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동안(8월 12일~12월 15일) ‘나는 삼식이다’ 10회를 연재해온 돌고래(필명)님은 국제협력기구 코이카를 통해 지난 해 12월 말부터 1년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업부에 중소기업진흥 자문단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삼식이, 에티오피아에 가다’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글로 담을 계획입니다.

▲ 전통시장 '숄라 마켓'

<이어서 계속> 감기에 걸렸다. 머리가 조금씩 아파온다. 목소리도 점점 쉬어가면서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도 아디스아바바를 알기 위해서 빨리 현지 적응을 위하여서는 다시 힘을 내어 움직여야 한다. 이 모두가 나 혼자서 다음주부터 이곳의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하기에 몸은 천근 만근처럼 무겁지만 준비를 하였다. 먼저 움직인 단원들부터 메시지가 왔는데 우리가 묵고 있는 가브리엘 쪽의 버스 정류장에서 거리축제가 있어서 거리를 통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가야 하기에 좀 일찍 가야 한다고 한다. 여기 에티에는 시도 때도 없이 축제다 국제회의다 하여 거리를 통제를 하고 정류장을 폐쇄하고 다른 곳으로 정류장을 옮기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지름길을 나두고 미니버스를 타기 위하여 멀리 돌고 돌아서 에벤에셀 국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려 갔다. 예배를 영어로 진행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다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같이 하는 복음성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성가와 동일하여 나는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찬양을 할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한국교회의 지원을 받아 지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병원인 명성병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 병원에 딸려 있는 교회를 방문하려 한다.

우리는 점심 뒤 또 미니버스를 타고 다른 전통시장인 숄라 마켓으로 갔다. 이곳에서 1월 초에 아셀라는 곳으로 부임할 예정인 여자단원이 이불을 샀다. 아셀라는 이곳 아디스아바바보다 평균고도가 500m 정도 더 높은 지방 도시이며 그 도시에서 제일 높은 곳은 4200m라고 하니 이곳 아디스 아바바보다 더 춥다고 한다. 그래서 아디스에서 쓰던 것 보다 더 두꺼운 이불을 사가야 한다고 한다. 한 개 밖에는 없는 이불인지라 매번 세탁을 할수도 없으니 대안으로 표면이 매끄러운 타입의 솜이불로 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 여자 단원의 나이가 아마도 한국에 있는 내 딸과 비슷한 것 같은데 추위 때문 두꺼운 솜이불을 사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쉽지 않은 결심을 하고 이곳에 온 것이 남을 위한 사랑이고 봉사요 젊음이 아닌가 한다. 구입해 간 이불로 춥지 않게 잘 견디길 수 있길 기도한다. 그래도 지방 보다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했다고 하면서 함박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니 역시 젊은 좋은 것 같다.

같이 간 남자 단원은 시장의 여러 상점을 돌면서 흥정을 한다. 한 장에 200비르 짜리 반팔 티를 이곳에서 2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단원의 현지어 통역으로 두 장에 150비르 에 구입을 한다. 현지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역시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 같다. 농담하면서 물건 값도 마음대로 흥정도 하고 깎고 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1년간 이곳에서 적응하며 살기 위해서는 현지어인 암하릭어 습득이 필수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슈퍼마켓인 “쇼아”라는 큰 몰에 들어 갔다. 이곳 에티에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기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공산품인 햄, 소시지, 참치 캔 등을 포함 일반 생필품들을 에티의 주위의 국가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입맛에 꼭 필요한 김치 고추장, 된장, 김, 새우젓, 콩나물, 건어물 등은 당연히 없다. 그러니 우리의 조리장인 남자단원이 오늘 저녁에는 없는 재료로 무엇을 해 먹어야 하는지 걱정을 늘어 놓는다.

내가 제안을 하나 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신 김치가 남아 있으니 이것을 베이스로 하여 부대찌개 재료를 구입하여 부대찌개를 해 먹자고 말이다. 바로 햄, 소시지, 상추, 감자, 고기 등의 재료를 산다. 나는 이곳에서 수입 쌀을 49비르에 1Kg 구입을 하였다. 이곳에서 먹는 쌀은 우리가 일명 “알랑미”라고 일컫는 길쭉한 모양의 쌀인데 밥을 해 놓으면 끈기가 없어 밥알 하나하나가 따로 분리가 되는 타입이다. 바람이 불면 날라갈 정도로 끈기가 없다.

이는 이곳의 에티의 주식이 인젠라 이다 보니 쌀도 재배를 하지만 인젠라를 만드는 재료니 “태프”라는 것과 밀을 주로 재배하고 있어서 쌀의 경우 거의가 수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 수입국은 인도, 파키스탄과 태국인데 이중 태국산이 비싼 편에 속하며 이 쌀에 물을 많이 붙고 밥을 한 후에 뜸을 좀 오래 드리면 그런대로 찰기 생겨 우리가 먹는 밥과 비슷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곳 슈퍼마켓에서는 태국 쌀은 없고 파키스탄 쌀이다. 사면서 한국에서 먹는 우리네 쌀과 유사한 것을 구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 '알랑미'

지금 산 쌀로 이번 주에 이사를 하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일반 전기 밥솥으로 밥을 하여 먹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아디스 아바바의 평균 고도가 2400 m 이다 보니 한국의 한라산 보다 높고 백두산 보다 조금 낮은 곳이라 기압이 해면 보다 매우 낮다. 내가 가져온 일반 전기 밥솥이 압력밥솥 타입이 아니라 한국에서 이것으로 밥을 지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 높은 고산 지대에서 어떻게 밥이 지어 질지 궁금도하고 걱정도 된다.

숙소로 돌아와 남아 있는 신 김치와 사가지고 온 식재료를 베이스로 하여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모양은 부대찌개와 비슷한데 어찌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조금 다르고 뭔가 허전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그래도 우리의 주방장인 일명 임 엄마(이는 내가 늘 우리를 위하여 밥을 짓는다고 해서 별명을 붙여 주었다)가 열심히 만든 것이고 많은 재료가 들어가 인지 지금까지 이곳에서 먹은 어떤 것 반찬보다 도 맛은 있다.

남들에 비하여 약한 내 기관지에 탈이 난 것 같다. 이를 본 여자 단원이 자기가 갖고 있던 감기약을 내 놓는다. 보니 한국에서 오면서 가져 온 것 같은데, 자기가 감기에 들면 잘 나아서 사가고 온 것일 텐데 선뜻 내놓는다. 자기도 잇몸이 아파서 고생하고 있거늘 나를 위하여 내놓는 희생정신이야 말로 남을 사랑하고 배려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 오늘도 잠을 푹 자야 한다. 내일은 에티에서의 첫 출근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돌고래: KINGPHIL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