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갈등 사안으로 ‘의료 대란’ 해결이 선정됐다. 이어서 ‘부동산 문제’, ‘방송 공정성’ 등이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한국갈등해결센터는 지난 몇 년간 많은 공공갈등 사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누적되었다는 인식하에,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갈등관리에 대한 전문가 103명을 대상으로 7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16개의 정책 갈등 사안들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설문조사 결과 8월 13일 밝혔다.

조사 결과, 갈등 해결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다음 다섯 가지가 순위에 올랐다.

① 의료 대란(8.89점)
② 부동산 정책(8.72점)
③ 방송의 공정성(8.60점)
④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전환정책(8.57점)
⑤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8.55점)

이번 조사와 연계해 8월 13일에 개최된 제32차 갈등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갈등관리 전문가들은 각 사안에 대해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국갈등전환센터 박지호 대표는 “의료대란이 의대 정원 확대에서 출발했으나, ‘의료 구조개혁’과 ‘의료계 내부 형평성 문제’로 논의가 확장되며 갈등이 다층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안은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충돌이 불가피하고 직접 합의가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공론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갈등을 다룬 공생기반연구소 조성배 소장은 “6.27 대책은 신규 물량 공급과 세제 완화 중심의 부동산 활성화에서 벗어나, 실수요자 거래와 가격 정상화를 목표로 한 대출 규제 정책”이라며, “시장 과열 진정과 ‘무자본 갭 투자’ 억제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경기 침체·실수요 위축·세입자 부담 증가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국민 생활과 자산에 직결되는 만큼 갈등관리 노력이 필수”라며, “중·장기 과제의 공론화, 단기 조치에 따른 갈등영향분석 및 정책 보완”을 제안했고, “향후 정책 추진에서도 지속가능한 갈등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 대응 갈등을 다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주일 교수는 “전 정부와 달리 적극적 대응이 예상되는 만큼, 전 부처를 아우르는 탄소중립의 컨트롤타워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사안별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방송 공정성 의제에 대해서 발제자인 한국갈등해결센터 이희진 공동대표는 “방송의 독립성과 국민주권을 회복을 목표로 방송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여 우려점을 해소해 나갈 수 있도록 세부 규정을 구체화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향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언론·미디어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과 관련된 갈등에 대해서는 한국갈등해결센터의 장해영 이사가 “편견이나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자신의 입장을 재고하며, 심지어는 의견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갈등해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 순위는 중요한 갈등관리 의제의 순위와는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가장 풀기 어려운 갈등으로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이 꼽혔고, 이어 ‘지역소멸 방지를 위한 행정체계 개편’ 등이 뒤를 이었다.

①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8.25점)
② 지역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체계 개편(7.72점)
③ 부동산 정책(7.48점)
④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전환정책(7.38점)
⑤ 의료 대란(7.29점)

한국갈등해결센터의 전형준 공공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개별 사안의 중요도 순위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이와 더불어 갈등관리 시스템의 보완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갈등관리 기본법 제정, 중립적인 갈등관리 전문기구 설립, 갈등관리 전문가 양성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균 9점이 넘는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한국갈등해결센터의 이희진 공동대표는 “사회적으로 상반된 관점이 충돌하는 정책의 경우, 정책추진에 있어서 갈등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갈등관리에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갈등관리에 대한 현장 경험과 전문적 식견이 있는 전문가 103명의 의견을 모았고, 향후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의제에 대해서는 각 의제별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충분한 사회적 숙의를 거쳐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