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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10/05  강진서 기자
[강 기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솔직한, 제주도 한 달 여행기 (11)

6월 24일 (25일째) [아라올레 지꺼진장]

 

 

금, 토요일 5~8시까지 하는 아라올레 지꺼진장은 다른 소규모의 벼룩 시장을 1 : 3으로 확대해 놓은 것 같은 장터다. 그다지 건물도 많지 않고 도로 옆, 고속도로 주차장 근처의 동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지꺼진장의 특징이 있다면 가죽제품이나 비누 등 수작업으로 한 판매되는 제품들의 종류나 다양성은 다른 벼룩 시장과 똑같지만, 음식이 다양하고, 맛있다.

 

▲ 아라올레 지꺼진장

 

그냥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머스타드 뿌린 흑돼지 소시지(1,500원)를 뜯으며 직접 기른 단호박, 쌈 채소, 고로쇠 수액, 홍차 잼 등을 구경했다. 시식이 있어 마트 시식코너에 온 것처럼 얌체같이 먹어보다가 건달다방에서 파는 복분자 케이크(6,000원)를 샀다. 건강하고 달달한 다방에서 파는 복분자 케이크는 위에 얹은 복분자가 새콤하지만 생크림은 느끼한 밥 한 끼 가격의 일반 조각 케이크였다.

 

▲ 건달빵집의 복분자 케이크

 

건강하고 달달한 느낌이 나지 않는 케이크에 실망해 멍하니 앉아있다가 물병을 늘어놓은 부스를 봤다. 가보니 제주 여성상담소에서 이전 이슈가 되다가 묻혔던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십 대 소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기에 서명을 하고 물병을 받았다. 아무래도 물병이 목적인 사람들이 많은지 서명운동을 하는 경위가 쓰여있는 종이는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분명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진대 어째서 이렇게 잔잔한 파동만을 그리고 있을까.' 내용을 읽자 반색하며 종이를 챙겨주는 모습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명함이 붙어있는 종이와 물병을 가방에 챙겨 넣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매콤한 소스를 뿌려준 로뎀토스트(2,000원)를 들었다. 매콤한 소스가 부조화를 이루는 토스트를 먹자 속이 더부룩해져 소화도 시킬 겸 8km를 걸어서 돌아갔다. 걷는다는 것에 몸이 익숙해지기 시작 한 걸까?

 

*25일째 참고. '지꺼지다'는 제주어로 '재미나다'라는 뜻이다. 금요일보다는 토요일에 좀 더 큰 장이 열린다. 지꺼진장 식당이 있는데 매주 다른 음식을 내놓는 것 같다. 물론 가격은 여타의 장과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비싸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장은 어디를 가나 여유로워서 좋다.

 

 

6월 25일(23일째) [르에스까르고 → 짱구 분식 → 왓집 & 멩글엉폴장]

 

제주시의 신도심에 속해있는 노형동 근처에는 맛집이 참 많다. 큰 대로변 주변으로 밀집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띄엄띄엄 떨어져 골목골목에 분포되어있다. 걸어서 가기 딱 좋은 거리다. 빵집이 가고 싶어 발효 빵으로 유명한 빵집, 르에스까르고를 찾아갔다. 여름휴가 하루 전에 들려서 다행이었지만, 마감할 시간이라 선반이 텅텅 비어있어 눈에 보이는 빵이라곤 호빵맨 얼굴만 한 독일 발효 빵 란트브로트(그램당 가격 다름)와 유명하다는 샌드위치(5,900원~7,800원) 정도였다.

