, 처지가 젖은 가을 낙엽과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요 며칠 전에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왔다. 노랗게 물들었던 낙엽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보도와 차도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가을 낙엽 – 마치 명퇴를 한 백수 삼식이 같지 아니한가. 이는 어떡하든지 가족에 착 달아 붙어서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명퇴자와 같이 보여진다.

그동안 회사 일에 바빠서 가족들을 위하여 그간 못한 가정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노라고 하지만, 나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아빠, 여보 제발 밖에 나가 당신의 시간을 보내세요"하는 눈빛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 비에 젖은 가을 낙엽은 환경미화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청소 중에 하나라고 한다. 물에 젖은 가을 낙엽, 잘 쓸리지도 않거니와 쓸린다 하더라도 빗자루에 다시 붙어 또 다시 떨어지지 않는 매우 고약한 쓰레기라는 것이다. 우리네 삼식이는 가족에게 딱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젖은 가을의 낙엽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그래서 회사를 다닐 때처럼 많은 시간을 외부에서 보낼 수는 없겠지만 삼식이가 된 다음에는 최소한 9시에 나가서 오후 5시에는 집에 들어오는 규칙적인 백수의 생활을 할 것을 권장한다.

어떻게? 나도 처음에는 매우 힘이 들었다. 지금은 내가 시간표를 짜고 어떤 경우는 시간이 없어서 다시 스케줄(?)을 조정하여야 하는 시점까지 오게 되었다. 오랜 만에스케줄이라는 단어를 써 보니 내 자신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뿌듯하다. 그럼 어떻게 나만의 외부시간을 만들어 가는지를 이야기 하여 보자. 이 부문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차근차근 이야기 할 부문이다.

실상 회사를 나가지 않게 되면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너무 많아지게 된다. 혹자는 그냥 쉬면 되지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일요일이라면 이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사람은 남는 시간에 그간 못한 여행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여행도 한 두 번이지 이는 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돈도 많이 들 수도 있고 같이 갈 사람이 마땅치 않을 때는 더욱이 가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침에 일어나 여느 때와 같이 씻고 나갈 때가 없다고 생각을 할 수 있으나 내가 처음 도전할 일은 도서관에 가는 일이었다. 이 경우도 내가 책 읽는 것을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내 아내의 제안 중에 하나이지만 말이다. 나의 경우는 집에서 가까운 부천의 상동 도서관부터 가기 시작했다. 부천에는 시립 도서관이 8개 (상동, 원미, 심곡, 북부, 꿈빛, 책마루, 한울빛, 꿈여울) 와 1개의 특수도서관 (해밀) 그리고 관내에 공립 작은 도서관이 18 개소가 있다. 이 도서관의 경우 보통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개방을 하는 데 좋은 점은 여름에는 에어컨이 나와 시원하고 겨울에는 난방이 되어서 따뜻하다는 것이다. 어느 가정에서 보다 더 냉난방이 잘 된 무척 조용한 곳에서 쾌적한 낮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 가면 그간 못 읽었던 책도 볼 수가 있고, 매일 철해져 있는 신문과 최신의 잡지도 볼 수도 있다. 또한 무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개인 노트북이 있다면 언제나 인터넷을 연결하여 필요한 자료 찾을 수도 있거니와 취업 자리 알아보기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서관의 경우 지하에 사설 식당이 있어 점심을 해결을 할 수 도 있고 또는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 있다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이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는 것이다. 보다 저렴하게 점심먹는 방법은 다음에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하기로 하고 도서관이야기를 마무리 하기로 하자.

부천의 시립도서관들은 월요일과 금요일을 나누어서 휴관을 하는데, 월요일에는 상동, 한울빛, 꿈여울 도서관이 금요일에는 원미, 심곡, 북부, 꿈빛, 책마루 도서관이 휴관을 하며 법정공휴일에는 모두 휴관이다. 이를 참조하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서관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많은 책을 소장을 하고 있어서 일인 5권까지 매 권 14일까지 대출이 가능하여 굳이 책을 구매하여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상호 대차' 서비스가 있어서 한 도서관에는 없으나 다른 도서관에 내가 필요한 책이 있을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내가 지정한 도서관으로 책이 배달이 되어 그 지정한 곳에내가 가서 책을 대출을 하면되며 관내의 작은 도서관을 포함 어떤 도서관에 반납을 하여도 받아 줄 뿐만 아니라 무인 반납기가 있어서 공휴일에도 반납 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또 한가지 각 시립 도서관에는 정기 간행물실과 디지털 자료실이라는 곳이 있는데, 정기 간행물 실에는 매월 발간되는 잡지와 함께 개인 PC의 사용도 가능하도록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 이 글도 꿈빛 정기 간행물 실에서 작성을 하고 있다. 디지털 자료실에는 데스크 탑 PC가 마련이 되어 있어 - 개인당 일정 시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한 사람이 독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 자료 및 문서 작성 및 출력도 가능하며 이 메일 전송도 가능하다. 또 이 곳에는 많은 DVD를 소장하고 있어서 아주 최신의 영화는 아니지만 그 곳에 설치 되여 있는 DVD를 통하여 영화를 관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무료 이다. 이 시설을 이용할 경우 적은 비용의 점심해결과 하루에 영화 1편과 잡지 및 신문, 책을 본 다면 하루가 1시간처럼 지나 갈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짧게 하루가 지나갈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회사는 돈을 받고 하는 일지만 이 일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늘 공감하는 이야기이자만 돈 주고 등산을 하라고 하면 안 한다고 회사 다닐 때 말을 하지 않았는가? 내가 보고 싶은 책을, 관심 있는 부문의 내용을 잡지를 통하여서 알게 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알게 될 테니까. 회사 다닐 때는 짬짬이 틈틈이 몰래(?) 회사 PC을 통하여 찔끔 찔끔 보던 내용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우리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모든 세상 소식을 핸드폰의 네이버나 다음에서 그들 나름대로 정리한 뉴스 또는 가십 거리만 접하고 다른 여타의 것들은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있었지만, 신문을 보게 되면서 찬찬히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이는앞으로 있을 재 취업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이 모두는 그간 회사일로 못 누렸던 문화 생활을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다. 한번 도전해 보시라.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