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동안(8월 12일~12월 15일) ‘나는 삼식이다’ 10회를 연재해온 돌고래(필명)님은 국제협력기구 코이카를 통해 지난 해 12월 말부터 1년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업부에 중소기업진흥 자문단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삼식이, 에티오피아에 가다’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글로 담을 계획입니다.

<이어서 계속> 아셀라에서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나를 배려한다고 침대가 있는 독방에서 자게하고 다른 대원 2명은 거실 소파에서 잤다. 일어나 보니 옹그리고 자고 있다. 남을 위한 배려로 내가 불편해도 감수하는 이 희생정신이 야 말로 그간 코이카를 버텨온 기둥들이 아니었나 생각을 하여 본다.

오늘은 이곳 아셀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마을 사업과 현지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단원의 학교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접목하고 있는 “한도데”라는 곳을 가기 위하여 아셀라에서 이태아까지는 미니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한다. 가는 동안 이곳의 운송 수단인 “바자지” 와 “가리” 그리고 물건을 운반하는 “당나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태아에서 한도데까지는 말로만 듣고 수도에서는 볼 수도 없었고, 단지 차를 타고 가면서 보기만 했던 바자지에 6명 모두가 타고 간다.

▲(왼쪽) 운송수단 '가리' (오른쪽) 운송수단 '바자자'

잠시지만 바자지를 타고 가면서 옛날의 추억에 잠긴다. 그때는 아주 어린 시절로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품에서 그 삼륜차를 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리고 그 후에 나온 것이 시발택시라는 합승차 이었는데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었다. 그러고 보면 이곳의 운송수단 사정이 우리네 60년도의 시절과 같은 것 같다. 또 “가리”라는 운송수단은 말이 끄는 것으로 우리네 우마차와 비슷하지만 마차의 크기가 작다.

▲'새마을 운동의 결과'

10여분 넘게 덜덜거리는 바자지를 타고 가서 내리니 새마을 운동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은 한도데에 도착을 하였다. 특히 많은 어린아이들이 우리를 둘러싼다. 까만 얼굴의 하얀 눈동자들의 아이들이다. 아주 어린애부터 좀 나이 든 애들까지 아마도 한국이었으면 바로 머리도 쓰다듬고 안고 하였을 텐데, 어째 선뜻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안고 하기가 어렵다. 왜 일까? 남루한 옷 때문일까? 다른 문화로 인한 것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곳 새마을 운동에 참여 하고 있는 여자 단원이 그냥 마구 그 애들을 안고 입을 맞추고 눈인사도 하며 머리도 쓰다듬고 한다. 이렇게 이들과 가까워지기 까지 많은 노력을 하였을 것이다.

▲한도데 새마을 운동

이곳에 온지 두 달 만에 이들과 이렇게 가까워 질 수 있었음은 이들을 사랑하고, 이들을 배려하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어 주고, 같이 기뻐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단원이 어떻게 이들과 함께하며 친숙해 질 수 있었는지는 그녀가 쓴 글속에서 알 수 가 있다. 어느 여성이 손가락이 다쳐서도 비용이 없어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친 손이 덧나서 손가락을 절단을 하여야만 하기까지 되었는데도 수술비용이 없어서 절단을 못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그들의 마음을 열었고, 그들의 아픈 마음을 같이하는 일련의 활동 속에서 이와 같은 행동이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나도 이 어린 단원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을 하여 보지만 선뜩 그들에게로 다가가는 것이 왜 어려운지 모르겠다.

