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동안(8월 12일~12월 15일) ‘나는 삼식이다’ 10회를 연재해온 돌고래(필명)님은 국제협력기구 코이카를 통해 지난 해 12월 말부터 1년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산업부에 중소기업진흥 자문단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삼식이, 에티오피아에 가다’로 새롭게 연재를 시작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글로 담을 계획입니다.

12월 22일 월요일, 오늘은 코이카 중장기 자문단의 일원으로 1년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떠나는 날이다.

꾸린 짐들이 코이카에서 지원하는 위탁화물 무게 50kg를 훨씬 넘어 걱정이다. 이를 맞추기 위하여 미리 사둔 기호식품-햇반이며, 참치통조림 등-을 뺐지만 현지 필수품인 이불, 옷가지, 내의, 신발, 심지어 극세사 걸래, 이태리타월, 슬리퍼와 상비약까지 넣고 보니 이민가방 1개, 큰 트렁크 1개, 기내 반입 가방 1개, 백팩 1개, 목에 매는 가방 1개 등 총 5개로 혼자 움직이기에는 버거운 무게가 됐다. 다행히 집사님 부부가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게 되어 감사했다.

그리고 평생 처음으로 아내와 딸로부터 에티오피아에서의 평안과 무사귀환을 위한안수 기도를 머리 숙여 받았다. 이미 담임목사님을 포함한 성도들이 안수기도와 환송식을 해준 것도 뜻 깊었으며 더욱이 아내와 딸로부터 받은 이 기도는 내 마음을 울리는 기도였다. 그리고 이 기도의 내용대로 될 것을 믿는다. 기도의 결과는 이 글을 써나가면서 밝혀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 기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려 전화로도 기도를 받았는데, 바로 최목사님으로부터였다. 오늘 새벽의 40일 새벽기도에서 암송구절로 주신 말씀으로, 시편 27편 1절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이와 함께 에티오피아에 가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내가 하는 일에 하나님의 간섭과 임재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 평강과 건강과 안전함이 함께하도록 하시며,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나의 동역자가 되기를 축복하며, 잘 다녀오라는 정성스러운 기도를 받았다. 성원해준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린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은 집 앞에서 전송하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왜? 공항까지 가는 것은 번거로울뿐더러 공항에서 헤어지는 것이 이별의 슬픔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중국의 주재원으로 나갈 때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장기 출장이든 여행이든 모든 공항 출영은 없다.

다음의 문제는 위탁 항공수화물의 무게인데 1kg 초과 마다 7만원이란다. 그럼 예상 초과 무게가 4.8kg이니 대략 30여만 원의 돈을 더 내야지만 수화물로 부칠 수 있고, 내가 기내 들고 들어 갈 수 있는 가방의 수가 1개 7 kg인데 지금 내가 기내에 갖고 들어가는 가방의 수가 3개이니 이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 총 무게가 25kg정도이니 더욱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출발 때 최 목사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이 기억이 났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느냐 하는 말씀이었다. 출영 나온 관련 여행사 직원을 만나관용여권과 E 티켓을 받아 들고 공항 카운터에 갔다. 공항에 가보면 잘 알겠지만 무작위로 카운터가 배정이 되고 까칠한 항공사 지상직원을 만나면 이건 떠나기 전부터 죽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항공사 절차를 준수하고자 고집하는 경우 머리가 쥐가 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카운터 중에 한 곳에서 나를 부른다. 첫 인상부터 살펴 보아야 한다. 아~~ 그래도 순하게 생긴 여직원이다. 일단은 안심이다. 짐을 계량기에 올려 놓으란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숫자. 54.7kg이다. 오 마이 갓! 어찌할까하는 순간에 동행한 여행사 직원이 공손히 정중하게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1년간 파견을 나는 분이니 50kg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문의를 하자 그 항공사 여직원 흔쾌히 알겠다고 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다소 노안의(!) 나를 보는 순간 집에 계시는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한다.

순조롭게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기내로 갖고 들어가야 하는 짐이 문제없이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면세점도 눈에 안 들어 오고 라운지에서 기다리면서 라운지에 있는 음식도 예전과 달리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달랑 샐러드 한 접시만 먹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게이트도 무사 통과!

그리고 공무원 규정상으로 일정 나이가 넘고 일정비행 시간이 넘어가게 되면 비즈니스 클라스를 이용이 가능하여 탄 비행기가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사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두바이를 거쳐 아디스 아바바까지 가는 A380 비행기의 비즈니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보잉의 여타 다른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보다 폭이 좁다. 누어 뒤척이면 옆의 기물과 닿곤 한다. 그래도 어디인가? 다른 젊은 단원들은 무조건 이코노믹을 타야 하는데 감사 할 뿐이다.

