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기본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는 시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천원 세탁소’, 천원 실내 파크골프장, ‘천원 클래식’, ‘가족돌봄수당’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특히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위생적인 노동환경을 지원하는 천원 세탁소는 필요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선의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민간시장과의 충돌 가능성이다.
세탁업은 대기업이 아닌 동네 영세업자들이 주로 영위하는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업종이다. 만약 지방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민간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천원’이라는 가격으로 세탁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존 업자들은 공공기관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파크골프장도 다르지 않다.
비슷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 정부는 지방공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목욕장, 장난감 대여업 등 일부 사업에 대해 민간영역 침해 가능성을 검토했다.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이미 민간에서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운영할 경우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지원으로 대표적 영세업인 동네 문구사나 장난감 가게는 대부분 문닫은지 오래됐다.
따라서 부천시의 천원 세탁소도 ‘좋은 정책인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민간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인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방법은 있다. 시가 직접 세탁소를 운영하기보다 기존 세탁업체와 협약을 맺거나, 지원 대상 노동자에게 세탁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노동자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지역 영세업체의 매출과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
기본사회위원회가 앞으로 정책을 확대한다면 사업별로 시장성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 민간이 충분히 공급하고 있는 영역인지, 공공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지, 민간업체를 활용하는 것보다 직접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공공의 역할은 민간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는 데 있어야 한다.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또 다른 시민,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천형 기본사회가 성공하려면 ‘얼마나 많이 지원했느냐’보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했느냐’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