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고 역할 수행을 요구받는다고 생각한다.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우울한 모습과 감정들은 숨기기를 요구받는다" - 가면 퍼포먼스 전시 '소외된 우리들' 소개글 中


'소외된 우리들' 전시는 가면 전시회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9일까지 가삼로지을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우울함을 숨기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가진 우울과 페르소나를 표현한 전시다. 가면이라는 소재로 여는 전시회도 낯설지만, 표현하는 우울함도 낯설다. 애써 무시하고 모른척했던 우울한 감정이 가면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이번 전시회를 연 saja 작가는 "뉴스나 여러 매개체를 통해 전해지는 부당한 일을 겪는 사람들 소식을 보면서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며 자신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의 일'이지만 '우리의 일'이기도 한 소수자들이 놓은 상황과 우울이라는 감정을 작업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또한 saja작가는 "가면 하나를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3~4개월 정도 시간이 든다. 왜 소수자일수록 우울한 사람이 많은가하는 질문을 가지게 되면서 소수자에 대한 책도 읽고 지지하는 운동도 시작했다. 그러다 드랙(drag)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드랙문화는 자신들이 가진 억압된 페르소나를 표현하고 분출한다. 흥미로웠다. 드랙문화는 주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쪽으로 표현했고 나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것을 입체회 시켜 탄생한 것이 가면이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소외된 우리들 전시는 가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진행한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saja작가는 "가면만 전시하기 보다 사진을 찍고 퍼포먼스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노래도 틀고 연극적인 것들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가면처럼 뚜렷한 캐릭터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쓰고 어떤 포즈을 취하는지, 분위기가 어떤지에 따라 다 다른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크업 등 얼굴을 바꾸는 것에 흥미가 있었는데 가면은 아예 얼굴을 덮어씌우니까 선택을 하게 되었고 만드는 것도 재밌다.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데 어떤 가면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4평 남짓한 전시공간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세계가 보인다. 작은 공간에 들어가 다양한 가면에 둘러싸여 있다보면 그 순간 생각과 기분에 따라 가면이 다르게 보인다.

▲작품 흠집을 찾아서

7개 작품 중 '흠집을 찾아서'라는 작품은 다양한 신문기사들이 조각조각 붙어있다. saja작가는 "SNS로 기사를 접하는 청년들이 많다. 대부분 기사전체를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 훑어보게 된다. 그래서 자극적 기사만 캐치하게 되고 기사를 조각내서 본다. 자극적인 SNS형 기사에 뒤덮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극적인 사건일 때 자극적으로 이용하기 쉽다. 조각내기도 쉽고. 그래서 더 자극적인 것들만 가짜 뉴스가 나온다. 분명한 희생자가 있는 뉴스들이 많은데, 희생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비춰주기보다 자극적인 소재로만 보게되어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품 그래, 지구는 당신들만을 위한거지

또 '그래, 지구는 당신들만을 위한거지'라는 작품은 새를 표현한 듯한 가면에 플라스틱 조각, 폐기물 조각들이 붙어 있다. saja작가는 "항구에 죽어있던 새에 플라스틱 조각이 붙어있던 사진이 있었다. 물론 조작된 사진이긴 했지만 그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순간에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의도하든 안하든 계속 힘없는 존재를 죽이고 있다. 결국 우리 이야기"라고 말했다.

saja작가는 "아직까지도 전시를 하고 마쳤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지금까지 공연 위주로 관객을 만나서 그런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내가 가진 성향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전시와 퍼포먼스 그 중간 어딘가에서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 같다. 관객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더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 같이 숨을 쉬고 싶다"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