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코이카 일원으로 살면서 제일 고국이 그리울 때가 명절 때가 아닌가 한다. 고국에서 제일 큰 명절인 구정과 추석 때가 되면 나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이 이유도 없이 신숭생숭해 지게 된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도 생각이 날것이고 두고 온 애인도 생각 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서 또 그리워지는 것이 고국의 맛, 고향의 맛이다.

이는 구정에는 떡국일 것이요 추석에는 송편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이것들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 만들어 먹지를 못하고 있다.

▲구정 격려품

이러한 마음을 알고 있는 코이카에서는 매년 구정과 추석에 단원 격려품을 보내 준다. 금년 초 구정 때도 구정 격려품을 받았지만 그때는 내가 이곳 에티오피아에 온지 얼마 안 되다 보니 한국에서 출발할 때 가져온 음식 재료들이 그런대로 갖고 있었고 또한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기에 격려품을 받고도 그냥 무덤덤했었다.

이곳 아디스아바바에서의 식재료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보자. 이곳에는 한국 식당이 3 곳이 있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많이 있지 않다보니 다른 여타의 외국과 달리 한국 부식을 구할 수 있는 한국인 전용 슈퍼도 없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부식을 공수를 하여 다가 식당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용이 많이 들고 하니 이곳 현지에서 한국의 부식과 유사한 것을 구입하거나 현지에서 부식을 재배하여 음식을 만들어 한국 식당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양은 그런 대로 나오는데 그 맛은 고향의 맛이라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2% 부족할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부식도 먹어서 없어지고 또는 남에게 주어서 줄어들다 보니 이때쯤 되면 한국 부식이 바닥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단원들끼리 수소문하여 라면도 꾸어 먹고 필요한 것은 현지 조달도 한다.

▲외교행량편 추석 격려품

그런데 구정이나 추석 격려품을 받게 되면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이 격려품이 외교행랑편으로 온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외국에 나가 살고 있다고 해도 외교행랑편으로 물건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코이카의 일원으로 진정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민간 외교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외교행량편으로 격려품을 받고 보면 정말로 외교관이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잠시 우쭐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번 추석격려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추석 격려품

작은 박스에 참으로 많이도 들어 있다. 이렇게 담으려 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정말로 무엇을 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많이 들어간 것을 느끼게 한다. 고향의 맛인 고추장, 된장, 참기름, 고춧가루, 라면, 스펨, 육계장, 김, 카레, 참치, 껫잎 통조림, 믹스커피 등이 들어 있다. 보면 볼수록 한국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들만 들어 있다. 이것들만 있으면 이것을 기본으로 채소만 조금 더 들어간다면 어떤 요리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추석 격려품

올해 초 구정에 보내준 것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라면이 바뀌었다. 구정 격려품에 들어 있던 짜빠게티를 본 단원들이 하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너구리가 있으면 짜빠구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이였다. 한국에서 유행하던 “아빠어디가” 라는 TV프로그램에서 처럼 짜빠구리를 만들어 먹기를 원하는 단원들이 많았었다. 이번 추석격려품에는 과자류가 빠지고 너구리가 들어가 드디어 짜빠구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아직까지는 짜빠구리는 만들어 먹어보지 않았지만 한번 도전해 보리라

또 한 가지, 이곳에 와서 음식 만들기 초보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생각하길 조리를 함에 있어서 고추장만 있으면 되지 고춧가루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여 구정 격려품에 있던 고춧가루를 받자마자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한국분 부부에게 주었었다. 그러나 이 고춧가루가 한국 음식을 만드는데 그리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한 달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런데 어찌하랴 이미 준 것을 다시 달라고 할 수 없고 하니 그냥 참고 있었다. 이번에 받은 고춧가루는 내가 음식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이곳 에티오피아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커피이고 그 이름 일러 한국에도 선전에 자주 나오는 아라비카인데, 이는 스타벅스나 유명 커피숍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두커피의 원료이다. 이 아라비카 원두커피는 한국에서는 비싸지만 이곳에서는 한 잔에 백 원 정도의 싼 값에 마실 수 있고 아주 고급 커피점이라고 해도 2500원 정도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왜 그리도 믹스커피가 그리워지는 것일까?

커피 마니아들이 들으면 이런 무식한 사람들 하겠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손쉽게 매일 탕비실에서 만났던 것이 믹스커피이다 보니 우리 입에는 이 커피에 인이 박혀서인가 그 맛이 그리울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아라비카 커피가 좋다고 해도 내가 먹던 것을 못 마시고 못 마실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면 더 그리울 수밖에는 없는데, 격려품에는 이 믹스커피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믹스커피의 또 다른 유용성을 말하자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운 오후에 아이스커피 한잔이라면 원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주요한 업무의 무기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믹스커피는 아라비카라는 품종은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고 이보다 품질이 떨어지며 쓴 맛이 나는 저급의 로부스타라는 품종의 커피를 베이스로하여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 믹스커피 맛에 맛들인 우리에게는 그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무너무 반갑다.

그러면 격려품에 들어 있는 라면 이야기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자.

이곳 에티 사람들은 라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국수 종류라 하면 파스타가 전부이다 보니 라면을 먹는 경우가 극히 적은 것 같고, 그리고 서양 음식과 유사하게 이곳의 음식도 설설 끓는 뜨거운 것이 없다 보니 라면처럼 뜨거운 국물이 있는 것을 싫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이들이 파스타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 나라가 20세기 초반에 잠시 이태리에게 국가 일부가 식민지로 점령당하다 보니 이태리의 그 유명한 파스타가 들어와 에티오피아 국민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라면이라 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가든지 쉽게 구하여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흔한 한국 라면 그리고 세계적으로 그 유명한 한국의 컵라면은 이곳에서는 구입할 수가 없다. 있다면 중국 현지에서 만든 신라면을 수도에서 200km 정도 떨진 한 지방에서는 살수 있다고는 하는데 그 이유가 그곳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들어와 일을 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아디스 아바바 수도에서 구할 수 있는 라면은 베트남에서 만든 라면이나 인도네시아 만든 라면이 고작이다 그런데 이 라면들은 우리네 라면의 크기가 반 밖에 안 되어서 먹으려면 두개를 끓여야 한다. 그리고 라면 뒷면에 있는 내용을 읽어보면 한국 라면처럼 스프에 고기라든가 진공 건조된 야채들은 없고 그냥 향기만 들어간 라면이라서 맛이나 풍미에서 한국의 라면을 따라 갈 수가 없다.

한국 라면이 그리워 중국 마켓에 갔을 때 대만에서 만든 신라면과 비슷한 것이 있어서 구입하여 먹었는데 스프 중에 들어 있었던 일명 향챠이(고수) 때문에 먹을 수 없었던 기억을 하면서 한국 라면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온다. 이는 옛 어른들이 하신 말씀처럼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석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