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복지국가를 향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는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선거 때마다 쟁점이 되었고, 보육, 의료, 교육 등으로 확대되었다. 급기야 지난 대선에는 여야 모두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특히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한 경제와 보편적 복지를 포함한 맞춤형 복지를 실천함으로써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권 1년도 되지 않아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약이 선거만을 공약이었음을 확인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이 후퇴가 되어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데 27일 발표된 2014년 예산안에 박근혜 정부의 대표 복지 공약인 4대중증 질환 지원비, 반값등록금, 0-5세 무상보육 등 복지 예산이 당초 공약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 박근혜 정부의 복지 기조


◯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것은 기초연금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 내용보다 지급액과 대상폭이 줄어든 기초연금 이행방안을 발표할 수밖에 없던 데 대해 지난 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복지공약 축소가 기초연금만이 아니다.


2014년 예산안을 보면, 대선기간 동안의 대표적인 복지 공약 축소 또는 지연되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

-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하겠다는 공약-> 기초노령연급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10만 원에서 20만 원을 차등지급으로 결정

- 반값등록금 내년 실시 공약 -> 당장 반값 등록금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완성 시기가 당초 약속했던 내년에서 내후년으로 1년 늦춰져

- 0~5세 무상보육 정부분담률을 당초 20%P 인상 약속-> 10%P으로 축소

- 암ㆍ심장ㆍ뇌혈관질환ㆍ희귀난치성 질환 등 진료비가 많이 드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국가(건강보험)가 100% 보장하겠다고 공약 -> 해당 환자들에게 가장 많은 경제적 부담을 주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부문에 대한 예산이 없음. 나머지 치료분야도 단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음

2014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실시 공약 -> 예산에 전혀 반영이 안됨.


이상과 같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기초연금만이 아니라 전반적 복지 공약이 축소, 지체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사과는 기초연금으로 끝날 수 없다. 전반적인 복지 공약이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대통령은 현재는 세수 부족으로 약속을 지킬 수 없으나, 재임기간 동안 약속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세수 부족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의 세수 부족이 재임기간 동안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의 근거는 무엇인가.


◯ 국가의 빚이 무서워 복지 축소


내년 우리나라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100조를 넘었다. 상당히 높은 예산이다. 그런데 사실상 순 복지예산이 아니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는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복지예산 105조8726억원 중 55.8%(,59조790억원)는 전통적 의미의 복지와 거리가 있는 공적연금이나 주택건설 예산이다. 기초생활 보장, 기초연금 같은 순수 복지예산은 46조7936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연금 예산을 빼면 조세를 사용해서 공적부조에 나서는 순수 복지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 복지예산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자연증가분이 많아 이를 제외하면 정책 의지에 따른 증가분은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기존 복지항목을 유지하기도 부족할뿐더러 새로운 복지 공약을 이행할 증가분 예산이 적다는 평가이다. 정부는 이렇게 복지예산이 편성된 이유로 정부의 세수 부족, 재정적자를 들고 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재정적자 상태이다. 나라가 빚을 지고 있다. 이미 국가채무는 박근혜 정부 집권 7개월여 만에 국가채무는 53조 남짓 늘어나서 전체 나랏빚의 10%가 불과 7개월여 만에 늘어났다. 2014년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하는 국가채무가 2017년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적자는 바로 증세없이, 경제성장에 기반한 세원 확보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 경제의 침체 속에서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의 전망이 어두워 복지공약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현 정부의 판단이다.


3. 정책 대안


◯ 재정 건정성을 걱정한다면 복지를 줄이는 대신 증세를 해야


매일경제의 여론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 10명 중 7명은 증세 없이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증세 반대는 결국 경제성장위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법인세나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에 대해서 전혀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 국제기구와 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와 대부분 경제학자가 현재 한국상황에서는 ▲증세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적정 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마디로 "적정 수준의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일보. 2013.09.29.)


◯ 공정한 복지체계가 바로 성장의 동력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등 한국정부는 오랫동안 복지의 기반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주요하게 고려하였다. 그러나 높은 성장률만으로는 소득 불균형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특히나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동안 시장만능의 양극화 성장체제와 선별적 복지 중심의 잔여주의 복지체제로 인해 경제성장은 발목을 잡혔고 분배구조도 악화되면서 민생불안이 심해졌다. 그래서 상대빈곤율 16.5%, 중산층 가구 비율 55.5%로 최악의 상태다. 지난 10년 동안 자살률은 2.3배, 강력범죄율은 87%나 늘었다. 세계 꼴찌 수준의 국민행복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국제경제 활성화만을 기대하면서 우리의 복지를 지체할 수 없다. 오히려 이제 보편적 복지를 통한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획기적 확충을 통한 성장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IMF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한국의 복지예산은 GDP의 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5%)의 절반에 불과하다. 3%대의 낮은 실업률,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 등을 감안해도, 복지 부문에 들어가는 돈이 OECD 평균과 비교해 GDP의 3.5% 가량이 부족하다.


4. 나가며


복지 예산 부족은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에서 결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는 한 복지 공약의 약속을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더욱 악화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행복시대는 증세 없는 복지, 세출을 엄격히 관리하는 ‘재정건정성’에서 벗어나야 이룰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은 정의로운 사회가 이룩될 때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부자 증세, 법인세 확대 그리고 공정한 분배, 복지 확대를 통하여 이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