어찌어찌 자다가 깨다가 화장실도 갔다고 오고 주는 밥도 먹고 10시간을 걸려서 두바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들은바 두바이 공항이 크다고 하였는데, 인천공항 정도이다. 그런데 사람은 인산인해이다. 특이한 점은 인천공항에서의 화장실은 줄을 서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는데 모든 화장실이 줄을 서야 한다. 여자화장실의 줄은 남자 화장실보다 더 길다. 이를 어찌하나, 내 몸은 계속해서 급하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할 수 없다 전 공항을 뒤져 줄이 적은 곳을 찾아 20여분을 헤맨 끝에 볼일을 보니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행복하고 만족의 미소가 나오면서 그제서야 두바이 공항 내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살 것도 없고 사람이 많아 쉴 만한 의자도 많지 않다. 많은 수의 공항들을 다녀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두바이 공항은 내가 뽑은 공항 중에 고객 편의 시설이 적은 공항 중 하나로 기억을 하게 될 것 같다.

무려 5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디스 아바바 행 에미레이트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비행 시간은 4시간 그런데 보딩을 하면서 내 기내반입 수화물에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아닌가. 이는 가방 외모가 비행기로 가져 들어갈 수 없는 정도의 크기와 무게로 보았다는 뜻이다. 사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만삭의 임산부 배처럼 뽈록 나온 가방을 보고서 그렇게 하지 않을 항공사 직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리, 만약에 이 가방을 잃어버리면 그 안에 있는 내 상비약과 상시 복용약이 없어지게 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됨을.

나는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그 핸드캐리어 가방에 있는 상비약을 모두 비닐 가방에 옮겨 담아 기내로 갖고 들어감으로써 분실에 대비하고, 가방의 부피를 줄였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나 보다 더 큰 것도 그냥 갖고 들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곳에서도 지상근무 승무원마다 눈높이가 다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심 결심했다. 가방이 부피가 줄어들었으니 그냥 갖고 타기로 했다 그리고는 이 또한 무사 통과. 참으로 이상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내의 기도대로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시각으로 오후 1시 25분에 비행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사 아바바에 내렸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장장 19시간 만에 도착. 그리고 입국수속. 간단하다. 왜냐하면 공용여권이라서 비자 없이 30일간을 체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행기에 실렸던 짐이 4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짐은 다 나오는데 말이다. 아프리카에서는 10% 이상의 짐이 분실이 되고 내용물도 없어진다고 말한 여러 사람들이 생각이 나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다시 한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에 말씀을 붙잡고 기다렸다.

그런데 나와 같이 옆에서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홍콩의 아줌마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이다. 하는 이야기가 자기는 비즈니스 승객인데 자기의 짐이 맨 처음으로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며 혹시 분실이 된 것이 아닌가 하면서 안절부절이다. 그리고도 한참 후에 그 아줌마 짐이 나온다. 예상과 달리 비즈니스 승객의 짐이 맨 마지막에 나온 것이었다. 아~ 아프리카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문이다.

그렇다면 내 짐도 무사하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짐이 수화물 벨트 맨 끝에서 나오는 것이 보인다. 잃어버렸던 자식을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참으로 반가웠다. 그 다음은 세관 통관, 저개발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모든 짐들을 풀어서 검사한다. 내 짐 속에는 신고할 물건이나 값이 나가는 물건은 없지만, 일단 포개고 포개서 적은 짐을 꺼냈다가 다시 넣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는 일이 될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 선배 자문단의 말이 생각이 났다. 코이카는 일반 여권이 아닌 공용여권이기 때문에 외교관에 준하는 대우를 하기에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들은 바 있어 세관직원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공용여권을 갖고 있고, 에티오피아를 위하여 공적 업무를 하려 왔다. 짐 검사가 꼭 필요한가 하고 말이다. 그러자 물어 보길 어디서 근무를 하는가 하길래 산업부라고 하니 그냥 나가란다. 마치 아내의 기도처럼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아디스 아바바 볼레 공항에서 도착하여 2시간 만에 공항을 빠져 나와 아디스 아바바에 입성. 처음 느낀 점은 날씨가 조금덥고 공기가 조금 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중 나온 코이카 관리요원과 인사 후에 제일 처음 한 것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무사히 도착하였다는 전화를 했다. 제일 궁금해 수하물의 무사 도착 여부와 건강하게 도착하였다고 말했다. 코이카 사무실에 도착하여 소장님과 인사 후 바로 카톡을 시작을 하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에서도 카톡이 된다는 것에 신기해한다. 보이스 톡으로 아내와 친구하고도 통화를 하고 코이카 임시 숙소에 짐을 가져다 놓고 코이카 과장 분들과 저녁을 먹고 나니 드디어 아프리카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내 생애처음으로 혼자 아프리카 적도 근방의 고도 2400m의 고원 지대에서 첫 밤을 코이카 유숙소에서 자게 되었다. 방도 괜찮고 이불도 깨끗하고 그러나 좀 한기를 느끼게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가져온 슬리핑 백을 꺼내 이불과 함께 덮고 잔다.<다음에 계속>

< 에티오피아에서 돌고래 : kingphil777@naver.com >

※코이카: 코이카(KOICA)는 한국국제협력단 (KOREA INTERNATIONAL COOPARATION AGENCY)의 약자로서 정식명칭은 월드프렌즈 코이카 봉사단 이며,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단체이다. 이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부서로서 유 무상지원을 포함 교육, 자문, 태권도보급, 기술전수, 한국문화소개, 경제개발지원, 새마을운동보급 등으로 수혜국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곳이며, 이곳 예티오피아에는 10여명의 직원과 코이카 단원 60여명이 나와 봉사와 근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