▲현지인의 집

이들이 살고 있는 전통가옥을 둘러보는데 같이 간 시니어 분이 이 가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여 준다. 우선 나무를 잘라서 동그랗게 벽을 세우고 그 틈을 가축의 배설물로 채우며 지붕을 나무로 역은 후에 나무의 잎사귀로 메우면 되는데, 기초가 없이 만드는 이 집의 경우 시간이 흘러가면서 기초가 약하기에 기울어지게 되고 지붕 등이 빗물로 새게 되면 이는 가축의 우리로 사용하고, 그 옆에 다시 같은 집을 짓게 된다고 한다. 이분의 이야기가 시멘트로 조금만 기초를 하여 주면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한숨을 짓지만 이들에게는 적은 시멘트를 살 돈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하여 자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새마을 운동을 도입하여 적은 저수지도 만들고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도 하는 우리의 단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러한 희생과 사랑이 나올까 하는 생각에 젓는다.

▲건기의 저수지

우리 단원들이 만든 저수지를 가 보았다. 지금은 건기이기에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고 물도 없는 이곳이 에티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우기가 되면 물이 모이고 이 물로 농사도 짓고 이들이 키우고 있는 가축들이 목축임의 소중한 생명 연장의 자원이 된다고 한다.

▲이태아 초등학교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올해 초에 이태아 라는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단원의 학교를 바자기를 타고 방문을 하였다. 이곳의 에티는 햇볕은 따가울 정도 내려 쪼이지만 습기가 없고 매우 건조하기에 이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하고 시원하지 않을까 생각에 잠겨본다. 학교에서 나와 이태아 정류장까지 가야 하는데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한참을 걸어가도 미니버스도 서지 않고 바자지도 보이지를 않는다.

▲'버스 정류장'

이곳 에티에 와서 걷는 것에 이골이 났다고는 하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따가운 햇볕 속에서 계속 1시간을 넘게 걸어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을 한다. 전화를 하면 온다고 했던 바자지의 기사에게 전화를 하여도 받지도 않고, 그냥 기다릴 수는 도 없고 하여 걷기는 하지만 한번 기립성 저혈압으로 졸도를 하여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좀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조용히 기도를 하며 걷고 있는 중에 한 대원이 소리를 지르면서 한 차량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그 차량을 쫓아간다. 알아보니 새마을 이동차량이 지나간 것을 보고 세우느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에 모두들 손을 흔들고 소리를 치자 가던 차량이 우리를 향하여 후진을 한다.

드디어 이태아까지 갈 수 있는 차를 만난 것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황량한 사막에서 차가 고장이 나서 사막한 가운데 나있는 까만 아스팔트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차 한대가 온다. 온 힘을 다해 손을 흔들어 세우고 같이 타고 가는 장면이 생각나게 한다. 6명이 말 그대로 구겨 타고 이태아 도착하여 식당에 가니 이런 세상에, 모든 메뉴가 “옐름”이란다. “옐름”은 이곳의 말로 없다는 것이다. 허기진 배를 잡고 다시 아셀라로 움직여야만 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태아에서 아셀라까지 가는 미니버스가 없는 것이다.

아셀라에서 5일장이 열리는 토요일이라 모든 사람들은 5일장에 가고 싶어 하는데 이동을 위한 차량은 없다. 알고 보니 이곳 이태아 쪽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차량을 움직일 수 없으니 들어와야 하는 생필품이 들어오지 않고, 식당에 식재료가 떨어지고, 사람들은 5일장으로 가고 싶어 하고 하니 온 이태아 정류소는 사람들과 5일장에 내다 팔 물건과 뒤섞이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늘 중에 아셀라까지 갈 수가 있을까? 그런데 이곳의 시니어분이 한 번에 판단을 한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는 것만이 다음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고 또 안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바자지를 두 대를 불러 이태아에서 아셀라까지 간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어떤 내용인지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이해를 돋기 위해서 한국의 실정에 맞추어 재구성을 하여 보기로 한다. 경기도에 있는 안성의 5일장을 갔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수원까지 돌아와야 하는데 갑자기 차를 탈수 없는 상황이 되어 농가에서 쓰고 있는 경운기를 빌려 추가 비용을 내고 수원까지 가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평소 같으면 이태아에서 아셀라까지는 바자지가 가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걸이가 30km 가되기에 이 거리는 바자지가 가기에는 먼 거리이기 때문이다. 미니버스의 10배비용인 200비르를 준다고 하니 움직인다. 이를 타고 시속 30에서 40km로 1시간 반을 타고서 이셀라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 되었다. 그러고 다시 들어간 식당에서도 모든 메뉴가 안 된다고 한다. 할 수 없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비싸지만 호텔 식당을 이용하는 수밖에. 시장이 반찬이라고 이 곳에서 먹은 양고기 슈트는 너무나 맛이 있다.

