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초등학교 아이들의 등굣길이 달라지고 있다.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이니만큼 학교 담장은 낡고 오래되어 아름답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월말부터 약대초 48회 졸업생인 이종석(23세)씨가 낡은 학교 담장에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씨는 약대동에 살고 있어 매일 모교를 지나게 되었는데, 오래되어 칠이 벗겨진 학교 담장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약대초 정연탁(59세) 교장 또한 이씨와 생각을 같이 하던 터라 서로의 마음이 닿아 학교 담장에 벽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씨의 남다른 모교사랑을 살펴보면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이씨의 증조부는 60여년 전 약대초등학교 설립 시 자신의 사재를 털어 기꺼이 학교 부지를 기증하였고, 이씨의 아버지와 이씨 또한 약대초등학교를 졸업하여 지금도 약대동에 거주하고 있다.
무료로 학교 벽화 그리기를 하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재능으로 모교에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고,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 담은 눈망울로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병아리같이 재잘재잘 질문을 늘어놓을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2학년 최지수 학생은 “등교할 때마다 학교 담장이 달라지니까 내일이 기대돼요!” 라고 말했고, 6학년 윤성일 학생은 “벽화 그리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았는데, 4가지 색만을 섞어 여러 가지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한 마술 같고, 우리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그려지니까 학교 가는 길이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제 그림 덕에 학교 가는 길이 즐겁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매우 기쁘고 학교 선배로서 보람도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또 벽화를 그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니 아이들이 학교 벽화에 더욱 애착을 가지며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고, 이것이 바로 생활 속에 살아있는 미술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는 이씨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만나본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우리나라 아이들은 공부에만 갇혀 지내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꼈다며, 비록 아이들이 각박한 경쟁 속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그린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처럼 담장 너머 높고 푸른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기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직 모교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즐겁게 벽화를 그리고 있는 이 씨에게서는 콧노래가 떠나질 않는다.
약대초 정연탁 교장은 “모교 졸업생인 종석 씨가 아이들의 눈높이와 마음의 높이에 맞춰 진심을 담은 그림을 그려준 것이 고맙게 생각되고, 선배의 모교 사랑하는 마음이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배의 속깊은 사랑으로 새롭게 달라진 학교 담장을 따라 걷는 약대초 어린이들은 벽화 속 아이들과 어느새 친구가 되어 미래의 꿈을 향해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