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서울시장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구조 대원 "절단기나 산소마스크 같은 작업도구가 필요합니다."

최 시장 "허허...필요한게 뭐냐니까"

구조대원 "정말입니다. 지금 구조대원들은 이 장바구니에 돌을 담아 나르고 있습니다."

최 시장 “.......”

구조대원 "그리고 현장 주변 긴급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해주세요. 주변, 차량 및 중장비들의 재배치를 요청합니다.“

<다음 웹툰 ‘삼풍’ 中>

20세기 들어 최악의 사고라고 일컬어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난지 19년째.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가 최악이라고 불리는 것은 부실공사, 부패 등 객관적 원인도 있지만 이후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현재 세월호 참사 또한 침몰원인부터 수습과정까지 제대로 해결되거나 규명된 것이 없다. 2013년 5월 10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삼풍’ (손영수/한상훈) 웹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와 구조작업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삼풍, 축제의 밤’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웹툰은 1화부터 10화까지는 거의 팩트에 가까운 수준으로 당시를 재현하고 있는데 연재 이 후 누리꾼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반응이다.

5화 작품노트 중 삼풍 백화점 붕괴 후 사고 현장에는 하나의 대책본부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서울시 대책본부, 소방대책본부, 서울경찰청 대책본부, 서초구 대책본부까지 4개의 대책본부가 따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 흩어진 조각 같은 대책본부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이 실무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서울시장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을것입니다.   삼풍 9화 (생존자 제보를 듣고 살아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본부장이 구조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구조대원이) “생존자가 정말로 있을지 모르는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여기서 책임이나 묻고 있겠다는 겁니까?”   삼풍 17화 기자 (삼풍백화점 회장에게) “백화점이 무너진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못 느끼십니까?” 회장 “여보쇼. 무너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손님들에게 피해도 가지만 우리 회사의 재산도 망가지는 거야.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해.” ▲ 삼풍 17화     삼풍 19화 (시사 INDEX라는 주간지의 기자가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을 바라보며) “지금은 이곳이 ‘사고 현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현장’이 될 거야.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겠지. 그 다음엔 같은 이유로 또 다시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되겠지.” ▲ 삼풍 19화

이르네스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은 “지금 현재 사고당시 자리에는 고급 아파트가 생겼습니다. 사건을 지우고 싶다는 듯이 급하게 생겼지요. 원래는 사고지역에 있어야 할 위령비는. 양재 시민의 숲 구석진 곳에 있고요.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 이며 정치인들이 어떻게 국민을 보는지 보이는 상황이군요.”라며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관점을 비판했다.

또한 소방관을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선 소방관들을 지방공무원으로 바꿔버린 것도 바로 이 사고가 일어나기 바로 전이다. 작가노트 2화에 따르면 개정된 소방법 3조가 발효되면서 소방본부장, 중앙소방학교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공무원으로 바뀌면서 지휘체계가 이분화 되어버렸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시장 혹은 도지사가 소방관들 처우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게 된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지휘하는 체계와 일상적인 근무 환경을 설정하는 체계가 달라져 소방관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7월 3일 현재까지 29화가 연재됐다. 29화에는 ‘염일방일’이라는 사자성어를 예로 든다. 이전화에서 소방본부장이 “혹시라도 ‘염일방일’할 생각말고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고 말한다. 염일방일은 중국 송나라 때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사마광’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마을에 한 아이가 큰 장독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른들은 사다리를 가져와라, 밧줄을 가져와라 라며 떠들고 있는 사이 아이는 죽기 직전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마광은 돌멩이를 던져 항아리를 깨뜨렸고 아이는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는 어른들의 이기와 책임회피로 죽을 뻔한 아이를 한 아이의 지혜로 생명을 구했다는 고사다. 이 고사를 들어 “누군가에겐 더 크고 귀한 것이 사람 목숨이 아니라 항아리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지는 요즘, 삼풍백화점 사고 뿐만 아니라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많은 사고들이 떠오르며 보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아픈 웹툰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꼭 봐야할 웹툰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사고도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 삼풍 19화

* 이미지는 작가와의 협의하에 재배치했습니다.

* ‘삼풍-축제의 밤’ 소설은 웹툰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하에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들여 제작된 책이다. 현재 ‘삼풍’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출판됐다. 개정판은 독자들의 펀딩으로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