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전세계에 몰아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는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수많은 이들이 직접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거나 격리되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기도 하고, 경제활동의 급격한 위축으로 실직과 폐업으로 인한 고통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끝이 없다. 모든 문화 예술 공연과 체육 행사가 중지되었다. 문화예술과 체육활동은 단지 여가생활이 아니라 인간의 생산활동을 촉진하는 불가결의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이를 직접 생산하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했을 뿐 아니라 이를 감상하고 향유하는 소비자들 통한 사람들의 정서적 심리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때마침 그해 열리기로 되어 있던 여름 올림픽의 개최도시인 일본의 수도 도쿄와 일본 정부도 당혹감에 빠졌었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르는 장기간에 걸친 일본 경제의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사실상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올림픽은 논란 끝에 한해 늦은 2021년에야 열리게 되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아직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로 인해 제한된 관객의 입장 등으로 통상적인 올림픽에 비해 1/10 규모로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일본이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인류에게 커다란 공헌을 한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를 취소, 반납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1년 늦게라도 이를 개최한 것은 아무리 위축되었다고 해도 세계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강제징용 희생자 배상 재판으로 불만을 품은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등으로 인해 반일 감정이 격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불운을 조롱하고 즐기는 비정상적인 반응이 주류여서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텔레비전에 중계되는 배구의 김연경과 구본길 등 펜싱 선수들이 피땀 흘리며 활약하는 경기를 보면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격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울고 웃지 않았던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거의 모든 지구인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선사한 일본의 선택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인색해선 안된다고 본다.

서론이 장황했으나 일본은 인류에 공헌할 두 번째 기회를 지나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이다. 사실 이것은 일본이 혼자 감당해야 할 것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 모든 나라가 겪어야 할 잠재적 위험이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것이다. 유례가 드물게 일어난 쓰나미라는 것이 하필 2013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하고 그 여파가 후쿠시만 원자력발전소에 미친 것일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동서남해안 곳곳에 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배치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주로 황해 벨트에 배치된 52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중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를 황해, 즉 우리 서해 쪽에 무단 방류하고 있다고 알려진 중국 원자력발전소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등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세계 모든 나라들의 공통의 문제가 아닌가.

체르노빌이나 스리마일 같이 갑자기 일어난 일도 아니고 12년 동안 충분히 예견된 오염처리수 방류의 문제는 유사한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모든 당사국과 관련 국제기구가 한데 모여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어야 한다. 이러한 대규모 국제회의를 통해 원자력발전소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각국이 공유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이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일본이 인류의 안전에 공헌하는 중요한 기회인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졌다. 그때 모인 전문가는 비단 감염병 병리학 전문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개인과 집단으로서 사람들의 심리 동향의 차이를 이해하는 전문가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전문가, 백신과 의료인력의 효율적인 보급과 배치 등을 잘 아는 행정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관리하는 전문가 그룹이 모이고 이를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도제조(都提調), 즉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어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지휘자의 최종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효과적인 펜데믹 대응과 극복이 있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사회적 심리에 대해 무지한 일부 과학자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또는 오염처리수가 안전하기 때문에 마실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은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련하여 촛불시위가 벌어졌던 것을 겪고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하루속히 일본 정부는 관련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단을 한데 모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관련 정보 자료를 제공하고 이의 처리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는 불필요하게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로 불신을 자초하기보다 이러한 방안을 일본정부에 제안하여 원자력발전 산업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선택을 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