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해도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아 조정 절차가 열리지 못한 채 종료되는 사례가 10건 중 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의료기관의 불참이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불참 증가분 절반 이상이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갑)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일반개시 사건 1만1499건 가운데 4744건(41.3%)이 의료기관의 조정 불참으로 각하됐다. 일반개시 사건은 의료기관이 조정신청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 참여 의사를 밝혀야 절차가 개시된다.
일반개시 사건의 조정개시율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8.3~60.8%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54.9%로 하락했다. 올해 8월까지 불참 건수는 1075건으로, 지난해 연간 불참 건수인 900건을 이미 넘어섰다.
불참 증가세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두드러졌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조정개시율은 2021년 이후 61.8~64.7%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의원급은 2024년 51.8%, 지난해 49.6%, 올해 45.4%로 낮아졌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접수된 일반개시 신청은 2024년 438건에서 올해 8월까지 906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비교에서 불참 건수도 209건에서 491건으로 증가했다. 2024년과 올해 8월까지의 전체 불참 증가분 386건 가운데 282건(73%)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
특히 의원급 불참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집중됐다. 올해 8월까지 의원급 일반개시 신청 906건 중 성형외과는 245건, 피부과는 176건으로 두 진료과가 전체의 46.5%를 차지했다. 의원급 불참 491건 가운데서도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239건(48.7%)을 차지했다. 2024년 대비 의원급 불참 증가분 282건 중 158건(56%)이 두 진료과에서 발생했다.
진료과별 조정개시율도 차이를 보였다. 성형외과는 올해 신청 245건 가운데 152건이 불참해 조정개시율이 38.0%에 그쳤다. 피부과는 신청 176건 중 87건이 불참해 조정개시율이 49.7%였다. 의원급 전체 조정개시율인 45.4%와 비교하면 성형외과는 낮고 피부과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중재원은 불참 사유를 ‘피신청인 참여 의사 부재’로만 분류하고 있어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 불참이 상대적으로 많은 구체적인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내년 5월 27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기관이 14일 이내에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조정에 응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그러나 중재원 자료상 불참으로 각하된 4744건은 모두 의료기관이 불참 의사를 통지한 사건으로, 의사 표시 없이 절차가 종료된 사례는 없었다. 이에 따라 개정 규정만으로 조정 개시 건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재원은 의료기관에 공문과 전화, 이메일 등으로 두 차례 이상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있으며, 조정이 각하된 경우 신청인에게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와 민사소송 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석 의원은 의료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자동개시 대상 확대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분쟁 조정은 상대방의 참여 의사 확인이 개시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언론중재·소비자분쟁·환경분쟁·건설분쟁 등 다른 분야의 조정 절차는 상대방의 참여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 의원은 “신청 열 건 중 네 건이 상대방이 나오지 않아 열리지도 못한다”며 “의원급 불참이 빠르게 늘고 특히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집중되는 만큼 불참 사유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이 침묵을 동의로 본다지만 그간 통계를 보면 침묵으로 끝난 사건이 없다”며 “환자 권리구제를 맡은 기관이라면 일반조정 개시 확대 방향을 분명히 하고 필요한 개선을 적극 건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