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5.18 왜곡’이 심각한 화두로 떠올랐다. 누구에 의해서? 본거지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올해로 33돌을 맞이한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이 때 아닌 ‘북한군침투개입설(폭동설)’, ‘희생자 비하’ 등의 논란에 휩싸였던 한복판에는 ‘일베’가 있었다.

일찍이 18대 대선 전부터 언론들은 ‘일베’라는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선정적인 기사를 생산하기에는 제격이었던 일베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터넷 사이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베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논란의 중심이 되었나.

▲인터넷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역사왜곡·여성비하·폭력” 난무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성격은 극우성향을 기반으로 한 역사왜곡, 전라도지역 비하와 여성비하, 인격모욕, 악성댓글 등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합성하여 ‘노운지’, ‘노알라’ 등으로 희롱하고 한국여성들을 ‘보슬아치(여성을 생식기로 속되게 이르며 여성이 ‘벼슬아치’의 성향을 가진다는 합성어)’로 비난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5.18이 다가오자 일명 ‘일베충(일베 이용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들은 5.18 당시 희생자를 ‘폭도’로 비하하고 희생자 모습이 담긴 사진을 두고 “홍어 판매 중”이라고 비하하면서 여론으로부터 역사왜곡이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한편 일베의 역사왜곡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까닭은 일베의 주 사용자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왜곡된 역사인식이 불러올 젊은층의 우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4.19혁명과 5.18항쟁,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주로 학생과 젊은 노동자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볼 때, 시대변화의 주역이었던 젊은세대의 우경화는 현대사에서 이례적인 현상인 셈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최근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씨의 ‘민주화’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는 그녀가 한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왜냐면 전씨의 발언에서 “개성을 존중한다=민주화시키지 않는다”는 문맥을 볼때, 그는 ‘민주화’를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세의 그녀가 독재권력에 집중된 권력을 국민들에게 분산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민주화’를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극우성향의 사이트 일베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를 “획일화,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로 폄훼해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씨가 ‘일베충’이라는 의혹이 증폭됐던 것이다.

일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보수’, 일베에겐 무관심이 약이다

현재 일베는 사회적 문제이자 극복하고 해결해야할 과제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일베를 유해사이트 지정(다음아고라 청원운동) 내지는 일베에 대한 운영중지가처분 신청(민주당) 등 5.18왜곡에 대한 법적인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금지를 통해 일베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일베는 여론의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현상을 즐기며 오히려 폭력의 표현수위가 세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적이고 저질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일베,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일베를 ‘애국보수’라고 치켜세우는 기성세대의 처사다. 일례로 작년 새누리당 한 의원이 일베를 ‘애국보수세력’이라 치켜세운 한편, 보수논객 조갑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일베의 ‘우파 게릴라’가 큰 기여를 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망언이 따로 없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까지 일베의 회원들을 ‘애국자’라며 안보특강에 초청하기도 해 논란이 되었다. 일베의 본질은 폭력적인 극우적 공격성에 있다. 하지만 일베를 부추기는 어른들 때문에 그곳은 이미 ‘보수의 탈을 쓴 극우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일베를 자극하고 이용하는 것은 점점 더 일베를 힘센 괴물로 만들 뿐이다. 2013년, 한국사회가 일베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진정 필요한 건 ‘무관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