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의 공산주의에 대항해 투쟁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관

<이어서 계속>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공산주의에 대항해 투쟁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관(red terror martyrs memorial museum)을 둘러보았다. 과거 50년대 에티오피아는 한국보다 잘 살아서 6.25전쟁 당시 우리에게 처음으로 황실 근위대 각뉴(Kagnew)를 파병해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싸우며 울고 뒹굴었던 전우의 나라이자 병원을 만들어 준 나라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 세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는 에티오피아를 전쟁에서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여러 번의 외침으로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잃기도 했으나, 끝까지 투쟁하여 독립을 지켜온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는 1974년도에 군부 쿠데타로 봉건왕조의 황실 정치에서 공산주의 정권으로 바뀌면서 몰락하게 되었다. 1991년도에 이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몰아내고 과도 정부가 들어선 후에 1995년도 총선을 치러 에티오피아 연방 민주공화국으로 출범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몸 바쳐 싸웠고 수많은 피를 흘렸다고 한다.

▲공산주의 정권에서 당시 땅에 파묻어졌던 사람의 해골과 뼈를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 박물관은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건립되었고, 당시 공산주의 정권하에 거의 50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한켠에 당시 땅에 파묻어졌던 사람의 해골과 뼈를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신원이 확인이 안 되어 있는 해골 무더기와 당시 이들의 시체를 묶었던 끈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었고, 모형이긴 하지만 고문도구까지 있어 마음이 착잡하고 섬뜩했다.

이들의 숭고한 민주주의를 위한 그리고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정신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태두리 안에서 또 이를 빙자하여 인간의 광분과 욕망, 탐심에 의한 죄성을 볼 수 있었다. 기념관 앞에 서 있는 동상에는 세 명의 여인이 서 있고 한 사람은 옷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발밑에 쓰인 글귀는 “NEVER, EVER AGAIN.(다시는 절대 안 된다)”로 다시 한 번 이곳의 에티오피아가 얼마나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던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또한 아직도 공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게 됐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70년이 가까이 분단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 이국만리에 나와 있으니 더욱 그리워지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외국에 나와 있으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늦게 합류한 단원들을 위하여 다시 스타디움 하부의 가죽 판매하는 곳으로 가서 물건들을 보고 있는 데 스타디움의 한켠 매표소에서 표를 팔고 있다. 물어 보니 1시간 반 후에 에티오피아 분나(커피) 클럽과 아와사 팀의 축구 경기가 있다고 한다. 입장료를 물어 보니 5비르라고 하여 우선 가죽가게를 더 둘러보고 음료를 산 다음 표를 사려 하니 줄이 길게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좀 더 짧은 줄을 찾아서 표를 구입하려 하니 이번에는 10비르를 달라고 한다. 그새 올랐나? 아니면 경기 시작에 임박하여 표를 구매하면 가격이 올라가나 하는 여러 가지 추측 속에서 표를 구매하여 입장을 했다.

들어가 앞에서 5번째 정도의 뒤의 의자를 앉게 되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가 한결같이 같은 행동을 하는데 모두 종이 냅킨으로 관람석의자를 닦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보니 종이 냅킨에 먼지가 묻어 나온다. 그러자 우리 일행도 일회용 물 티슈를 이용하여 닦기로 하였는데 바로 포기하고 말았다. 한 장의 물 티슈로는 도저히 불가능했고 닦았던 곳에 물기와 함께 남아 있는 먼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우리는 어떻게 경기를 하고 응원을 하는지 등의 문화 체험을 주 목적이니만큼 끝까지 경기 관람을 할 의사는 없었기에 끝나고 나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는 것으로 하고 그냥 앉아서 관람을 하기로 했다.

▲축구 응원 모습

차츰 경기장이 눈에 들어오고 주변인들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왜 우리가 10비르를 내고 들어 왔는지 알게 됐다. 다시 말해서 골대 바로 뒤편 양쪽은 응원 골수팬들이 앉는 곳으로 관람석 의자도 없어 5비르이고, 중앙의 관람석이 2개로 나누어 있는데 해를 등진 본부석을 100비르 그 중 가장 가운데 본부석은 200비르라고 한다. 그리고 본부석 양끝에 조금 남아있는 좌석과 해를 바로 받는 본부석 맞은편에 쪽의 관람석이 있는 자리가 10비르였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외국팀이 와서 경기를 할 경우 본부석 제일 중앙의 경우 2000비르까지 오른다고 하니 이곳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5비르에 들어가고자 했던 골대 뒤 입장권 자리에 응원 부대들이 앉아 응원을 하는데 더 익사이팅하고 약간의 그늘이 있어서 좋아보였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우리로서는 햇볕을 정면으로 받게 됐다. 이는 뜨거운 사우나 저리 가랄 정도의 햇살이었다. 그리고 이 뜨거운 햇살 속에서 20분정도 관람하다가 모두가 지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에티의 명동으로 불리는 거리

