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고등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움직임에 부천시민사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19일 부천고 과학고 전환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과학고저지공대위)는 부천시청 앞에서 '차별에 찬성하는 부천시청, 부천시의회, 부천시교육청을 규탄한다! 부천고 과학고 전환 계획 즉각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정책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의 생각이나 입시경쟁 고통은 무시한 채 '부천시가 하나되어 과학고 설립에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에 분노한다"며 사교육비 폭등, 불평등과 차별교육 강화하는 부천고 과학고 전환 계획 즉각 철회할 것, 소수를 위한 특혜 과학고 설립 계획 폐기하고 모두를 위한 공교육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3월 14일 교육부는 사교육비가 27조 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초중고 학생은 7만 명이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1.2조 원 늘어나고 총액은 3년 연속 최고치를 갱신했다. 심지어 정부는 유초중고 예산을 대학으로 이관하는 실정이다.

지난 1월 '강득구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월 150만 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 과학고 학생 수는 일반고 5.4배에 해당하고, 과학고 지망 중3 학생 42.9%가 월 150만 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18명의 영재학교 과학 학생이 의약학계열에 진학했고 연도별로 ▲2020 학년도 62명 ▲2021학년도 73명 ▲2022학년도(2023년 2월 졸업) 83명 등 매년 증가했다.

과학고저지공대위는 "특목고는 애초 목적과는 다르게 입시 경쟁과 차별교육 대명사가 되었다. 지난 정권에서 자사고와 함께 폐지가 결정되기도 했으나 다시 되살려 내면서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초중학교부터 경쟁이 심화되고, 교육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목고를 늘리는 것은 일반고와 보편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비를 축소시켜 차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부천시, 부천시의회, 부천교육지원청 등은 부천고 과학고 전환을 교육적 접근이 아니라 지역인재유출 방지, 부천 인구 영입이라는 근거 빈약한 경제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적어도 부천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면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공교육으로 모두를 위한 보편교육에 힘쓰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석천중학교 권혁이 교사는 "중2 학생도 절대 다수가 성적과 학원 스트레스가 있다. 특목고가 생기면 중학교는 과학고 준비대비반 등 과학고 입시에 유리한 교육과정을 세울 것이며, 더 많은 학생을 보내려는 학교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인구유입을 기대한다는데, 특권 교육을 원하는 소수 인구만 유입될 것이다. 보편 교육을 저버린 부천을 더 떠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인구를 빼온다는 발상을 버리고 전체 파이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 이계은 운영위원장은 "전 정권에서 2025년까지 폐지를 약속한 바 있는데, 낡은 제도 부활에 부천시가 앞장서고 있다. 이미 부천에 있는 직업계고 대부분은 매년 정원 미달로 운영난에 시달린다. 부천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곳은 특목고가 아니라 특성화고"라며 기존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권은숙 활동가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가면 안된다. 공교육에 역행하는 과학고 전환에 분노한다. 지금은 평준화 되었다고 해도 매일, 주말까지 공부를 한다. 과학고 전환에 반대한다. 경기도 교육청, 부천교육청, 부천시, 부천시의회는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김민찬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고 평균 학비는 약 600만 원이다. 비싼 곳은 800만 원까지 한다. 월 100만 원에 비싸면 월 300만 원을 웃돈다. 결국 있는 집 자식만 다닌다. 특목고는 일반고등학교와 교육과정이 다르다. 일부 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우는 과목을 1학년 때 배우기도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블라인드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가리게 되어있지만, 생기부에 1학년 때 수1 을 이수했다고 하면 특목고를 졸업한 걸로 알 수 있다"며 교육 차별에 대해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고는 x반고로 불리고, 대학을 잘 못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공교육의 질적 저하와 후퇴만 가져올 것이며 초등학생, 중학생 때부터 입시 경쟁에 놓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고저지공대위는 부천시청 앞 1인 시위를 이어가는 한편, 각 기관과 총선 후보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