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령자들의 의식이 지난 10년간 가족 중심의 부양에서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자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부양을 가족만의 책임으로 보기보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며, 생활비 마련과 건강관리, 가사분담 등에서도 자립과 공평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1일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의 ‘지난 10년간 고령자 의식변화’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부모 부양을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3.4%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17.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가족이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1%에서 2024년 21.9%로 12.2%포인트 감소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23.8%에서 17.0%로 6.8%포인트 줄었다. 부모 부양을 가족 내부의 문제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생활비는 자녀보다 본인·배우자가 마련,
경제적 자립에 대한 인식 변화도 두드러졌다.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본인이나 배우자가 생활비를 직접 마련하는 비중은 74.7%로, 10년 전보다 16.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자녀나 친척의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은 13.1%로, 같은 기간 15.5%포인트 감소했다.
생활비 마련 방법은 근로·사업소득이 48.2%로 가장 많았으며, 연금·퇴직금이 38.3%, 재산소득이 8.2%로 뒤를 이었다. 이는 고령층이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경제활동과 노후소득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다만 생활비를 직접 마련한다는 사실이 반드시 경제적 여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 내부에서도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안정적인 일자리와 공적연금,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지원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건강관리와 공평한 가사분담 중시.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평가한 고령자는 29.7%로, 10년 전보다 8.8%포인트 증가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고령자 비율 역시 52.0%로 9.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고령층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인 노후를 보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질병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운동, 만성질환 관리, 지역사회 돌봄을 연계하는 체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가족 내 역할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52.0%로, 10년 전보다 16.7%포인트 상승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도 49.0%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 가정 내 책임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삶을 존중하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후 준비와 생애 마지막 선택도 변화.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고령자는 64.4%였으며, 주요 노후 준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이 5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례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화장을 선호하는 고령자는 87.5%로, 10년 전보다 19.0%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층이 노후의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도 개인의 의사와 현실적인 여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노후 준비 여부만으로 실제 생활의 안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금 수급액과 의료비, 주거비, 고용 상태 등에 따라 노후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고령자 의식에 맞는 정책 필요.
국가데이터처는 202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112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의 의식 변화는 고령사회 정책도 이에 맞춰 달라져야 함을 보여준다. 가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 돌봄과 지역사회 지원을 확대하고,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고령자에게는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제공해야 한다. 건강관리와 사회참여 기회를 넓혀 고령자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나타난 변화의 핵심은 고령자가 단순히 부양받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적 자립과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동시에 가족과 사회의 공동 책임을 요구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층의 다양해진 가치관과 생활 여건을 반영해 경제적 안정, 건강, 돌봄, 사회참여를 아우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