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도시재생․복지 등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청년’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 일자리 창출, 청년주거개선, 청년부채경감 등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지난 9일 각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청년토론회’를 진행해 관심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년들은 주로 ▲청년 관련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청년정책’을 바라보는 사회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사회진입에 있어 공정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시간적 공간적 자유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현재 지자체 등에서 다양한 정책적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데,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청년 기본법’으로 대표되는 법률을 재정비해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 ▲청년주체 민관협력․중앙지방정부 협력․청년정책관련 도시 간 협력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패널 중에는 ‘지역과 청년을 위한 정책은 없다’라는 주제로 발제한 오윤덕 전주 청년들 연구팀장과 ‘욕구와 욕구 사이, 현실과 제도 사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엄창환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 지원단장의 의견이 시선을 끌었다.
지역과 청년을 위한 정책은 없다
오윤덕 전주 청년은 “서울과 서울이 아닌 중소도시․농어촌 등 지역에서 청년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근로 환경, 교통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르다. 욕구 수준이 높은 청년들은 대도시나 산업시설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남은 청년들은 직장, 사회, 정부 등에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얻을 수 없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라며 현실을 진단했다.
“전주에서 살면서 진로를 계획하는 2030 청년 80% 이상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원하는, 혹은 그들을 모두 고용할 수 있는 지역의 사업장은 없다. ‘일자리’가 없는 게 문제니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면 되지 않을까? 지역 청년들이 공무원 되고 싶어 한다니깐, 공공일자리 수를 늘리면 어떨까?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 산업단지에 투자를 확대하면?”
“전형적인 대도시 구직청년 대상의 취업 강제 정책 프레임이 지역에서도 ‘매우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자주 애용하는 ‘맞춤형 일자리’는 사실상 청년에 일자리를 맞추는 게 아니라 청년고용을 일방적으로 산업 규모에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청년들에게 일률적으로 기술을 가르쳐서 주거지를 강제로 이동시키지 않는 이상 그런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오윤덕 청년은 청년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지역과 청년 문제를 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차원에서 고민하고, 청년의 다양한 현실과 요구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특히 “정책 설계부터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고 보탬이 되는 삶 자리를 꾸려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다. 지역을 필두로 확산하는 청년 기본조례와 산발적으로 시행되는 청년정책 속에서 더 나은 삶과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양한 실험과 연결을 시도하는 청년 주체들도 지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서울보다 조금이라도 더 여유를 갖고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는 터전으로 ‘지역’을 선택한 내가 취업 대신 청년활동에 집중하는 이유는 내 삶의 선택지가 온전히 나에게 보장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의 지역사회가, 정부와 정책이 청년에게 좀 더 품이 넓고 안전한, 다양하고 유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구와 욕구 사이, 현실과 제도 사이
엄창환 부산 청년은 “2015년 서울시 청년 기본조례 제정 이후 타 지자체의 관련 조례 제정과 정책 도입을 앞다퉈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그동안 이 흐름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2015년 관 주도의 청년 조례 제정 실패 후, 약 2년간 청년정책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초 조례제정 기반을 다지면서 5월 조례제정, 청년정책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라고 부산의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의 청년수당, 전주의 청년무료건강검진, 제주의 갭이어 등 각 지역을 대표할 만한 청년정책이 생겨나고 있고,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청년 문제가 지역경계를 넘어 보편성을 띄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격차로 인한 청년정책 소외지역을 발견하게 된다. 청년정책에서도 지역 격차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엄창환 청년은 중앙정부에서부터의 역할 정립을 제안했다. 엄 청년은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이 일자리 분야를 넘어 보편화해야 지방정부에서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청년정책 추진체계를 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수평적 동반관계의 방식으로, 공간과 활동 거버넌스를 선결과제로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청년의 현실과 청년정책이라는 제도 사이가 벌어질 대로 벌어지면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청년들의 낙담이 ‘헬조선’의 배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에서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청년정책 역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청년세대 내 격차는 분명하다. 하지만 청년세대 가능성에는 격차가 없다.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선언적 의미 변화가 아닌 청년 현실에 맞닿는 변화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