▲'바이오파크'

또 이곳의 아셀라에 “바이오파크”라는 작은 호수가 있는데 풍광이 좋다고 한다. 우리는 또다시 바자지를 타고 움직인다. 드넓은 호수는 아니지만 자그마한 호수가 우리를 반겨준다. 나는 이러한 호수가 이 에티오피아에 수없이 많다면 이 지긋지긋한 빈곤에서 벗어 날 수도 있을 텐데 하면서 그 호수 주변에 심어 있는 유프라테스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나만의 상념에 잠겨 본다. 작은 호수를 감상하고 숙소에 돌아와 보니 어느덧 주위는 컴컴해져 온다. 오늘은 주인집에서 이곳의 전통 음식인 “삼보사”를 대접을 할 테니 6시까지 오라고 하였다. 그래도 예의상 6시가 조금 넘어서 가니 집 주인이 그때서야 집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전통음식 “삼보사”를 만들어서 먹기까지 대략적으로 2 시간이 더 걸릴 텐데 하면서 이 배고픔을 어떻게 할까? 기다리고 있자니 집주인이 과자, 사탕, 초콜릿을 내온다. 그래도 이것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궁리궁리 끝에 잠시 숙소에 가서 기다리겠노라고 하고 빠져 나올 수밖에는 없었다.

숙소에 와 보니 이미 집에 있는 시니어 분께서 김치찌개와 밥을 한 상 차려 준비가 다 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허기진 배를 허겁지겁 채우고 나니 주인집에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오라고 한다. 가보니 거하게 한 상이 또 차려져 있다. 이미 배를 채운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준비한 음식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도 준비한 성의가 있으니 먹을 수밖에, 이렇게 아셀라의 두 번째 밤이 깊어간다.

다음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기도부터 나온다. 만약 이곳 이셀라에도 이태아처럼 기름 사정이 안 풀렸다면 계획한 데로 오늘 아디스아바바로 귀환이 불투명하다. 주일이라 이곳의 현지 성당을 방문하여 예배를 보고 아셀라 정류장으로 향한다. 역시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무질서 속에서도 길게 서 있는 줄을 물어물어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차량을 기다리는 줄을 찾으니 줄이 너무나도 길다.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차량을 이곳에 있는 대원들과 같이 걱정하는 마음으로 뙤약볕에서 기다린다.

차가 들어오는데 대형 버스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그 차량을 향해 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질서라는 것이 있었다. 기다리며 줄을 서 있던 사람부터 차례로 태운다. 우리 앞 10명 앞에서 안 된다고 한다. 이 차량을 타면 아디스에 갈 수 있는데 생각하고 있는데 이곳의 대원이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된 것이 잘된 것이라 한다. 대형 버스는 속도도 느리고 자리도 불편하기에 미니버스가 좋겠다고 한다. 또 다시 기도가 절로 나온다.

기다린 지 2시간 만에 우리 앞에 미니버스 한대가 선다. 밀리고 밀치며 가운데 줄을 선 사람부터 태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곳의 정리 요원의 덕분에 마지막 승객 2명을 남기고 탈수 있었다. 미니버스에 탄 우리나 우리를 위해 같이 기다려 주었던 이곳의 대원들 얼굴 속에 안도의 한숨과 탄성이 나온다. 드디어 아디스아바바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탄 좌석은 미니버스의 맨 뒤쪽이다. 평소에는 4명이 앉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