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동안(8월 12일~12월 15일) ‘나는 삼식이다’ 10회를 연재해온 돌고래(필명)님은 국제협력기구 코이카를 통해 지난 해 12월 말부터 1년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업부에 중소기업진흥 자문단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삼식이, 에티오피아에 가다’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글로 담을 계획입니다.

<이어서 계속> 이곳 에티오피아에서는 사철 자연에서 나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느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많은 열대과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열대과일이라 하면 리치, 용과, 망고, 석류, 패션 후르츠 등 무수히 많은 과일들이 생각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열대과일을 먹을 수는 있지만 여느 열사의 나라처럼 많은 열대과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곳 에티 기후는 영하로 떨어지는 아니지만 여타의 열사의 나라보다는 춥기(?) 때문이다. 늘 높아 보아야 27도에서 30도, 최저기온은 낮으면 10도에서 15도이니 다른 열사의 나라에 비하면 춥기까지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요 며칠사이에 TV를 보다 보니 바그다드나 뭄바이 같은 지역의 낮 기온이 40도를 넘어 48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 에티오피아에 오면 아마도 겨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와 같은 에티오피아의 기후에서는 많은 열대과일들을 볼 수가 없다.

그럼 에티오피아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채소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 년 내내 조금 더운 기온 이에다가 겨울이 없다 보니 이곳에서 재배하는 과일은 바나나, 파이애플, 망고, 구아바, 파파야, 포도, 토마토, 수박 등 이들 과일은 늘 상 먹을 수는 있는 것 같다. 채소와 양념류 또한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은 모양이 다르지만 당근, 시금치, 상추, 무, 배추, 생강, 양파, 오이, 감자, 풋고추, 마늘, 고구마, 감자, 옥수수, 양배추, 리크 등이 있다.

▲에티의 당근

▲에티의 토마토

그리고 이들 중에 특이한 것을 시금치의 경우, 모양은 시금치인데 무척 크며 무지하게 억세 보인다. 또 상추의 경우 재미있는 것은 우리와 같이 무게로 달아서는 파는데 우리는 잘 씻어서 뿌리를 제외하고 상추 그 자체의 무게를 재지만 이곳에서는 무게를 늘리기 위해 뿌리와 뿌리에 붙어 있는 흙도 안 털고 무게를 잰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1kg를 사도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분량은 2/3정도 밖에 안 된다.

리크는 파와 모양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우리네 파의 경우는 줄기가 동그랗게 되여 있지만 이 리크는 그냥 길쭉한 잎을 하고 있는데 맛은 파 맛을 내고 있지만 좀 쓰다. 그리고 고구마의 경우 우리는 밤고구마, 물고구마, 노란 고구마 등 많은 종류의 것이 있으나 이곳에서는 한 종류로 크기는 우리네 것의 절반 정도이다. 맛은 그런 대로 고구마 맛을 내고 있지만 속살은 우리 네 고구마와 달리 색깔이 흰색을 띠고 있다.

당근을 보면 우리네 것을 둥글고 몸통이 짧지만 이곳의 당근은 몸통이 가늘고 길다. 토마토의 경우는 우리네와 비슷한 모양인 둥근모양의 토마토는 사철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기간에만 나오는 것 같고, 일반적인 토마토의 경우는 사철 사먹을 수가 있으며, 꼭 키위와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다.

그러면 다른 과일들은 없을까? 있다.

사과, 키위, 오렌지 등도 슈퍼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이 모두는 외국에서 수입을 하는 것이라서 한국의 2배 이상의 값을 주어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사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비싼 값을 주고서 사 먹고 있다. 어린애 주먹만 한 것 한 개의 값이 2,000원 정도라면 믿어지겠는가. 비싸도 너무 비싼 것 같다. 이러한 과일은 현지의 에티오피아인들은 못 사먹는 과일 중에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과들은 미국에서 이태리에서 수입을 하는 과일이라서 비싸서 일 것이다.

