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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7  계 경 석 기자 miskye@naver.com
부천의 인구 감소가 던지는 질문, 도시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인구를 늘리는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한때 부천은 서울과 가까운 입지와 편리한 교통,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 제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수도권 도시였다. 서울로 출퇴근하기 편리한 데다 지역 내 기업들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많은 사람이 부천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 결과 부천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인구밀도를 가진 도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성장의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전후 약 89만 명에 이르렀던 부천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서 2025년 말 약 75만9000명까지 줄었다. 정점과 비교하면 13만 명 이상 감소한 것이다. 한때 사람을 끌어들이던 도시가 이제는 인구 감소의 원인과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구 감소는 단순히 도시의 규모가 작아지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와 노동력이 줄어들고, 지역 상권과 교육·생활서비스의 유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재정과 도시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구 감소가 시민들이 일하고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과 도시의 경쟁력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부천은 왜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가 되었을까.

먼저 지역 산업의 변화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살펴봐야 한다. 과거 부천 경제를 지탱했던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은 산업구조 변화와 비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기업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기존 산업의 빈자리를 채울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무와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지역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인재를 붙잡기 어렵다.

주거환경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원도심의 노후 주택과 부족한 주차 공간, 불편한 보행환경, 생활편의시설의 지역별 격차는 주민들의 정주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사업성이나 주민 간 이해관계 등으로 지연되는 동안,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인근 도시로 이동하는 가구도 생긴다. 서울과 가까운 입지가 여전히 장점이지만, 인접 도시들이 주거와 교통, 산업 기반을 개선하면서 부천이 누려온 상대적 우위도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의 자연 감소가 겹친다.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서 인구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신규 주거단지 조성에도 부천의 전체 인구 감소 흐름은 이어졌다. 주택 공급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구 유출과 인구구조 변화를 상쇄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인구수뿐 아니라 가구 구성과 주거 수요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구가 줄더라도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라 필요한 주택의 유형과 생활서비스 수요는 달라질 수 있다. 청년층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고령자와 1인 가구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 빈집 활용과 소규모 주택정비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주택을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시민의 생애주기와 경제적 여건에 맞는 주거 선택지를 얼마나 마련하느냐다.

부천에는 도시의 미래를 바꿀 기회도 있다. 대장신도시와 역곡 공공주택지구, 오정군부대 일대 개발 등은 주거와 산업, 생활 기반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주요 사업이다. 특히 대장신도시는 첨단산업 유치와 자족 기능 강화를 통해 주거 중심 도시에서 일자리와 산업이 함께하는 도시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개발이 곧 도시의 경쟁력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택이 들어서고 기업이 입주하더라도 일하는 사람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소비 역시 외부에서 이뤄진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 유치 실적이나 주택 공급 규모를 넘어 지역 주민의 취업 기회가 얼마나 늘었는지, 청년들이 부천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는지, 지역 상권과 산업 생태계에 실질적인 활력이 생겼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신도시 개발과 원도심 재생의 균형도 중요하다. 새로운 개발지역에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집중되는 동안 기존 도심의 주거환경이 계속 낙후된다면 도시 내부의 격차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재개발뿐 아니라 소규모 주택정비, 빈집 활용, 주차장 확충, 보행환경 개선, 공원과 생활편의시설 확충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과 기존 공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부천의 인구정책은 양적 목표에서 질적 목표로 전환해야 한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떠나지 않을 이유와 새로운 시민이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 편리한 교통, 충분한 문화·여가시설은 서로 분리된 정책이 아니다. 이 요소들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도시의 매력이 형성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과 주택이 얼마나 들어섰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내 고용의 질, 청년층의 정착 여건, 주거비 부담, 생활서비스 접근성, 시민의 정주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인구 변화 역시 전체 숫자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연령별 이동과 가구 구성, 전입·전출 및 자연 증감의 흐름을 구분해 원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구는 도시정책의 목표인 동시에 도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람이 줄어든다는 사실만으로 도시의 미래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인구 감소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개발사업 몇 개로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산업과 일자리, 주거와 생활환경, 도시공간의 균형을 함께 바꾸려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부천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구를 다시 늘릴 수 있을까’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 시민들은 떠나고, 무엇이 있다면 계속 머물고 싶어 할까’를 물어야 한다. 인구 증가라는 숫자를 좇는 도시에서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도시로 전환할 때, 부천은 다시 선택받을 수 있다.

도시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일할 수 있고, 집을 구할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부천의 인구 감소를 극복하는 출발점은 사람을 더 많이 모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떠날 이유를 줄이고 머물 이유를 늘리는 데 있다.** 그것이 부천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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