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오정구 삼정동과 오정동 일대 레미콘 공장은 오랜 기간 지역 주민들에게 환경 문제의 상징처럼 인식돼 왔다.
레미콘 생산과 원자재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대형 차량의 소음과 진동, 도로에 쌓이는 흙먼지, 살수로 인해 다니는 차량이 더럽혀지는 등 주민들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민원도 좀처럼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부천시가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관계부서 합동 TF를 구성한 데 이어 최근 제3차 회의를 열고 환경·교통·도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관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정 클린로드’라는 도로 고정식 자동 살수 시스템을 운영하고 미세먼지 배출정보 전광판을 설치했다. 레미콘 차량 통행량을 분석해 우회 동선을 마련하고 민관 환경감시단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쯤 냉정하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 대책으로 대장신도시 입주 이후의 환경 문제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대장신도시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규모 주거지역이 기존 삼정·오정동 일대와 인접해 들어서면서 머지않아 수많은 시민이 이 지역에서 생활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환경 민원이 기존 주민들의 문제였다면, 신도시 입주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주거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비산먼지와 대형 차량 통행 문제는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도시 전체의 환경·교통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먼지를 물로 씻어내는 수준의 관리가 아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발생 원인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없애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 번째는 사업장 자체의 환경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레미콘 공장의 원자재 야적장과 주요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해 야적시설의 밀폐화와 차단시설 확대, 고성능 집진시설 설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환경시설을 갖추도록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설 개선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는 그에 상응하는 관리와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두 번째는 상시 감시체계다.
지금처럼 특정 시점의 단속이나 민원이 발생한 뒤 현장을 확인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장 주변과 주요 운송도로에 미세먼지·비산먼지 측정 장비를 확대 설치하고 측정 결과를 주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깨끗해졌다’는 행정의 설명보다 실제 측정된 데이터가 훨씬 신뢰할 만하다.
여기에 지역 주민과 전문가, 시의회, 기업, 행정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운영해 대책의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가장 어렵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레미콘 공장의 단계적 이전이다.
현재의 삼정·오정동 일대는 공장과 기존 주거지역, 그리고 새롭게 들어서는 대장신도시가 맞닿는 구조다. 이 같은 공간적 충돌을 단속과 시설 개선만으로 영원히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공장 이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체 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과 이전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도시계획 변경과 관계기관 협의 등 넘어야 할 절차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수년 뒤 같은 문제를 다시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천시는 지금부터라도 레미콘 공장 이전 가능성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 외곽이나 적정 산업지역으로의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업의 이전 비용과 행정절차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
여기서 대장신도시 개발과 기존 지역의 환경 개선을 연결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레미콘 공장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부지의 활용 방안을 대장신도시와 연계해 친환경 산업·업무·문화 공간 등으로 재편한다면 지역 환경 개선과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단속할 것인가, 이전할 것인가’의 이분법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산먼지를 줄이고 차량 통행을 관리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사업장의 환경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도시 공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이를 3단계로 나누면 명확하다.
1단계는 상시 감시와 강력한 관리, 2단계는 사업장 환경시설의 전면적인 개선, 3단계는 단계적 이전을 포함한 도시계획적 해법이다.
부천시가 최근 구성한 TF가 단순히 회의와 현황 점검에 그치지 않고 이 같은 장기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기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레미콘 공장이 지역 경제와 산업에서 필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주변 주민의 생활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존립할 수는 없다. 기업 역시 환경시설 개선과 친환경 전환, 장기적인 이전 논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행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고 기업의 자율에만 맡길 수도 없다.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행정은 명확한 기준과 로드맵을 제시하며, 기업은 그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
대장신도시 입주는 부천에 새로운 도시 성장의 기회인 동시에 기존 도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뒤 수많은 주민들이 비산먼지와 차량 통행 문제를 제기하고 그때서야 대책을 마련한다면 행정 비용과 사회적 갈등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대책을 세워도 늦었다 서둘러야 한다.
삼정·오정동 레미콘 공장 문제를 또 하나의 민원으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대장신도시와 원도심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도시환경을 만드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이제 부천시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부천시는 보여주기식 대책을 넘어 ‘레미콘 공장 환경 개선 및 단계적 이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친환경 시설 투자와 이전 논의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장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수십 년간 이어진 삼정·오정동의 환경 갈등을 끝낼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