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대학교 이동훈 교수

2001년 ‘재정건전화특별법’과 함께 추진되었으나 건강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중단되었던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필요성이 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최초 마그네틱카드(MS) 형식의 전자건강보험증 논의에서부터 2009년 IC카드 방식의 전자건강보험증 논의에 이르기까지 증도용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 등의 효용성은 건강정보 유출 우려 등의 위험에 묻혀 왔다.

그러나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를 보면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은 효용성과 함께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목받게 되었다.

마침 올 8월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뢰한 전자건강보험증 연구용역결과가 발표 될 예정이고, 이번 용역결과를 토대로 내년 시범사업 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라 한다. 초고속인터넷, 스마트폰의 활용과 제조기술 등 우리나라의 IT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우리의 의료기술 또한 선진국 수준임에 우리 국민들은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되는 사태를 지켜보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태의 원인은 최고의 병원, 최고의 의료진이라는 순간적인 방심에도 있었겠지만, 잘못된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이용자의 추적관리 시스템 부재, 부실한 전염병 관리체계 등에 있다 하겠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하나로 모두 해결 될 수는 없겠으나, 제도 보완을 위한 획기적 단초는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자건강보험증은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대만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고 우리 의료현장에서도 종이건강보험증의 사용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이다. 공단에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 신분증 확인 등 의료기관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거듭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보다 먼저 도입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와 같이 환자의 혈액형, 진료정보, 만성질환 유무 등 환자의 진료이력을 문진이 아닌 'IC카드'로 사전에 알 수 있다면 질병의 치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중동호흡기증후군’같은 감염병의 추적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치료당사자인 환자와 의료진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감염병 예방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사회 일각의 건강정보 유출 등의 우려에 대한 보완대책에도 주의를 기울여야겠으나, 우리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국민이 납부하는 소중한 보험료의 누수 방지를 위한 전자건강보험증의 도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