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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선거철이 됐나 보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당, 학내, 지역 할 것 없이 ‘정해진 주제에 맞는 청년 토론회’ 구색을 갖추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전국의 청년 활동가들을 불러들여 판을 깐다. 주거·일자리·문화 등 주제를 가지고 토론 스스로 해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수많은 청년은 뭐하냐고? 입 한번 떼지 못하고, ‘그런가보다’하고 시간만 보내다가 참석에 의의를 두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인천에서 열린 구색 없는 토론 ‘인천 청년 네트워크 파티’ 가 눈길을 끌었다. -편집자 주 |
“인천에 사느라 고생이 많네요”, “청년으로 사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20여 명의 지역 청년들이 3일 인천 구월동 소재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간에 모였다. 이름하여 ‘청년 인천 네트워크 파티’를 참석하기 위해서 말이다.
패널도, 토론주제도 없다. ‘그래도 좋다’
이날 행사는 공간 입구에서 나눠주는 이름표를 달고, 관심사를 적는 종이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도 토론주제도 없이 3분씩 공평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단, 청년(사회통념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발언권이 먼저 주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가 끝난 후 발언하지 않은 참석자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이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봤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게 청년인거야”
“피곤하다. 아마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을 소개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인천에서는 날 위해 도와주는 정책이 없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있냐, ‘있다.’ 나는 청년 정치를 꿈꾸는 학생이다. ‘노력하면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따르면, 활동도 하고, 활동비도 벌어야 하는데, 그럼 취업해야하고, 만일 취업 못하면 ‘네가 대학생 때 공부 안해서 그렇다고 하고’, 나보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지금도 너무 피곤하고, 답답하다.” (청년 장태영)
“부평에서 공연장하면서 일을 시작했지만, 망했다. 원망 많이 했다. 홍대로 도피했지만, 홍대에서 돈을 벌더라도 술 먹고 놀 때는 동네에 와있더라. 지금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서 신포동에 있는 50년 된 여관을 고쳐서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느낀 건 절대 1,2년 만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루비레코드 이규영)
“올 2월에 졸업하면서, 소속을 잃었다. 사람들이 자꾸 ‘어디서 일하세요?’ 하면서 소속을 묻는데 ‘꼭 소속이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표현하고 소개하는 게 소속일까? 나는 누구지? 이런 고민이 든다.” (청년 김지나)
“강화 섬마을 대안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 때 가장 고민했던 게 졸업 이후의 삶이었다. 선배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사회현실에 흘러가는 삶이 싫더라. 그래서 고민한 게 대안적 삶이 었지만, ‘우리는 꼭 대학에 가야해?’ 하던 사람이 결국 대학을 가게 됐고, 이런 나 자신이 좀 모순적이더라. 아직도 대학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이지만... 주변에 보니까 다들 알바하고 공부하느라 바쁘더라. 등록금도 부모님이 내주셨지만, 다음부터는 나보고 내라고 하신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방금 막 들어왔다. 알바도 해야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도 하고 싶다. 자주 이야기하면서 좀 더 나은 인천과 청년의 삶을 고민하고 싶다.” (안양 거주 청년 허예린)
“20살, 청소년 인권운동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서울로 통학을 하면서 생활권을 서울로 뺏기고 있는 기분이다. 솔직히 인천에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서울로 가고 있다. 인천에서 잘되면 다 서울로 가더라. 인천에서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청년 이건우)
“비혼의 삶에 관심이 있다. 나는 그냥 한국이 싫다. 왜냐하면 침 뱉고 시민의식 없고, 독일 가보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을 살더라. 얼마 전 한 친구가 아프리카인들의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 나는 왜 차갑고 이성적인 것들을 좋아할까.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요즘이다.”(청년 이선영)
“나는 청년인력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로 만나서 하고 싶은 걸 공유하고, 같이 해보는 그런거 말이다. 정책보다 재미와 쾌락을 추구한다. 청년시절 짧지 않냐, 그런 시절 좀 재밌게 보내고 싶다.” (청년 정예지)
“일단 모였다. 뭘 할 수 있을까”