 

▲ 르 에스까르고

 

빵을 사 들고 제주도의 모닥치기(떡볶이·순대·튀김 모둠)를 먹고 싶어서 찾은 유명한 분식집은 그날따라 휴일이었고, 근처에 있는 생긴 지 10년 됐다는 유서 깊은 제원 분식은 이미 폐점시간(5시)을 지나 있었다. (제주도의 유명하다는 맛집들은 도도해서 해가 지기도 전에 문을 닫거나, 주말에 쉰다) 구도심에서 땡볕 더위를 이겨내며 신도심까지 걸어왔던지라 억울하고 아쉬웠지만, 구도심에서 땡볕 더위를 이겨내며 신도심까지 걸어오느라 너무 지쳤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을 것도 없이 바로 버스를 탔다. 뻘짓의 시작이다. (사실 뻘짓은 짱구 분식에 들어가지 못한 시점부터 이미 시작됐다)

 

▲ 휴업한 짱구분식

 

노형동의 한라병원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한국병원의 글자 하나를 착각해 한라병원 가는 같은 버스를 탔다. 가도 가도 익숙한 장소가 나오지 않아 가만히 앉아있자 네이버 지도의 예상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엉덩이를 떼지 않는 나에게 지쳤는지 버스가 먼저 멈춰섰다. 종점, 제주대학교였다. 버스 문이 열리며 기사님이 일어섰다. 친절한 기사님은 종점인데 왜 안 내리냐고 물었다. 그때도 한라병원과 한국병원을 헷갈린 터라 내릴 곳을 지나쳤다고 말해버린 나는 친절한 기사님 덕에 그 버스를 다시 한 번 더 타게 되었다. 신도심을 뱅글뱅글 도는 버스를.

 

▲ 르에스까르고의 란트브로트와 샌드위치

 

종점에 멈춰버린 버스 안에서 기다리느라 지쳐버린 손이 종이봉투를 열어젖혔다. 란트브로트와 닭고기 샌드위치가 예쁘게 기다리고 있었다. (모양새치고 맛은 예쁘지 않았지만) 발효 빵 티를 내며 쉰내가 강하게 풍기는 란트브로트를 한입 물고 놓은 뒤, 샌드위치를 손에 들었다. 샌드위치는 전혀 달지 않았고 치즈가 치킨이랑 굉장히 잘 어울렸다. 주린 배를 샌드위치로 채운 뒤, 똑같은 풍경을 두 번씩 보며 제주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뱅글뱅글 돌다 겨우겨우 한라병원에서 내렸다.

 

▲ 멩글엉폴장

 

해는 다 저물어가는데 본 건 없는 것 같고, 멩글엉폴장(6시~9시)이 열린다고 한 것 같고, 숙소 근처고 해서 탑동 광장 쪽으로 향했다. 꽤 많은 관광객이 액세서리 쪽에 몰려있었고, 독립잡지나 칵테일, 케이크(건달빵집 또 봤다.), 가죽제품 등을 판매했다. 액세서리의 대부분은 본래 왓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왓집 바로 앞에서 열리기 때문에 주인 없는 집을 거리낌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왓집은 납작하니 연극무대에 세우는 미술 소품처럼 생겼다. 벽마다 촘촘히 들어찬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달리 식탁에는 퀴어잡지나 독립잡지, 신문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그에 마음이 동해 구경만 하려던 마음을 접고 청춘을 이야기하는 철 지난 잡지 한 권을 사 숙소로 돌아왔다.

 

▲ 왓집

 

*23일째 참고. 란트브로트는 버터에 발라먹으면 맛있다. 왓집에서는 제주 전통 음료 쉰다리를 판다. 막걸리보다 도수는 약하고 단맛이 강하게 나는 음료라고. 화장실 안에는 릴레이로 쓰는 소설이 있는데 여느 아침드라마 못지않게 막장이다. 볼일을 보면서 써서 그런지 볼일 보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멩글엉폴장은 제주어로 '만들어 팔자'라는 뜻이다.


# 의문 하나, 유명한 빵집보다 파리바게뜨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 화장실의 릴레이 소설

 


6.26 [털보 배낚시(이호테우 해안)]

 

배낚시를 갔다 왔다는 말을 듣자 낚시가 당겼는지 이모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8명이 가면 배 한 척을 통째로 빌려 만원에 갈 수 있다길래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를 맞추기 위해 2호점에 있는 스텝도 함께 가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하필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서 어쩔 수 없이 어린애들만 데리고 갔다. 즉, 애들 4명이랑 같이 일하게 된 스텝, 이모와 함께 배낚시를 한 번 더 가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와 스텝, 두명이 애들 4명을 돌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좌석을 뛰어놀며 자유롭게 돌아다녀 들썩이며 요동치는 차가 낚시 가게를 거쳐, 약국을 거치고, 게스트하우스 2호점을 거치고 거쳐 이호테우에 도착했다.

