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청년88주간 홍보자료

요즘 세상은 우리 청년더러 ‘n포 세대’라 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연애, 결혼, 출산, 취업, 관계 맺음까지 포기한, 한마디로 암울한 세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에 규정당한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나름대로 내기 시작했고, 이를 의식이나 한 듯 총선에서는 ‘반짝 청년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도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 문제 당사자가 스스로에 대해 자가 진찰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시흥 ‘팔팔한 청년’들이 나섰다. 6일부터 8일까지 진행했던 ‘팔팔 청년 청년주간 in 시흥’에서 말이다.

시흥의 청년정책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청년주간, 그 시작은 6일 시흥 ABC 행복학습타운 100년 상상관에서 ‘노오력의 배신’ 공동 저자 강정석 작가의 ‘사회 진단’으로 문을 열었다.

청년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대안찾기

먼저 눈에 띈 모습은 일부 청년들이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시흥청년아티스트’ 소속 청년들로, 이번 청년주간을 주최했고 시흥청년조례를 주도한 단체다.

▲첫날 진행된 시흥창업사관학교 창업청년들의 참여 부스(화훼, 바리스타, 수공예) 및 버스킹 공연

시흥청년아티스트 신재윤 대표는 청년주간 취지로 “만연해 있는 청년 문제를 당사자 스스로 자가 진찰하는 컨셉이다. 청년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담긴 버스킹 공연 &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해나가는 청년취업사관학교 창업문화부스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문제 진단을 위한 부문별 토론 자리, 마지막 날 출․퇴근길 처방을 위한 ‘마음약방’ 등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청년 문제 진찰 강연을 맡은 지식순환협동조합 강정석 사무국장은 “현실에서는 아무리 ‘노오력’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한마디 ‘노오력의 배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조선만이 유일한 희망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물음을 던지며 “기존의 지배적인 것과는 다른 삶이 요구되는데, 이는 ‘우리가 사회를 만들자’는 협력적 단위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자율적 삶을 기획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그에 따라 협력적 단위(공동체)에서는 사회를 재구성하고 정책 단위에서는 이를 수용한다면 ‘대안적인 삶’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청년에게 요구된 보수담론, 그것을 뛰어넘자

▲둘째날, 각 부문별 토론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청년주간 이틀째, 청년 문제 진단을 위해 관계 맺음, 연애․결혼․출산, 취업․창업․창직, 내 집 마련 등 4가지 주제를 나눠 이야기 나눔 자리를 진행했다.

토론에서는 주로 “관계 맺음, 연애․결혼․출산, 취업․창업․창직, 내 집 마련 등 이러한 부분들을 가지고 사회가 오히려 청년을 ‘포기 세대’라고 규정하고, 급기야는 지원 정책 등에서 세대갈등까지 우려하는 현실이다. 대안으로 우리의 상황을 당사자인 청년들이 누구보다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하고, 지금의 문제를 청년, 한 세대만의 문제로 가져갈 것이 아닌 전 세대 공통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관계 맺음(패널 : 똑똑 도서관, 00은 대학, 청년 마을연구소)

▲관계 맺음 관련 부문 패널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운영하거나, 지역 활동가로 살아갈 때 행정협력, 다양한 실험 등이 중요하다. 행정을 너무 외면할 것이 아니라 협력구조를 갖춰 ‘내가 사는 동네, 작은 도시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도시재생의 흐름에 있어 하드웨어만 고치는 것이 도시재생이 아니라, 주민들의 관계 속에 지역을 기반으로 둔 로컬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연애․결혼․출산(패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고함 20)

▲연애.결혼.출산 관련 부문 패널

“연애․결혼․출산이라는 구도가 어떻게 보면 사회가 개인에게 행하는 폭력(자율성을 침해)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구도에 대해 개인 측면에서 봤을 땐 ‘선택의 자유’ 국가 차원에서는 ‘인구변화’와 연동돼 있어, 초저출산 사회/청년실업/저성장/복지재정악화 사회에서는 ‘가부장적 시선’등 다양한 시선이 공존한다. 이러한 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보수적 담론들을 넘어 ‘그러한 담론의 관점’에서 사고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취업․창업․창직(패널 : 희망제작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경기청년유니온, 모티브 하우스)

▲취업.창업.창직 관련 부문 패널

“2000년 이후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가 지속해서 감소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고용률 역시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의 청년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 2,560만 명 정도가 노동시장 밖에 있는 청년임을 고려할 때 고용 안전망, 다양한 청년층 반영, 청년 사회정책 논의 등 ‘청년 당사자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내 집 마련(패널 : 한국 도시연구소,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주거협동조합모두들, 대전셰어하우스꿈꿀통)

▲내 집 마련 관련 부문 패널

“청년들의 내 집 마련, 이 문제는 단순 시기적 문제가 아니라 지속해서 진행되는 문제다. 공공임대 주택 등 제도나 정책적 틀 안에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면도 있는데, 시흥의 사례를 보면 ▲사회적 기업 등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민간임대주택) ▲임차인 집수리 지원 ▲주거급여 등 긍정적인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 경기도 근교 청년들은 출․퇴근을 서울로 하게 되면서 삶이 분리된 채로 생활하게 된다. 청년들은 거의 세입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정책 중 세입자를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대전, 서울, 부천 등 다양한 청년주거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기보단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한다. 청년문제․청년주거빈곤이 세대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8일 청년주간 끝으로 이틀 동안 진행했던 ‘청년 문제와 대안’ 등을 적은 ‘청년 처방전’을 들고 지역 곳곳을 돌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흥청년주간 주최 단체 '시흥청년아티스트'

시흥청년아티스트 김광수 활동가는 참여 소감으로 “청년 팔팔 주간은 시흥청년들이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내 청년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가 보자는 취지로 진행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청년을 만나보니 고민과 생각들이 많았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청년세대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많은 청년의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목소리가 담긴 정책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