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 등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기능과 역할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경기 부천시을)은 10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사·기소 분리 시대, 공수처 기능 전면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김기표 의원을 비롯해 김남희·김동아·김한규·박균택 의원과 학계, 공수처, 국회입법조사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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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표 의원 |
김 의원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대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에 대한 감찰과 수사·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인력과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중수청이 대규모 부패범죄 수사기관으로 출범하는데, 수사 대상이 상당 부분 겹치는 공수처까지 중수청만큼 키우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수청과 공소청, 법원이 각각 본래 기능을 수행하되 그 기관에서 수사·기소·재판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상시적으로 감찰하고 수사·통제하는 역할을 공수처가 맡는 체제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수사 대상자를 줄이고 해당 대상자에 대해서는 범죄 유형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이근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현행 공수처의 조직과 기능에 대해 “기본적으로 설계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순히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기보다 공수처에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맞춰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공수처 개편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판·검사와 수사기관 종사자의 비위를 전담하는 방향에 공감했지만,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사 대상 축소가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연세대 교수와 김영중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의 권한 축소보다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현 공수처 수사기획관도 기존 고위공직자 수사 기능을 축소하기보다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의 현재 수사 역량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기표 의원실이 공수처 사건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1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입건됐으나 처리되지 않은 미제사건은 525건이었다. 이 가운데 409건은 법정 처리기한인 90일을 넘겼으며 평균 미처리 기간은 329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소제기 요구는 4건, 구공판은 6건인 반면 타 기관 이첩 사건은 611건이었다.
김 의원은 “오늘 토론회가 기폭제가 돼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더 수렴하고 공수처 개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