 

▲ 이호털보 마린호

 

아이들과 노느라 엉망이 된 모양새로 내린 우리는 내리자마자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잘 풀릴 줄 알았던 낚시는 처음부터 약간 삐끗했다. 가게 아주머니가 두 당 만원이 말이 되냐며 그렇게 싸게 주는 곳이 없다고 두당 2만 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모는 당연하다는 듯이 가게 주인과 실랑이를 했고 아이들은 흥미를 잃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스텝과 함께 밀짚모자를 챙겼다. 실랑이는 지렁이도 챙겨주는 배가 없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말한 아주머니 덕에 손에든 지렁이를 내미는 이모의 승리로 끝났다.

 

▲ 아가미와 입을 벌린채 발악하는 물고기들

 

처음 경험을 토대로 릴낚시를 하지 않고 줄 낚시를 하니 확 감이 오는 것이 톡톡 줄을 당기면 바로 물어버렸구만, 하며 빠르게 줄을 당겼다. 자리가 좋았는지 옆에 있는 여자아이와 함께 쉬지 않고 물고기를 낚았다. 한 번 해봤다고 감이 왔는지 내리 쥐치만 잡았다. 쥐치는 어랭이나 우럭과는 달리 낚싯줄을 당기는 맛이 쫀득쫀득해서 금방 감이 온다. (신나게 배에 오르던 아이들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찡찡거리거나, 배가 통통거리며 흔들리자 끙끙거리며 누운 지 오래였다) 1시간 반도 채 안 돼, 바구니 한가득 넘쳐날 듯이 잡으니 선장님은 미끼 끼워주기도 지쳐 돌아가고 싶었는지 너무 많이 잡았다며 고기가 다 없어지겠다고 돌려 말했다. 이모는 끄떡 않고 아직 2시간도 안 됐다고 말했지만, 함께 탄 커플은 멀미에 지쳐 나가떨어진 지 오래고, 바구니에서는 물고기가 퍼뜩이며 튀어나오니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배에서 내리는데 바구니가 흔들릴 때마다 물고기가 넘쳐흘렀다. 지나다가는 사람들이 많이 잡았다며 감탄사를 내지를 정도였다. 이모는 가서 바르면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챙겨온 칼을 들고 바닷가 구석으로 향했다. 돌에 자리잡고 쭈그려 앉아 살을 바르는 모습이 전문가가 따로 없었다. 이모가 생선을 바를 동안 옆에서 어느새 기운을 차린 아이들은 처음 보는 애들과 첨벙첨벙 뛰어놀고 있었다.

 

▲ 회뜨는 이모와 그걸 지켜보는 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 젖어버린 아이들을 이끌고 몸을 닦으러 보내느라 정신없는 이모 뒤에 신발이 없다며 찡찡대는 여자아이를 안고 물고기를 들고 신발을 챙겨 가는 내가 있었다. 차에 앉자 진이 다 빠져버렸는지 아이들은 벌거벗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이걸 집으로 데려가 뒷수습까지 시키는 부모란, 참 대단하다.

 

조용해진 차가 다시 2호점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물고기를 들고 온 이모는 지치지도 않는지 아이들을 씻기고 요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침대에 뻗어서 아무것도 못 했지만. 역시 부모란, 대단하다.

 

쥐치와 어랭이는 회 떠먹고 튀김 해먹고 우럭은 풋고추 몇 개 썰어서 지리탕을 해주셨다. 맑으니 개운하면서도 매콤하고 맛있다. 고생한 것이 싹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26일째 참고. 배는 무조건 멀미약 먹고 타자. 바다는 한 번 갔다 오면 허기를 참을 수 없다. 든든하게 챙겨 먹자. 아이들은 대단하다.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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