축구장을 뒤로 하고 찾아 간 곳은 에티의 명동이라 불리는 보레(BOLE) 근처에 있는 프랜드쉽하이퍼마켓(Friendship hyper market)으로, 대형슈퍼였다.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이 있었지만 품질과 가격은 아직 모르겠다. 아마도 조금은 더 비싸고 품질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 주 이사를 하고서 다시 찾게 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곳에서 아침에 샀던 커피그라인더가 매장에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가격이 딱 두 배였다. 이곳에서는 잘 알고 사면 아주 적절한 가격의 금액으로 살 수 있으나 모르면 많이 돌아보고 사야 한다. 프랜드쉽 하이퍼 마켓은 거의 외국인이 이용하는 곳이므로 정찰제이고 영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있고 흥정이 필요 없어 좋으나 물건 값이 비싸 물건구매에 있어서는 좀 고려해야할 것 같다.

프랜드쉽 하이퍼 마켓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걸어서 한국의 명동과 같은 보레로 갔다. 말이 아디스의 명동이지 먼지와 차로 어수선했다. 가는 길에 북한 대사관 푯말을 볼 수 있어서 사진 한 컷을 찍어 놓았다. 예전에 에티가 공산주의 국가일 때는 북한과 관계가 좋아서였던지 이처럼 좋은 곳에 대사관을 지을 수 있었던 같다. 한국 대사관은 외곽에 있는데 말이다.

▲보레의 오락실 펌프

이곳에서 참으로 신기한 것을 보았다. 우리가 찾아 들어간 곳은 “에드나 몰” 이라는 곳인데 우리네 Game room 정도 생각을 하면 되는 데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 곳에서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펌프(DDR)를 발견했는데 K-POP에 맞춰 펌프를 하고 있다. 카라, 오렌지 캬라멜, 시크릿의 최신곡과 함께 뮤직비디오가 나오니 K-POP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EXO의 팬이라는 에티의 소녀들을 만나 인증샷도 남겼다.

▲칼디스 커피

 

잠시 보레 지역을 감상하고 우리네 “스타벅스”와 유사한 “칼디스”라는 곳에 들러 잠시 쉬면서 커피와 아이스크림도 먹고 단원들과 담소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재충전했다. 그리고 또 걷는다. 걸어서 한국식당인 대장금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외국에 있는 한국식당 이름들은 유사하다. 어디에 나가서든지 아리랑, 경복궁, 대장금 서울가든 등만 찾으면 한국식당을 찾을 수가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등갈비 요리를 주문하여 열심히 먹고 주린 배를 채운 후에 또 죽음의 미니버스를 3번씩 갈아타면서 숙소로 들어가니 이런 된장! 또 정전이다. 가장 먼저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단원들이 말하길 내가 연장자이니 먼저 샤워를 하라 한다. 정전 전까지 온수기에 물이 데워져 있으니 더운 물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모두들에게 미안했다.

겨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여 서바이블 키트에 있는 적은 LED손전등을 찾아 들고 더운물을 틀어 놓고 샤워를 하려 하니 내가 이 더운물을 다 쓰면 다른 단원들이 못 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겨우 찬기만 면한 물로 샤워를 했다. 이곳의 특징은 각 집과 관공서에는 냉난방 시설이 없다. 왜냐하면 연평균 기온이 24도로 최저 4도에서 28도 정도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저녁의 기온은 외부 기온이 8도 정도이고 실내기온은 10도~15도 정도일 것이다. 이런 곳에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춥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루 종일 흙먼지 속을 걸어 다니고 많은 사람들과 부딪쳤으니 세심히 안 씻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신었던 양말까지 빨고 목욕탕을 나오니 이런 아뿔싸!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줄 알았으면 더운물로 몸을 데운 후에 샤워를 할 껄 했으나 이미 떠나간 버스와 같은 것이었다. 이로 인해 감기가 옴팡지게 들게 되어 1주일 넘게 고생하게 되는 시초가 될 줄이야. 그래도 오늘 강행군을 했으니 주일은 좀 늦게 출발하여 국제 에벤에셀 교회에 갔다가 다른 재래시장을 돌고 일찍 들어와 쉬자는 내일의 계획을 세운다. 오늘 밤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돌고래 : KINGPHIL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