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동안(8월 12일~12월 15일) ‘나는 삼식이다’ 10회를 연재해온 돌고래(필명)님은 국제협력기구 코이카를 통해 지난 해 12월 말부터 1년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업부에 중소기업진흥 자문단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삼식이, 에티오피아에 가다’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글로 담을 계획입니다.

오늘은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한국이라면 떠들썩한 분위기일 테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우선 에티오피아(이후 에티)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다. 인구의 50%가 기독교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독교 문화를 갖고 있기에 크리스마스 역시 ‘그들만의 문화’로 조용하게 보낸다. 한편 나는 에티에 온지 두 주가 지나도록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새벽 3시에 깨어 1시간 뒤척이다가 일어나 삼식이 일상사를 쓰고 있다.

오늘은 내가 일을 하게 될 산업부를 방문하는 날이다. 아침을 챙겨먹기 위해 식당을 가보니 코이카 일반남자 단원이 감자를 썰고 있었다. 나도 밥을 해 먹으려 하니 그 단원이 아침 준비가 다되면 부를 것이니 그때 오라고 말한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참치 캔과 김을 가져온다고 하니 ‘그 귀중한 것’은 잘 보관해두고 나중에 사용하라고 일러줬다.

그럼 일명 ‘봉다리 다방 커피’ 맥심을 주겠다고 하니 대 환영이다. 잠시 후 밥이 다 되었다는 전갈이 있어서 내려가 보니 볶음밥과 함께 감자볶음과 김치가 나와 있다. 에티에서의 처음 먹는 아침밥이 밥과 김치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반가움에 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다방커피를 보는 단원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더 큰 탄성을 자아냈다. 그렇다. 외국에 나와 보니 자그마한 것에도 감사하고 고마워 한다. 모든 일상이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곳 에티의 아디스 아바바 코이카 유숙소는 참으로 복잡하다. 임지로 가려 준비하는 단원, 지방에서 잠시 수도로 출장을 나온 단원, 임기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는 단원들이 잠시 머물러 있다가 가는 곳으로 매우 분주하고 바쁘다. 이번 주에도 3명의 단원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을 위하여 준비를 하고 있다. 매우 마음이 설레일 것이다.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을 뒤로하면서 섭섭함도 있을 것이다. 나도 내년 이 맘 때쯤이면 이와 같이 준비를 하고 있겠지 생각을 하면서 오늘 만날 산업부 직원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설렜다.

출근하여 잠시 이 메일을 정리하고 차를 타고 사무소의 김 부소장 김 과장님하고 산업부로 갔다. 이 곳 아디스 아바바의 교통사정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는 들었지만 교통체증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10시 출발하여 대략 30분이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나 1시간이 훨씬 지나서 도착을 하여 보니 담당자는 급한 다른 미팅이 있어 나갔다고 한다. 오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사무소에 돌아오는 길에 부소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차에서 나누었다. 한국의 개발원조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물량에 있어서는 중국을 따라 갈수 없다고 한다. 비록 차관으로 빌려 주는 돈이지만 중국이 전세계에 쏟아 붙는 ODA(정부개발원조)의 지출비용이 세계에서 6위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많은 중국의 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 에티오피아에서는 중국의 차관으로 중국인들이 들어와 직접설치한 SOC 설비가 조기에 망가지고 있고 보수도 안 되고 있어 에티에서의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단다. 따라서 밖에 나가 돌아다니면 에티 사람들이 “차이나”, “차이나”하고 놀릴 것이라고 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독일인과 불란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듯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별할 줄 모르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생각이 되어 쉽게 놀림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K-POP과 KBS world방송 등의 영향으로 한국인이라고 이야기 하면 바로 좋게 인상으로 바뀐다고 하니 내심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다시 산업부로 갔다. 다행히도 기사가 다른 길로 가서 대략 30분만에 도착하여 담당자를 만나니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준비해간 파견공식 문서를 보고서 매우 흡족해 하면서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니 서로 많이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월요일부터 일을 하고자 한다고 하자 준비되는 데로 전화를 하여 준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사무실과 사무에 필요한 집기 비품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담당자는 염려하지 말라 하며 이 일은 자기의 일이니 걱정하지 말하고 한다. 우선 믿어 보기로 한다.

그런데 아침부터 한국에서 로밍을 하여온 내 핸드폰이 먹통이다. 껐다 켜길 수 차례 하였지만 전파수신을 알리는 안테나는 보이지 않고 동그라미에 줄이 그어진 불통의 표시만 계속된다. 이곳에서는 내게 전화할 사람도 없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 걸 일도 아직은 없지만 핸드폰이 안 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내심 초조함이 앞선다. 전화 올 일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전화가 안 되는 동안에 필요한 전화를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우려는 이곳에 사는 동안 접어놓자고 다짐을 하고, 이곳은 아프리카니까 하고 생각을 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있다.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여유로움을 배우고, 쉬어가는 것을 배우고, 느림의 미학도 배우고 가자며 내 마음을 진정시켜 보면서도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핸드폰에 묶여 살고 있었는가를 실감한다.

산업부 담당자와의 잠시 만남을 끝으로 내가살기 위한 숙소를 찾기 위해 선배 자문단이 사용하였다는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예상보다 깨끗하고 아침도 준다고는 하나 한달 900불이면 좀 비싼 생각이 든다. 서울의 강남의 경우는 보증금도 있고 관리비도 따로 내지만 Built-in 에 70만원이면 가능한데 말이다. 좀 더 찾아보기로 하고 다시 온다고 이야기하고 오늘의 업무를 마치고 사무소에 들어가니 이제서야 핸드폰이 작동이 된다.

아내와 보이스톡으로 오늘의 일을 이야기를 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 보니 숙소는 적막강산이다. 모든 불이 꺼져 있고 아무도 없다. 아마도 유숙소에 있는 단원들끼리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러 나간 것 같다.

배는 고프지는 않지만 조금은 먹어 두어야 하기에 식당에 내려가 보니 보온밥통에 밥이 좀 남이 있다. 냉장고에 있는 고추장에 한 공기 밥을 비벼 먹고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돌고래 : KINGPHIL77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