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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09/01  이계은 기자
[기고] 나는 ‘삼식이’다!(2)_부제: 삼식이의 9월 30일 일기
돌고래(필명)

IBS뉴스는 약 10회에 걸쳐 돌고래(필명)님이 기고한 “나는 삼식이다”를 연재합니다. 이번은 지난 1편에 이은 두 번째 연재글입니다.

글쓴이는 최근 은퇴 아닌 ‘명예퇴직자’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 중 한 사람입니다. 명예퇴직 후 10개월간 ‘삼식이(하루 꼬박꼬박 세끼 전부를 집에서 먹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살면서도 남들과 ‘남다른’ 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하는데요, 바로 자원봉사와 취미활동을 비롯해 가족과의 시간 갖기, 나만의 여행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꾸려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같은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편집자 주>

 

앞서 이야기했듯이 “9월 30일부로 명퇴를 명 받고(?)” 라고 쓰고 보니 30년 전 군대에서 제대를 할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당시 군대에서 제대할 때는 그래도 남아있는 쫄따구(!)들을 보면서 언제 민간 세상에 나올까 룰루랄라 하고 나왔다. 하지만 막상 세상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명퇴가 나에게 다가오니 앞이 아득하다는 느낌보다도 이 회사를 왜 그렇게 죽을 듯이 목숨을 걸고 다녔던가 하는 생각이 먼저였다.

 

부사장에게로부터 명퇴 이야기를 듣고서 곧장 나는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로 이야기를 전했다. 그날 내가 부사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아내는 내심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진급이나 또 다른 더 좋은 업무로 영전(?) 등으로 말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천청벽력과 같은 명퇴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대처했다. 지금 와서 생각을 해 보니 역시 한국의 아줌마의 저력을 느꼈고 나보다 아내가 한 수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헝클어진 내 마음을 달래면서 퇴직금 및 위로금에 대하여 잘 협의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거의 1시간 안에 본가에 계신 어머님을 제외하고 전체 가족, 지인 및 잘 알고 지내는 교회의 교인들에게 전파가 되고, 후속 조치에 필요한 내용을 수집하여 바로 내게 전하여 주는 민첩성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네트워킹은 당사자건 배우자건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명퇴나 조퇴를 당하는 사람들은 당장에 그 상황에서는 경황이 없다. 이럴 때 정신없는 명퇴자에게 주위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많은 부문에서 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실수 없이 후속의 업무를 처리하여 나갈 수 있을 터다.

 

왜냐하면 개인이 다니던 회사에서 이와 같은 명퇴나 조퇴를 먼저 당한 사람들에게 일이 터지고 나서 바로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 보는 것도 쑥스럽고, 사실 쪽 팔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왜? 창피하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회사를 나갈 때 우리 들은 이렇게 행동했으니까. 참으로 안됐다는 위로의 말이나 또는 떠나는 사람을 만나서 우리 언제 한번 만나 저녁이나 하자 라는 등 그러나 우리 들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아니니까 다행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니 이들을 만나서 조언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회사로부터 명퇴 통보를 받은 후 불과 1시간 만에 참으로 우습지만 내가 자진하여 명퇴 신청을 하는 것으로 하여 명퇴 관련 서류에 사인을 하고(나중에 이 이야기를 다시 하겠지만 명퇴가 중요하다) 2시간 만에 내가 속해 있던 모든 회사의 이 메일 및 PC가 자동으로 막히며 회사의 이 메일 계정과 이름 및 아이디가 회사의 전산 시스템에서 없어지게 됐다. 30년 회사 생활과 비교하여 보면 이는 정말로 한 순간이었다. 참고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나는 그간 30년 동안 단 두 회사의 외국계 회사만 다녔었다. 외국계 회사는 다닐 때는 무척이나 폼 나고 좋지만, 짤릴 때 이 또한 폼이 난다(?), 영화에서도 보신분도 있겠지만 상사가 해당 직원에게 와서 한 마디 한다. 너는 짤렸어(Fire) 하면 그날부로 끝이다.

 

그때는 정말로 내 마음 속에서 불(Fire)이 난 것 같았다. 곧바로 업무가 정리되고 정리할 시간도 없었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만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회사에서 나오게 되면 기밀 서약이라는 것을 한다. 만약 퇴사 후에 회사의 기밀이 빠져났거나 특히 경쟁업체에 회사의 내용이 흘러 들어갔다는 어떠한 정황이 발견이 되면 그날 부로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고 힘이 좋다는 로펌과 싸워야 한다. 나는 이런 일을 당한 후배 녀석을 보아 잘 알고 있다. 이 친구는 회사를 관두고 거의 6 개월 이상 법원을 드나들었다. 이렇게 되다면 큰 사고 중에 하나가 된다. 아마도 골리앗과 싸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가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명퇴 사인 후에 가능한 한 내 회사PC에서 개인적인 내용을 카피 받고, 그 동안 나와 동고동락을 하여온 가까운 회사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오후 내내 내 방에서 짐 정리에 들어갔다. 회사에 두고 나올 것과 가지고 나와 할 것을 구분하고, 반드시 폐기를 하여야 할 것(인사기록 같은 것들)은 파쇄기로 갈아 없애 버리고 - 이 인사 기록의 경우 만에 하나 유출이 될 경우 내 후임들이 곤욕을 치를 수 있기에 - 이는 서약 사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 소식을 들은 가까운 회사동료들의 반응은 충격이라고 내게 이야기는 했지만 앞에서 내가 이야기 했던 대로 떠나보내는 사람에게 던지는 일반적인 인사치레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후 세, 네 명의 친한 동료들과 그날 저녁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먹고 회사를 욕 하면서 명퇴의 첫날이 지나갔고 그날 부천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임시로 나와 살고 있던 오피스텔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날 나는 잠을 잘 잤을까? 아니면 못 잤을까?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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