▲에티의 옥수수

지금은 옥수수가 제철이라 길 가다 보면 강원도 옥수수의 두 배나 되는 큰 옥수수들을 쪄서 팔기도 하고 구어서 팔기도 하거나 그냥 생으로 팔기도 하는데 하나에 200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맛을 강원도 옥수수와 비슷하지만 좀 더 딱딱하여 일반적으로 삶는 시간보다 두 배 이상 걸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여러 과일들과 채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지만 진작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애플 망고”이다.

▲에티의 애플망고

이 애플 망고의 경우는 당도도 높고 섬유질이 많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일 년 중에 5월부터 대우기 전까지인 6월 중순까지만 1달에서 1달 반 정도 밖에는 먹지를 못하지만 이 애플망고 맛에 반한 나는 매일 애플망고를 먹고 또 먹고 있다. 애플망고의 속에 있는 씨를 우리는 애플망고의 뼈다귀라고 하는데, 너무 좋아한 나머지 섬유질 밖에는 없지만 심지어 이 씨에 붙어 있는 망고 속살까지 깨끗하게 앞 이로 갉아 먹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플망고는 한 알에 1만 원 정도를 주어야 한다고 일전에 아내와 보이스톡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곳의 애플망고는 1 Kg에 1,500원에서 2,000원 정도이라는 것이다. 큰 애플 망고의 경우 1 Kg에 두 개 정도 저울에 올라가니 1개에 대략 1,000원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이 가격이라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하다고 할 수 있고 거저나 다름이 없다. 10배 이상 저렴하니 말이다. 그러나 여타의 이곳의 과일이 1 Kg에 500원에서 750원 미만인 것에 비하면 매우 비싼 축에 속하여 일반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는 잘 먹지 못하는 과일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한철 밖에는 먹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일반 망고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기에 이 애플 망고에 비하여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서 한국에서 먹던 망고를 기억해내 일반 망고를 사서 칼로 사과 깎듯이 깎아 먹으려 했었다. 그런데 이곳 에티오피아의 망고는 섬유질이 여타 다른 나라의 망고보다 많다 보니 칼도 쉽게 들어가지 않고 해서 깎다 보면 거의 3분의 1 이상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토스토용 칼로 깎아도 보고 했지만 속살을 발라낼 수가 없어서 그냥 버린 경험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내가 잘 발라서 그리고 썰어서 가져다 준 망고만 대하였던 나로서는 어떻게 먹는지를 몰랐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곳의 애플망고는 너무나 맛이 있어서 한국에 귀국을 하여서도 이 애플망고를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고 하는 칭찬의 과일이지만, 그러나 나에는 머나 먼 당신이었다.

한번은 동료 대원 집에 가서 애플망고를 먹게 되면서 먹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도 쉬운 것을... 우선 양쪽을 저며 내고, 그 가운데 부문은 껍질을 베껴낸 후에 정리하고, 양쪽 저민 것은 우물정자로 칼집을 낸 후에 칼로 껍질의 윗부분만 도려내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쉬운 방법을 몰랐으니 망고하면 생각나는 것이 맛은 있지만 알맹이가 너무 적은 과일로만 치부할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알고 난 후에는 애플망고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또 한 가지 애플망고에 대한 상식은, 세계에서 최고의 망고는 캄보디아의 망고라는 사실이다. 캄보디아의 망고가 얼마나 맛이 있는지의 일화로 캄보디아 간 서구의 유명 인사가 이 캄보디아 애플망고를 먹고 귀국 도중에 애플망고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 먹고 싶은 마음에 타고 가던 비행기를 돌려 다시 캄보디아로 가 애플망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심을 할 것은 망고의 씨를 잘못 건들려 먹게 되면 우리의 옻나무로 인하여 옻이 오르듯이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 것을 캄보디아를 다녀온 선배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조심을 해야겠다.

열대과일하면 생각나는 것이 또 하나가 바나나 인데, 예전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을 가면 바나나를 가지고 온 친구는 그날의 히어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 속의 사진에서 기억을 더듬어 보며 바나나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 언급한 열대 과일 중에 내가 먹어본 과일은 몇 개나 될까 하며 생각하여 보니 거의 다 먹어 본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내 나라는 열대의 나라도 아니지만 전에 못 먹던 것을 먹고 있으니 참으로 잘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