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계지은 / 출판: 공감 / 발매: 2013.08.02

『우리, 친구할까요?』의 저자 계지은은 지난 2011년 과로로 지병이 악화되어 33세의 일기로 세상을 달리했다. 한편 저자는 20대부터 자신의 삶의 기록물을 꼬박꼬박 블로그에 사진과 글로 남겨 놓았다.

책을 발행한 저자의 아버지 계경석은 “이 책이 작게라도 누군가에게, 저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 시대의 젊은 친구들에게 조그마한 위로와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출간사에 밝혔다. 고인의 아버지의 말처럼 이 책이 이 시대 젊은 세대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까? 조심스레 '그렇다'고 장담해본다. 이 책은 ‘그녀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보통 사람으로 20대를 살아 버텨내는 ‘우리네 이야기’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힘들고 지칠 때 ‘사람’을 찾기보다 책과 TV로 접할 수 있는 ‘멘토’의 말 한 마디에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그러한 세태를 두고 혹자는 말했다. “가장 단단한 것은 일상이다. 꾸준히 살아내는 삶처럼 위대한 것은 없다. 진짜 멘토는 우리 일상의 자리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언제부턴가 혜민스님, 안철수, 김미경과 같은 시대의 멘토들의 말에 취해 자신의 소중한 일상을 평가절하 하는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 친구할까요?』는 ‘가장 단단한 것은 일상’이라는 말처럼, 꾸준히 살아내는 우리네 삶을 보여준다. 저자 계지은이 7년동안 빼곡이 기록한 글들을 보노라면 “이 사람, 참 예쁘구나” 느끼게 된다. 소박한 때목욕에 대한 예찬부터 솔로타령까지, 참 열심히, 착하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노력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

저자 계지은

그녀는 자신에게 숙제를 많이 내주는 사람이다. 그는 블로그에 작은 계획들을 빼곡히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나 때문에 더운데 더 고생한 회사분들께 음료수 사기”, “그간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편지쓰기”, “매주 그리운 1인에게 연락하기”, “욕심 버리는 연습하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주목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계획들이 아니었다. 유명을 달리하기 1년 전 서른 둘의 그녀가 세운 계획 중엔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기”도 있어 코끝이 찡해진다.

그는 다소 독특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를 주장하기도 한다. 바로 “‘솔로여행’을 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평생 솔로로 사는 사람들의 경우 ‘신혼여행 휴가 5일’을 받지 못하는 점을 부당하게 느낀 그는 “축하 휴가제” 도입을 주장한다.

독신들에게 귀가 솔깃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신혼여행 휴가 5일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에서 아무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그러니까 신혼여행을 가든, 솔로여행을 가든, 동거여행을 가든… 맘대로 ‘한 번만’ 쓰게 해주는 제도”인 셈, 기발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외에도 주변인들의 연애를 보면서 든 상념을 적은 글들(연애의 시작에 대하여, 사랑 후에 오는 것)이나, 평소 다독가였던 그녀의 책 리뷰, 치열한 직장인 이야기 등 ‘일하는 평범한 30대로 치열하게 살아버틴 기록’이 가득하다.

저자 계지은은 1979년 부천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감수성이 뛰어났으며 대학에서도 국문학과를 전공해 대학신문 기자(편집국장), 경향신문 기자, 엠파스, 네이트, 슈퍼스타K3 기획 등을 거치면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2011년 과로로 지병이 악화되어 쓰러져 사경을 헤메다가 같은 해 33세의 일기로 세상을 달리했다.

『우리, 친구할까요?』는 저자가 지난 2003년(25세)부터 과로로 쓰러지기 전까지 8년 동안 쓴 글 503편 중 일부를 엮은 것으로  곧 책으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