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할까요?> 저자: 계지은, 펴낸곳: 공감인(IN)

“어느 순간 ‘연애는 설렘이며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연애는 결혼하기 괜찮은지 간보는 사전단계’가 돼버린 것 같다. 서로 순수하게 사랑하기보다는 결혼한 후를 가정하며 서로의 모자란 점을 미리 걱정한다.”(18쪽,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중에서)

서른 즈음에 저자가 내린 ‘연애’의 정의는 “설렘이며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결혼하기 괜찮은지 간보는 사전단계”이다. 주변인들의 연애풍토를 관찰하면서 씁쓸하지만 사랑까지도 계산적이게 돼버린 문화를 꼬집고 있다.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다양한 에피소드가 돋보이는 『우리, 친구할까요?』는 출판을 목적으로 쓰인 글이 아니다. 고인이 된 저자 계지은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2-30대를 살아온 기록이다. 그녀는 바쁜 직장생활에도 책과 영화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사진찍기를 취미로, 주변인들을 관찰한 기록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꼬박꼬박 남겼다. 책에 실린 글들은 평소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일부 엮은 것이다. 저자가 일기처럼 블로그에 써내려간 글들의 문체는 풍부하다. 그가 남긴 짤막한 비평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이른바 ‘자기계발’과 ‘힐링’이라는 대립되는 테제가 공존하는 시대다. 끝없는 자기계발에 지친 사람들은 자신을 ‘힐링’할 무엇인가를 찾고, 힐링 후에는 또다시 ‘자기계발’에 매진하며 살아 버텨낸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자기계발과 힐링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던 평범한 사람이다. 계속되는 야근에도 3일에 책 한 권을 읽어내고(건강이 악화된 저자는 급기야 ‘일주일에 한 권 읽기’라는 계획을 세운다) 사람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새로운 계획목록을 작성하는 열정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에는 ‘계획’, ‘성장’, ‘새로운 꿈’, ‘10년 후’ 등의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들과 동떨어진 ‘영웅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괴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그 대신 너무나도 자신과 닮은 사람의 삶을 살펴보면서 희망과 위로를 얻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계지은(아네스)은 1979년 10월 3일 부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감수성이 뛰어났다. 초중고 학창시절을 문학에 심취했고, 대학교에서 국문학과, 부전공으로 철학을 전공했다. 또 대학시절의 대학신문 기자(편집국장)를 시작으로, 경향신문(미디어) 기자, 엠파스, 네이트, cj헬로비젼 슈퍼스타k3 기획 등을 거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2011년 8월 16일 과로로 지병이 악화되어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가, 같은 해 9월 9일 33세의 일기로 세상을 달리했다.

『우리, 친구할까요?』는 교보문고, 서울문고, 영풍문고와 각 인터넷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