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서 피가 보이면 누구나 덜컥 겁부터 난다. 혹시 암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반면, 소변에 피가 한 번 섞여 나왔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없거나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면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혈뇨는 단순한 염증이나 결석부터 방광암 등 악성종양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보이는 혈뇨는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실제 육안적 혈뇨가 있는 환자의 10~30%에서 요로상피암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반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현미경적 혈뇨는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암 발생 가능성과 필요한 검사가 달라진다.
부천세종병원 안동현 과장(비뇨의학과)은 14일 “혈뇨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통증이 없거나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혈뇨의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혈뇨에도 종류가 있다…육안적 혈뇨는 반드시 정밀검사
혈뇨는 크게 육안적 혈뇨와 현미경적 혈뇨로 구분한다.
육안적 혈뇨는 말 그대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태다. 소변이 붉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면, 현미경적 혈뇨는 소변 색깔에 특별한 변화가 없지만 소변검사에서 적혈구가 확인되는 상태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특정 음식이나 약물, 대사물질 등에 의해 소변 색깔이 붉게 변하는 가성 혈뇨도 있다.
혈뇨의 원인은 ▲암 ▲감염 ▲염증 ▲결석 ▲전립선질환 ▲요로계 기형 등 다양하다.
배뇨통이나 옆구리 통증, 발열, 배뇨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감염이나 결석 등 원인을 우선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월경 등 산부인과적 원인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비교적 명확한 양성 원인이 확인됐다면 우선 해당 질환을 치료하고 소변검사를 다시 시행해 혈뇨가 지속되는지 확인한다.
문제는 특별한 통증이나 다른 증상 없이 혈뇨만 나타나는 경우다.
특히 육안적 혈뇨는 요로상피암 등 악성종양의 신호일 수 있어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안 과장은 “소변에 피가 보였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그러나 혈뇨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원인 질환이 없어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현미경적 혈뇨, 암 위험도에 따라 검사 달라져
육안적 혈뇨와 달리 현미경적 혈뇨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정밀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환자의 나이와 흡연력, 소변에서 확인되는 적혈구 수, 요로암 위험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위험군별 요로암 발생률은 저위험군 0~0.4%, 중간위험군 1.0~3.1%, 고위험군 5.7~6.3%로 제시된다.
저위험군은 60세 미만 여성 또는 40세 미만 남성이면서, 흡연경력이 없거나 흡연경력 10년 미만, 소변검사에서 고배율 시야당 적혈구가 3~10개 확인되며 별다른 요로암 위험요인이 없는 경우다. 이 조건에 모두 해당해야 한다.
이 경우 즉시 침습적인 검사를 진행하기보다 6개월 후 소변검사를 다시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적할 수 있다. 재검사에서도 혈뇨가 확인되면 위험도를 재분류해 추가 검사를 고려한다.
중간위험군은 60세 이상 여성이나 40~59세 남성, 10~30년의 흡연경력, 소변검사에서 고배율 시야당 적혈구 11~25개 확인 등 위험요인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다. 이 경우 요도·방광내시경과 신장 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한다.
고위험군은 60세 이상 남성, 30년을 초과하는 흡연경력, 소변검사에서 고배율 시야당 적혈구 25개 초과, 과거 육안적 혈뇨 경험 등이 대표적이다. 고위험군은 요도·방광 내시경과 요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요로암의 위험요인은 흡연과 나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빈뇨, 급박뇨, 배뇨통 등 자극성 하부요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나 과거 골반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 일부 항암제 사용 이력, 요로암 가족력, 린치증후군,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직업적 노출 등도 고려해야 한다.
■ 초음파와 CT, 어떤 검사가 더 정확할까?
혈뇨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다.
대표적인 검사로는 초음파, CT, 요도·방광 내시경 등이 있다.
초음파는 방사선 피폭이 없고 비교적 간편하게 신장과 방광의 구조적 이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작은 병변이나 일부 요로계 이상을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CT는 요로계 구조를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 결석이나 종양 등 원인 질환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방사선 피폭과 비용, 조영제 사용에 따른 고려사항 등이 있다.
요도·방광 내시경은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방광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다. 방광에 발생한 종양 등 이상 병변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사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무조건 CT가 좋다거나 초음파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위험도와 증상,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검사를 선택해야 한다.
■ 아스피린 때문에 혈뇨? 정밀검사에서 이상 없다면?
혈뇨 환자들이 흔히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약물은 출혈을 쉽게 일으키거나 출혈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을 복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혈뇨의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약물 복용과 별개로 요로계 질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 역시 적절한 혈뇨 평가가 필요하다.
정밀검사를 모두 받았는데도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혈뇨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검사에서 명확한 원인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 당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적 이상이나 종양 등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반복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환자의 위험도와 혈뇨 지속 여부 등을 고려해 담당의와 추적검사 필요성을 논의해야 한다.
다만,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의 경우 정밀검사 후 36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도 혈뇨가 지속된다면 새롭게 방광암이나 신장종양 등이 발견될 가능성이 1.2~1.3%로 제시된다. 처음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해서 이후 발생하는 모든 혈뇨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몇 년 전 검사했는데 또 해야 할까? 중요한 건 적절한 진단 시기
과거 혈뇨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면 이후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지도 궁금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인 재검사를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검사 시점과 결과, 현재 혈뇨의 양상, 위험요인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이전에 없었던 육안적 혈뇨가 새롭게 나타났거나 혈뇨의 정도가 증가하고 새로운 배뇨 증상이 발생했다면 재평가가 필요하다.
혈뇨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고, 그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감염이 원인이라면 해당 감염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고, 결석이 발견되면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종양이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면 요관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나 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 등 추가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혈뇨 진료의 핵심은 모든 환자에게 같은 검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위험도에 맞춰 필요한 검사를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는 것이다.
부천세종병원 안동현 과장(비뇨의학과)은 “혈뇨가 발생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증상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필요한 검사를 미루거나, 과거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이유로 새로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혈뇨는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하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찾아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자신의 위험도에 맞는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