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관계의 시작은 근로계약이다. 근로자는 사용자에 대해 불리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근로조건을 알지도 못하면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근로계약 체결 시에 임금·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근로기준법은 규정하고 있다. 근로계약은 구두로 해도 무방하지만, 임금은 근로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며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기 때문에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지급방법은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여야 한다. 물론 사용자가 근로조건의 명시의무를 위반한다고 하여 근로계약이 사법상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비로소 사용자에겐 임금지급의무가, 근로자는 근로제공 의무가 발생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서면 근로계약 체결비율은 2010. 8월 48.2%, 2011. 8월 50.6%, 2012. 8월 53.6%로 나타났다. 영세․소규모 사업장 등 취약부문에서는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2년 6월 전국 유명 커피전문점 107개소에 대한 점검결과는 매우 심각하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일부 사업장에서 작성하였더라도 근로자에게 교부한 사업장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국회, 시민단체 등은 청소년, 비정규직 등 우리사회의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문서로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법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 신고사건을 처리하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근로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체불임금을 확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의 주장, 그 밖에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등 입증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구두로 맺은 근로계약은 체불임금 확정을 어렵게 한다. 왜냐하면 당사자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주장하기 때문이다. 법적 판단은 명확한 입증과 증거를 요구한다. 그 결과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명확하게 하지 않았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근로계약도 매매계약, 임대차 계약 등과 같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계약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서면 근로계약서 주고받기’ 캠페인 구호처럼 앞으로는 근로계약서를 단순히 문서로 작성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근로자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회사는 문서로 작성한 근로계약서 1부를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2012. 1. 1.부터 서면근로계약의 작성․교부가 의무화된 이후, 고용노동부는 서면 근로계약서 작성․교부를 기초 고용질서 확립의 핵심과제로 보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문서로 작성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하는 고용관행이 우리 산업현장에 자리잡게 될 경우 근로관계를 둘러싼 많은 분쟁이나 갈등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공정일터를 만드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