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박물관이 "만화 속 페미니즘 메시지 전달을 통해 성평등 인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아들, 딸과 함께 온가족 모두가 보면 좋을 기획전시 <노라를 놓아라_부수는 여성들>준비했다"고 밝혔다.

오는 29일부터 내년 4월 26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제1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컨퍼런스 및 전시개막식을 시작으로 3가지 파트 전시가 진행된다.


관계자는 "여자 아이돌이 여성 문제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누군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힐 때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연일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우월주의’나 ‘남성혐오’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현재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할 페미니즘 담론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오는 29일 오후 1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는 '소녀만화부터 여성서사만화까지 싸우는 여자들의 역사' 조경숙, '웹툰시장 내 백래시 양상과 논리적 허구성, 여성주의 서사는 지금 이곳에서 어떤 당위를 갖는가' 위근우, '페미니즘 여성웹툰, 포기할 수 없는 미래' 탱알 등이 발제를 진행하고 모더레이터 백정숙 씨가 종합토론을, 모더레이터 박희정과 작가 수신지, 미역의효능이 작가대담회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 주제인 노라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879년에 발표한 희곡 '인형의 집' 여자 주인공이다. 노라는 남편의 권위에 복종하고 가족에게 봉사하는 것을 여성의 신성한 의무로 간주하고 살다가 남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다.

그러나 병세를 회복하고 출세한 남편은 자신의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노라를 비난한다.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는 벗어나지만 노라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이 인형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아내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남편에게 노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대답한다.

▲왼쪽부터 내 ID는 강남미인 (기맹기), 화장 지워주는 남자 (이연), 껍데기 (김탐미)

또한 전시 파트는 나혜석의 시 ‘인형의 家’의 한 시구를 전시타이틀로 정했다. Part 1. ‘코르셋을 찢는 여성들’은 ‘여성은 예쁜 외모가 곧 능력이자 권력’이라는 남성중심의 인식을 탈피하여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내 ID는 강남미인>, <화장 지워주는 남자>, <껍데기>가 전시된다.

▲왼쪽부터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어바웃블랭크 (모모), 며느라기 (수신지), 아기 낳는 만화 (쇼쇼), 또리네 집 (장차현실), 하면 좋습니까? (미깡)

Part 2. ‘제도 밖으로 탈주하는 여성들’은 평범한 가정, 보편적인 일상 속에서 행해지는 차별과 불안, 단절과 변화 등에 맞서는, 또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담음 <혼자를 기르는 법>, <어바웃 블랭크>, <며느라기>, <아기 낳는 만화>, <또리네 집>, <하면 좋습니까?>를 전시한다.

▲왼쪽부터 단지 (단지), 그래도 되는家 (우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미역의 효능), 비혼주의자 마리아 (린든)

Part 3.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가부장적 가정과 교회에서 문제의식조차 없이 행해지는 폭력과 성폭력을 실수로 치부하는 현실을 다룬 <단지>, <그래도 되는家>, <아, 지갑놓고 나왔다>,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준비되어 있다.

관계자는 "일본유학시절부터 ‘여자도 인간’임을 주장한 나혜석은 ‘여자이기 전에 먼저 사람’임을 강조하며 가부장적 사회제도가 만든 남성중심에 대한 도전으로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3작품의 여성서사만화를 통해 여전히 여성에게 강제되고 있는 남성중심의 사회제도 및 시각을 조금씩 걷어내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며 "살아있는 여성은 인형일 수 없고, 여성과 남성은 수직, 대립관계가 아닌 수평, 화합하는 관계 즉, 상호 존중하는 관계임을 전시를 통해 다시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껍데기 45화' 중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니까. 멀리 날아가라~ 멀리.. 멀리.. 세상의 모든 한태희에게” 장면을 체험하는 종이비행기 접기 및 날리기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