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작가 박건웅이 신작 《낙원》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2024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만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으며, 박건웅 작가는 2013년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위치한 부천을 창작의 거점으로 삼아 꾸준히 활동해 온 작가이기도 하다.

《낙원》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창작한 두 번째 순수 창작물이자, 첫 SF 장르 도전작이다. 또한 이 작품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25 웹툰특화 1인 창조기업 선택형 지원사업’에 선정된 부천의 그래픽노블 전문 출판사인 우리나비에서 출간되었다.

이미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그간 박건웅 작가는 ‘노근리 피난민 학살 사건’, ‘제주 4·3’ 등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고발적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조명해 온 왔으며 이번 작품에서 시대와 장소를 우주로 확장해 ‘기억’이라는 인간 내면의 중심 감각을 탐색하며, 사실 기반을 넘어 순수 창작 픽션 그래픽노블에 도전했다.

기억과 사랑, 우주적 질문을 품은 SF 장편 그래픽노블 《낙원》
박건웅 작가의 신작 그래픽노블 《낙원》은 100년 전 우주에서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나선 늙고 병든 부모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단순한 SF적 탐사나 모험이 아닌, 상실 이후에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사랑과 기억에 대한 집요한 탐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서사 속에서 작가는 기억과 망각의 경계, 시간의 본질, 부모라는 존재의 절박하고도 숭고한 사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선 굵고 강렬한 그림체, 깊이 있는 감정선, 시대적 아픔을 품는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낙원》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시작이자, 진정한 희망임을 되묻는다.

2014년 4월 16일,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의 기억을 우주로 확장하다
《낙원》은 또한 2014년 4월 16일, 차가운 바다에서 스러져 간 별들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흑백의 대비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화면 연출, 말없이 이어지는 장면 전개, 의미심장한 여백 등은 오직 그래픽노블만이 전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로 깊은 감정의 파장을 일으킨다.

세월호 참사라는 집단적 비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그날 이후 남겨진 이들의 절규와 기억의 무게를 우주의 여정과 겹쳐냄으로써 기억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 작품은 사회적 무력감과 개인의 상실을 껴안고, ‘기억은 애도이며, 희망의 출발점’임을 강하게 역설한다.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의 확장, 박건웅의 새로운 도전
《낙원》은 박건웅 작가가 2023년 발표한 첫 창작물 《황금동 사람들》에 이어, 스스로 구축한 세계관 속 인물과 서사를 통해 감정과 사유의 깊이를 더욱 확장한 작품이다.

특히 이번에는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SF 장르를 통해, 그래픽노블의 표현 가능성과 사회적 메시지의 접점을 새로운 차원에서 제시한다. 박건웅 작가는 앞으로도 부천을 창작의 근거지로 삼아, 장르적 실험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그래픽노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작가 박건웅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으며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을 거치며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 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그림책 《세월 1994-2014》에 그림을 그렸으며, 빨치산 이야기를 다룬 《꽃》,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다룬 《황금동 사람들》과 《노근리 이야기》, 제주 4·3항쟁을 담은 《홍이 이야기》와 《4·3 표류기》, 비전향 장기수인 허영철 선생의 삶을 다룬 《어느 혁명가의 삶》,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견뎌 낸 22일을 기록한 《짐승의 시간》,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를 담은 《그해 봄》,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제시 이야기》와 《옌안송》, 《아리랑》등을 작업했다. ‘오늘의 우리만화상’(2011년), ‘부천만화대상’ 대상(2014년), ‘대한민국 그림책상’ 장관상(2024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