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대장안동네는 수십 년 동안 진입도로를 비롯한 기본적인 주거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낡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었다. 2006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지만, 이후 20여 년 동안 개발계획만 바뀌었을 뿐 주민들은 실질적인 개발을 체감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가운데 부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1월 4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변경된 개발계획과 환지방식, 향후 사업 일정을 설명했다. 오랜 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게 도로와 공원,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개발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크다. 이날 설명회에서 사업시행자인 LH와 용역사는 사업의 핵심인 환지 부담률과 개별 환지 예정지의 위치, 보상 및 청산금 산정 등 주민들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항은 실시계획 수립 이후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은 뒤로 미룬 채 개발계획 동의 절차부터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사업의 외형과 일정만 설명하고 정작 재산권과 관련된 핵심 내용은 빠뜨린, 이른바 알맹이 없는 설명회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단순히 동네가 어떻게 개발되는지가 아니다. 사업비는 어떻게 조달하는지,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토지 규모와 관계없이 현금청산을 받을 수 있는지, 종전 토지는 얼마로 평가되는지, 사업에 참여하면 토지 부담은 얼마나 되고 최종적으로 얼마만큼의 토지를 환지받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또한 환지를 받고도 남는 권리가 있다면 현금으로 청산받을 수 있는지, 집단환지에 참여할 경우 실제 수익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없이 주민들에게 동의부터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사업 추진 방식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40% 부담률과 100평 구상은 어떻게 됐는가?
당초 주민들에게 알려진 사업 구상은 토지의 약 40% 내외를 사업에 부담하고, 나머지 권리 중 약 100평 내외를 단독주택용지 등으로 환지받으며, 추가로 남는 권리는 집단환지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구상은 주민들이 사업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설명회에서는 환지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감정평가와 환지계획 수립을 거쳐 개인별 부담률과 환지 규모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존에 제시했던 40% 부담률과 100평 환지 구상은 무엇이었는가? 주민들에게 안내했던 구체적인 사업계획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사업성 검토를 위한 가정이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기존 구상이 변경됐다면 그 이유와 변경된 내용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이번 사업은 토지 면적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평가식 환지방식으로 추진된다. 종전 토지의 감정평가액과 개발 후 토지의 평가액, 사업비 등을 종합해 개인별 권리가액을 산정하는 구조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40%라는 숫자가 아니다. 내 토지가 얼마로 평가되고, 사업비를 제외한 실제 권리가액은 얼마이며, 개발이 끝난 뒤 어느 정도의 재산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환지면적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재산가치다
설명회에서는 비례율이라는 개념도 제시됐다. 비례율은 개발 후 토지 총평가액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을 종전 토지 총평가액으로 나눈 수치로, 개인별 권리가액을 산정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비례율이 1.0을 넘는다고 해서 모든 주민에게 유리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100평이라도 단독주택용지와 공동주택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는 가치가 다르다. 도로 접면과 위치, 토지 모양, 건축 가능 용도에 따라서도 실제 재산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결국 주민들에게는 몇 평을 환지받는다는 설명보다 환지받을 토지의 위치와 용도, 건축 가능 규모, 감정평가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종전 토지와 가까운 곳에 환지를 받을 수 있는지, 다른 위치로 배정된다면 어떤 원칙을 적용하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집단환지, 개발이익의 기회인가 또 다른 부담인가?
이번 설명회에서 주민들의 관심을 끈 또 하나의 쟁점은 집단환지다.
LH는 공동주택용지 한 블록을 집단환지 대상으로 계획하고, 여러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모아 공동주택용지를 환지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집단환지에 참여한 주민들은 건설회사에 토지를 매각하거나 건설회사와 함께 지주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환지에 참여한다고 아파트 한 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개발이익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지주 공동사업은 시공사 선정부터 사업비와 금융비용 부담, 사업 지연,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까지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 토지 소유자들이 충분한 전문성과 협상력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불리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LH는 집단환지 신청자가 많을 경우 권리가액 등을 기준으로 참여자를 선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집단환지 대상 블록의 전체 면적과 참여 조건, 선정 기준, 토지 매각가격 결정 방식, 지주 공동사업의 수익과 손실 배분 원칙부터 공개해야 한다.
주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집단환지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시행자의 책임이다.
소규모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도 보호해야 한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독립적인 환지를 받기 어려운 소규모 토지는 금전청산할 수 있으며, 165㎡(약 50평)라는 기준도 언급됐다.
금전청산은 토지를 돌려받는 대신 현금으로 정산받는 방식인 만큼 청산금 산정 기준과 지급 시기, 감정평가 방법, 이의신청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토지 규모와 관계없이 현금청산을 선택할 수 있는지, 과소토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금전청산이 가능한지 여부다. 여러 필지를 소유한 경우 합동환지나 분할환지가 가능한지, 소규모 토지 소유자도 공동환지에 참여할 수 있는지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토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자신의 재산권과 관련된 정보에서 소외되거나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천시와 LH는 주민의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대장안동네 도시개발사업은 주민들의 평생 재산이 걸린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인 LH와 행정기관인 부천시는 주민들이 사업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핵심 정보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 제시했던 40% 내외 부담률과 100평 내외 환지 구상이 현재도 유효한지, 평균부담률과 개인별 실제 부담률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아울러 집단환지 참여자 선정 기준과 토지 매각가격 결정 방식, 지주 공동사업의 수익과 손실 배분, 과소토지의 금전청산 기준과 지급 시기, 개별 환지 위치 결정 원칙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기존 주택과 지장물 보상, 철거 및 관련 세금 문제는 물론 감정평가 결과나 환지계획에 이견이 있을 경우 주민들이 어떤 절차로 이의를 제기하고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도 안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 개개인이 자신의 토지를 기준으로 개발 전후 예상 평가액과 권리가액, 환지면적, 부담금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가상 환지 시뮬레이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주민들도 막연한 기대나 불안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 참여 여부와 향후 재산권 변동을 판단할 수 있다.
주민의 동의는 백지위임이 아니다
이번 설명회에서 LH는 개발계획 변경에 따른 동의 요건을 설명하면서 동의하지 않은 토지 소유자도 법적 요건이 충족되면 환지를 받게 된다고 안내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개발계획에 대한 동의와 향후 개별 환지조건에 대한 동의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향후 환지 위치와 면적, 부담률, 집단환지 조건까지 모두 확정되거나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민들은 동의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법적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LH 역시 동의서 제출에 따른 법적 효과와 향후 주민들의 의견 제출 및 이의제기 절차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대장안동네 도시개발사업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도로와 공원,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주거환경이 개선된다면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업의 성공을 단순히 개발계획 승인이나 착공, 준공이라는 행정 일정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개발의 성공은 사업이 끝났을 때 주민들의 재산권이 합리적으로 보호되고, 개발에 따른 이익과 부담이 공정하게 배분되는 데 있다.
부천시와 LH는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 사항을 실시계획 수립 이후로 미루기보다 지금 공개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주민들이 자신의 재산이 어떻게 변하는지 충분히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시행자와 행정기관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대장안동네 개발사업은 LH만의 사업도, 부천시만의 행정사업도 아니다. 주민들의 삶과 평생 재산이 걸린 사업이다. 주민 동의는 개발을 위한 절차일 수 있지만 재산권을 포기하는 백지위임은 아니다. 개발의 속도보다 주민의 권리가 먼저이며,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의 알 권리와 재산권 보호가 충실히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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