“정당 활동을 하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년이다. 인천에 그냥 문제가 많다. 토건 사업의 폐단들 월미 레일 등, 그거 다 세금인데, 시민들이 일단 이런 걸 접하기가 쉽지 않다. 매개체가 필요하다.” (청년 김대형)
“인천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인 것을 보니, 이제 인천에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인천에 사는 청년들은 인천을 떠나고, 또 다른 지역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면서 단기적으로 실업률 1위를 기록했다. 고민의 지점이 필요하다.”(청년 이창현)
“청년의 의사가 반영되는 청년정책 인천에는 있을까. 다른 지역에는 간혹 청년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통로가 있던데..” (정당 대학생위원회 이규민)
“시의회에 입성한지 일 년이 되는데, 주관심사였던 청년 문제를 꼭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가 않더라. 의회 내 청년 의원도 없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입성했으면 좋겠다. 추후 청년 정치연구회 발족을 앞두고 있다. 고민과 논의의 장에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 (청년, 인천시의회 홍정화 의원)
“청년정책 관심이 많다. 결국 미래를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기성세대를 뺏어서 가져가는 논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초의회에서 인천시에 청년정책을 요구하면 잘 안 들어준다. 내 생각에는 청년 표가 적기 때문인 거 같다. 우리 미래를 바꾸기 위해 참여하자.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 참여의 힘이 아닌가, 그렇게 믿는다.” (청년, 인천 부평구의회 김도형 의원)
“이렇게 청년들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처음인 거 같다. 아마 다들 그렇지 않을까. 같은 시대를 사는 동료라는 마음으로 힘든 이야기, 제안하는 싶은 이야기를 하면 잘 듣겠다.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걸 고민할 수 있는 내년, 혹은 다음의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청년, 인천 남구의회 정채훈 의원)
“정해지지 않은, 내가 말하는 청년관심사”
“제일 관심 있는게 문화예술이랑 집이다. 내가 과연 집을 살 수 있을까? 문화예술하면서 집을 살 순 없겠더라. 울산에서 올라와서 인천에 살면서, 한 달에 오십만 원 저금했다. 적어도 1억이 있어야 집 구하는데, 벌 수가 없다. 문화예술인들이 자기들의 문화예술을 하면서 생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인천이 됐으면 좋겠다.” (청년 정상섭)
“청년이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나름 대표다. 창업을 하다 보니 금전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 나도 확 서울로 가봐서 성공해볼까 하다가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인천에 있게 됐다. 그래도 이렇게 청년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니 좋다.” (부평로터리 마켓 신혜림 청년대표)
“알바노조에서 활동하는 청년이다. 현장에서 ‘갑과을 관계’ 뿐만 아니라 젠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김한별)
“희망, 행복, 나은 삶 이런 게 아닐까”
“노무사 일을 하고 있다. 여기 와서 보니 노동인권조례 등 내가 관심 있어야 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고 있더라. 7년 정도 일하면서 늘 의뢰하는 편에서 서서 일했다. 근로자든 사용자든, 내 상대방은 항상 나쁜사람이 된다. 생각해보면 분쟁이 일어나는 게 보면 법이 잘못돼서 그런 거 같진 한다. 주로 감정적인 분쟁이 일어나는 거 같은데, 이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 (청년 김창현)
“지역 활동가다. 남구에 살고 활동은 서구에서 한다. 아침저녁으로 보는 문구 중에 남구에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도시, 난 여기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내가 요즘 자주 듣는 소리가 ‘그런 쓸 데 없는 것 뭐하러 하냐’다. 그냥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활동가 라정민)
“현실정치 많이 다르더라. 대학생위원회를 예로 들면, 대학생이라고 하면 모든 정치계층에서 가장 순수할 줄 알았는데 자기의 이익에 대해 순수하더라. 이념 싸움이 있고, 기성세대 정치인에게 잘 보이려는 싸움이 있어 좀 실망했다. 친구들은 다 결혼하고 돈 벌고 나는 뭐하고 있나, 청년정치에 대한 뜻은 많이 잊고 살았고 놨다. 근데 와보니 좋다.”(청년 박종찬)
“청년들에게 하고픈 이야기”
“미안하다. 하지만 니들이 해라. 사실 기성세대가 해줄 일이 없다. 왜냐면 청년들의 요구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오늘 좋은 생각 많이 들었다. 오히려 미안하단 생각이 사라졌다.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분 스스로 알고 있더라. 모든 문제 하나하나가 삶에 직결된다는 , 인천에 청년조례가 없다. 이거 만드는 건 청년들의 몫.”(인천 시민의 힘, 정세일)
“인천시 창업지원과 소속이다. 추경예산에 일자리 창업 관련 요구할 계획이다. 인천에서 청년들이 일 안하겠다고 그러더라. 결국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 인천에 사람이 모자르다. 엄청 모자르다. 청년들은 많지만, 조건이 안 맞는다. 우리나라 산업구조 자체가 청년들이 바라는 구조가 아니라는” (시 공무원 윤병찬)
한편,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인천청년 모임 ‘청년 인천’은 지속적으로 청년 이야기의 장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