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은 지난 12월 4일 부천교육지원청 앞에서 6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교급식노동자 노동강도 완화 및 안전을 보장하라"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 학비노조는 "그동안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로 노동강도가 가중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려 왔다." 이에 "교육장 면담을 통해 교직원만을 위한 배식대, 국그릇, 식당 등 별도의 교직원 편의 중심 운영을 지양하고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장 재량으로 지도할 수 없다'는 입장만 확인, 이같이 길거리로 나서게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하루 최대 1,500개의 식판을 뜨거운 물에 담가 세척하고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 현실 속에서, 대형 냉면기까지 세척·운반해야 하는 상황은 상지·허리 질환 위험을 극도로 높이고 있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는 "학교급식 기본방향(P14) 위배, 2025년 단체협약 제117조(근골격계질환 유발 작업 제한) 위반으로, 급식노동자의 안전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행위이다."라고 주장하고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1. 2025년 학교급식 기본 방향 준수 및 교직원 편의제공 운영 즉각 시정하라!
2. 냉면기 등 대형기구 사용 실태 전면 조사 및 근골격계질환 예방대책 즉시 마련하라!
3. 부천교육지원청의 ‘권고’ 뒤에 숨는 책임 회피 중단 및 학교장에게 명확한 행정지침 이행하라!
4. 조례에 따른 급식협의회 즉각 구성 및 노동조합과의 정례 협의체 운영하라!
5. 부천교육지원청 급식팀의 갑질·무시 발언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

이어 이들은 "부천교육지원청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외면할 경우,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조합원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법적·사회적 대응을 포함한 정당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학비노조 최진선 경기지부장은 "우리는 지난 기간 동안 매우 정중하게 학교 급식실에서 만연된 가혹한 노동 강도를 줄여보겠다고 호소했지만 유독 부천교육지원청은 냉담하고 고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비노조 김애연 부천지회장은 "저는 오늘 이 추운 겨울에 우리가 국회로 가기 전 부천교육청에 왜 모여여야 했는지 말씀드리고 싶다. 부천교육지원청과의 면담에서 급식실의 가장 노동강도가 심한 교직원 배식대를 없애줄 것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명령할 수 없다. 한 번에 못 바꾼다. 학교 급식 기본 방향에 나와 있으니 교장 간담회를 통해 바꾸시면 된다. 투쟁은 경기도교육청 가서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며, "교직원 배식대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노동을 더 희생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간 이후로 교직원 배식대를 없애는 준법투쟁을 선언한다"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부천시흥김포지부 김성규 의장은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이 국가 시책을 잘했다. 1등을 했다고 선전을 하여 도대체 뭘 해서 1등을 했나 궁금해서 잠깐 검색을 해봤더니 늘봄학교를 많이 지원한 것이 1번 지표였다. 리박스쿨도 그렇다. 이런 것을 최우수 등급 받았다고 그렇게 경기도교육청이 자랑을 하고 있다. 그러니 그런 곳에 정신이 팔려 학교에서 그곳을 만들어가는 우리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겠나? 우리가 이 현장에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국가에서 알아주지 않지만 우리가 손을 잡고 큰 목소리로 국회에 가서 외쳐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일할 맛 나는 학교로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시의회 이종문 의원은 "내년도 교육 예산이 242억이 증가된 680억 원이다. 그래서 예산이 왜 이렇게 증액했나 봤더니 부천고 과학고 전환을 위한 기숙사 설립 비용이 250억 원이었다. 증액이 아니고 기숙사 설립을 하면 교육비에서 8억을 삭감한 예산안이었다. 이게 합당한가? 교육 특권을 임태희 교육감이 살려냈다. 여기 경기예고 조합원들도 오셨는데,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그냥 급식 주고, 예고 학생들에게는 매일 특식을 제공한가? 안 그렇다. 밥은 평등하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먹거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 현장을 정말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세상에 어느 세상인데 선생님 밥그릇을 따로 준비하냐? 즉각 시정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어진 조리실무사 현장발언에서 A 고등학교 한 조리사는 "2025년 학교 급식 기본 방향에는 교직원 식당과 배식대 운영을 지향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천시 관내 중고등학교 52개교가 교직원 식당과 배식대를 따로 운영 중이다. 교직원 식사는 12시, 학생 배식은 1시로 교직원 만을 위한 음식을 11시 50분까지 조리하고, 학생들을 위한 음식을 배식 전까지 조리해야 한다. 밥, 국, 주찬, 부찬, 후식까지 최소 2번을 교환해 준다고 하면 12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주찬이 5분 조리로 뜨겁게 나가려면 3,4번 까지도 교환을 해줘야 한다. 그러면 바쁜 와중에 얼마나 많은 노동과 시간이 필요한가? 같은 공간에서 피와 땀이 녹아버린 노동의 대가로 어떤 이는 특권을 누려가며 식사를 해야 하셔야 하는가? 그러면 안 된다.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식사하면서 예절 지도도 하시고, 조리사 노동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B 고교 한 조리실무사는 "학교 급식은 말 그대로 학생들을 위한 단체 급식이 원칙이다. 학생 외 교직원만을 위해 운영되는 것은 급식의 방향과 취지에 맞지 않다. 교육청은 학교 관계자들에게 학교 급식 운영 때 교직원 별도 편의 제공을 지향한다라고 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여전히 교직원을 위한 배식대를 운영하고 있다. 급식실 한쪽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곳도 있고, 더 힘들게 아예 교직원 식당이 별도로 있는 곳도 있다. 우리의 일은 조리의 일만 아니다. 배식, 청소 등등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교직원 배식대는 학생 배식 전에 이루어지거나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들은 지친 상태에서 밥도 5분 만에 먹고 휴식 시간도 없이 고강도 작업과 배식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어 숙련 인력들이 이탈하게 하는 등 결국 급식의 질과 안전까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교직원 배식대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행사에서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항의 나팔 부르기 등 항의 퍼포먼스, 결의문 낭독, 학비진군가를 마지막으로 버스 15대를 나눠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