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훌륭한 책 한권이 서가에서 최근 조용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중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신간 <감정수업>은 고전을 안내하는 훌륭한 입문서이자 살면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교살시키는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선과 악이라는, 부모나 타인의 가치 평가를 그대로 수용했기에 이런 비극이 발생한다. 하지만 감정의 중요성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이런 비극을 막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감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내 삶을 행복하게 살아낼 수 없다는 진실을, 비극이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뒤흔드는 다양한 감정들에 너무나 서툴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프롤로그 중에서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이 많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당연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감정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혹자는 우리사회를 ‘전체주의 사회’로 진단했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한창 놀고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할 나이에, ‘입시’라는 명목으로 행복을 먼 미래로 유예하고 공부에 매진한다. 이때 감정의 억압은 ‘인내’라는 포장지로 꾸며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청소년 시기 우리는 감정을 죽여가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 따라서 감정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자라난 어른은, 또다시 원초적으로는 풍부했던 감정을 살리는 공부가 필요하다. 한권의 책 <감정수업>이 그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터다.

“비루함, 자긍심, 경탄, 사랑, 질투, 복수심…” 인간 감정을 관조하다

<감정수업>의 구조는 스피노자가 내린 48개의 감정에 대한 정의에 따라 구성돼 있다. 비루함부터 분노까지 각 감정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진 감정의 실체를 분석하며 해당하는 감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런 뒤에 어드바이스(Advice) 장에서는 감정을 현재로 끌어당겨 적나라한 설명을 곁들인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차의 48가지 감정 중, 현재 나를 지배하는 감정의 장을 펼쳐 읽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이야기 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이야기된 기쁨은 기쁨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침묵하면 감정에 끌려 다니게 된다. 반대로 감정을 이야기 하거나 글로 쓰면, 또 저자가 제안하듯 그 감정을 이야기한 책을 읽으면 비로소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정을 직면하고 거리를 두며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다.

“A급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 곧 그 감정을 이해한다. B급 독자들은 그 감정이 들어서야지만 겨우 읽는다. 그러니 어떤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 작품을 읽어라!”

이 책을 읽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감정을 대표하는 고전 작품을 찾아 읽는다면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쯤, 나를 지배하던 감정에서 한발짝 물러나 관조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감정수업>은 그 과정이 자신의 감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이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