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역곡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역곡습지보존 시민연대'가 역곡습지 매립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4일 부천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LH가 공사 중 발생한 흙을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역곡습지를 매립한다는 것에 대해 부천시가 철회 지시를 할 것, ▲부천시는 국내 1호 공공야생신탁공원 조성을 공식화 할 것, ▲부천시의회는 역곡습지 보존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할 것, ▲관련 기관은 역곡습지를 생태 환경 교육 공간이자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인식하고, 보존을 위한 시민 협력 거버넌스 구축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도시숲시민모임 정문기 공동대표는 "역곡습지가 LH 건설 토사로 희생될 위기다. LH는 습지를 흙으로 완전히 매립하고 그 위에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비상식적인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며 역곡습지보존시민연대는 부천시가 LH에게 매립 계획 즉각 철회를 지시하고, 공공 야생 신탁 공원 조성 절차에 착수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문기 공동대표에 따르면 역곡습지는 부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생태 전문가들과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해 습지 가치가 입증되었다. 또한 지난 11월 14일 역곡습지 보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매립이 아닌 습지 그대로 보전하면서 교육과 자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국내 1호 공공야생 신탁공원'으로 지정해 영구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한 생명다양성재단 성민규 연구원은 "맹꽁이를 치워버리고, 자연 습지를 흙으로 덮어버리고 그 위에 만든 생태공원. 이처럼 모순된 문장이 부천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개발을 추진하는 측에선 '법적 절차는 다 지켰다' , '이렇게 되기 전에 오지 그랬냐' , '이제 와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 방법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생명을 학살하고 흙을 쏟아부어 만든 생태공원은 생태의 묘지라고 말했다.

이어 성 연구원은 대체서식지 조성은 이미 과학적,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방식이며 실제로 개발에 방해되는 생명들을 치워버리는 사고방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천시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건폐율(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녹지율보다 높다. 부천의 자연은 이미 후퇴할 만큼 후퇴했다. 청소년들이 멸종위기종, 기후위기, 생태 위기를 배우는데 그 아이들의 눈 앞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된 자리 위에 조경을 하고 생태공원이라고 부르며 자연을 가르칠 것인가"라며 "흙을 처리할 방법은 찾아낼 수 있지만 사라진 습지는 되돌릴 수 없다. 적극적으로 책임있게 부천의 자연 생태를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에코샵홀씨 고대현 공동대표는 "전문가로 오늘 발언을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를 작성한 전문가들 다 어디로 갔나. 경기도 평균 녹지율은 70%다. 부천시는 35%가 안된다. 이 답이 없는 환경영향평가를 골자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그것이 답이라고 이야기하는, 역곡습지에 대한 이 작은 논리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깨끗한 역곡 습지에는 물이 흐른다. 원미산에서 나온 깨끗한 물이 나오는 천연 습지다. 수만 년동안 만들어졌고, 이전엔 논이었고, 도시 텃밭이었고, 이제는 흙으로 덮으면서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 현장으로 가서 봐야 한다. 부천시, 부천시의원, 시민들이 수많은 생명이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 역곡 습지를 제발 지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녹지 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천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생태적 결단이자 시대적 책무다. 부천의 소중한 자연을 개발 논리에 희생시킬 수 없다. 역곡습지 보전은 지속가능한 도시 부천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다. 이 습지가 완전히 보존될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생명의 가치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부천시는 2024년 기준 녹지율 34.69%로 경기도 내 최하위이며 평택시 (49.36%) 수원시(53.88%) 광명시(57.39%) 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녹지 면적 또한 약 1천8백만 제곱미터로 가장 적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역곡습지'는 역곡공공주택지구 부지 내 공원 부지로 지정된 곳으로 부천시 산울림청소년센터 앞에 위치해 있다.
부천 역곡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와 부천도시공사가 공동 시행하고 있다. 부천도시공사는 지난 2020년 채권 434억을 발행했다. 오는 25일은 도시국, 12월 1일은 부천도시공사 행정사무감사가 예정되어 있어 역곡습지 현안이 다뤄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