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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1/06  계 경 석 기자 miskye@naver.com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너지 비용·탄소중립 부담… 정부의 전략적 산업정책이 절실하다
한국 철강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철강산업이 이제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저가 수입재 공세, 국내 수요 부진, 에너지 비용 상승,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위협에 흔들리고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경영난을 넘어 자동차·조선·건설·기계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이다. 중국은 자국 내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둔화되자 남아도는 생산물량을 해외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철강제품의 유입은 국내 철강업체의 판매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철강업체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수요 부진도 심각하다.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과 형강 수요가 위축되고 있으며, 제조업 전반의 투자 부진까지 겹치면서 철강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원자재 가격 등 생산비용은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다. 제품 가격은 떨어지는데 생산원가는 높아지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전환 비용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계 시장은 이미 저탄소 철강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생산체계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전환 등 친환경 설비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중소기업은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기업의 일방적인 비용 부담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

▲불공정한 저가 수입 철강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수입 철강제품의 가격과 물량, 원산지 및 우회수출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덤핑 등 불공정 무역행위가 확인되면 반덤핑 관세와 세이프가드 등 합법적인 무역구제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무분별한 수입 제한이 아니라 국내 산업 피해와 국제 통상규범을 고려한 정교한 대응이 중요하다.

▲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전력 공급에서 출발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산업별 특성과 국제 경쟁 여건에 맞게 검토하고, 에너지 효율화 설비와 폐열 회수, 재생에너지 활용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이 생산원가를 낮추고 미래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친환경 철강산업으로의 전환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과 실증사업, 저탄소 원료 확보, 친환경 전력 인프라 구축에 정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규제와 의무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산업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중소 철강업체에도 저탄소 설비 전환을 위한 금융지원과 기술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 범용 철강 중심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전기차 소재, 조선·방산용 특수강 등 기술집약적인 제품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확대해야 한다. 산학연 협력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 중소 철강업체와 지역 산업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대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자재 공급업체와 금속가공업체, 자동차 부품업체 등 수많은 협력기업과 노동자의 생계로 이어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별 철강·금속산업의 경영 실태를 파악하고 긴급 운영자금, 시설 현대화, 수출 지원, 고용 유지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철강은 단순한 산업 소재가 아니다. 국가 제조업의 뿌리이자 경제안보를 지탱하는 전략 자산이다. 철강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이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와 조선, 방위산업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값싼 수입 철강에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될 경우 국제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국내 산업이 치러야 할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철강산업의 어려움을 개별 기업의 경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시장의 불공정 경쟁에 대응하는 통상정책, 에너지 비용을 합리화하는 산업정책, 친환경 기술 전환을 지원하는 미래 투자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 철강업체까지 정책의 혜택이 닿아야 한다. 산업의 뿌리가 튼튼해야 제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을 지키는 것은 과거의 산업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와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진단하는 데 그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실질적인 실행이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세우기 위한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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