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3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장자는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문장을 남겼다. 물 마를 학(涸), 수레바퀴 자국 철(轍), 붕어 부(鮒), 고기 어(魚)인데, 직역하면 수레바퀴 자국으로 고인 물에 갇힌 붕어를 의미한다. 수레바퀴 자국으로 난 고인 물에 갇힌 붕어 신세이니 그야말로 극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하루이틀 지나면 말라 죽을 절박한 처지에서 당장 필요한 물 한 바가지만 준다면 힘을 내서 냇가로 튀어 나갈 수 있다면서 붕어는 장자에게 간절히 요청했다. 그런데 장자는 “아, 그런 처지구나. 내가 지금 장강으로 가는 길인데 그곳에 도착해서 장강의 물줄기를 이쪽으로 오게 하겠다.”고 했다. 이 말에 붕어는 참담했을 것이다. 여기서 장자는 국민을 살펴야 하는 국가를, 붕어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비유한다고 읽어도 될 것이다.


정부는 오는 7월 21일부터 ‘민생 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전 국민 15만 원에서 계층별로 최대 55만 원 상당을 지원하고, 5천만 원 이하 빚을 진 사람들에게 탕감과 아울러 외국인도 일부 대상자라고 한다. 지난 7월 12일 보도에 의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내수 소비를 촉진해 침체된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고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야당이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유는 전 국민 대상 지원은 옳지 않고, 더군다나 13조 원의 나라 빚을 내서 주는 돈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 관련 선심성이 아니냐 그리고 5천만 원 이하 빚을 진 사람들에게 탕감, 나아가 외국인 일부도 해당한다는 것은 같은 조건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은 이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쿠폰 발행 관리 행정비용이 550억 원 소요된다 하고,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게 된 지방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2025년 6월 기준 우리나라 빚은 1200조 원이라고 한다. 올해 세입예산 즉 몇 가지 세목은 감액하면서 세출예산을 슬기롭게 운영할 자신감이 있는가. 또한 생필품 값이 올라갈 게 불 보듯 뻔하다. 지난 코로나 펜데믹 때도 지원금 사용일 날 동네 마트마다 물품들 값이 하룻밤 사이 모두 올랐다. 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여간해서는 내려가지 않는다.

돌아보면 지금 상황이 지난 코로나 펜데믹 때와는 다르다. 그때도 지나치게 지원금을 받은 계층이 많았다. 그들 스스로 그런 말을 한 것을 필자는 들은 적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밖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좀 더 정교하게 지급 대상자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인천 부평 모 초등학교에서 학교 운영 예산 부족으로 교실 에어컨 가동을 중지했다고 한다. 이에 학부모들이 항의해 교실은 재가동했지만, 교무실 등에서는 가동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의 쪽방촌, 무료급식소 운영자들에게 실상을 물어보라.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임대한 건물의 공실, 규정된 임대료 산정으로 주장 말고 획기적으로 저가 임대해 주는 긴급 처방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쿠폰 신청을 해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세금 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하지 않나, 내가 받지 않으면 그 돈은 어디로 가나, 일단 받아서 필요한 곳에 기부할까, 나라가 빚을 내서 준다는데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니 신청을 안 하겠다 등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가 들려 온다.

꼭 필요한 계층에게 지원하는 것에 토를 달 국민은 없을 것이다. 장자가 말한 붕어의 처지처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민생 회복 지원쿠폰’으로 양심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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