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문화다양성 조례 철회에 분통만 터뜨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화다양성 조례 통과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정의당 부천원미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지상규 위원장을 만났다.

▲정의당 부천원미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지상규 위원장

지난해 6월, 부천시에서 문화다양성 관련 조례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IBS뉴스는 이에 대해 ‘부천시의회 문화다양성 조례안 철회, 부기총에 무릎 치욕’이라는 기사로 비판 기사를 냈었다.

이후 1년이 지났다. 당시 ‘부천시 문화다양성 조례 통과를 바라는 시민사회일동’ 기자회견에서 “유네스코는 차별과 혐오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타이틀을 반납하라”고 분통을 터뜨린 시민 지상규씨가 얼마 전 ‘문화다양성조례 자진 상정 철회 그 후 1년’이라는 기고를 낸 적이 있다.

그는 기고에서 ‘지난 1년간 성소수자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 대중매체에서도 국회에서도, 이제 부천시 차례’라며 부천시 더불어민주당과 부천시의회에 ‘문화다양성 조례, 인권 조례, 민주시민교육 조례를 반드시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IBS뉴스는 지상규씨를 1년 만에 만났다. 1년 만에 만난 지상규씨는 현재 정의당 부천원미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이다.

Q. 분통을 터뜨리고 나서 1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분통만 터뜨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9월 해운대구청이 부산퀴어문화축제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에 항의하고 연대하기 위해 부산도 다녀왔다. 연말부터 부천에서 진행했던 부천시민의 삶을 바꿀 다섯 가지 수작질에도 참여했다. 수작질에서 분야별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을 많이 뵐 수 있어 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지만, 재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역과 당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면, 사회에서 돌봄 역할을 수행하는 양육자들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서 '정치하는 엄마들'에도 가입했다.

물론 3년 넘는 월간데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롱디연애’도 잘 이어오고 있다. 일과 사랑, 사랑과 일 둘 다 잡는 것은 성소수자이든 그렇지 않든, 모두가 힘들다. (웃음)

Q. 문화다양성에 조례가 필요한 이유

문화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집단과 조직이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김장을 예로 들면 우리 사회에서 김치를 담그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오랜 역사만큼 지역마다, 작게는 집안마다 다양한 양념 재료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김치 맛이 달라진다. 다르다고 해서 이건 김치가 아니야, 저건 김치야 이렇게 나누고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김치 맛을 연구하고 증진하고 있다.

김치 담그는 다양한 방식이 모두 김치 담그는 법인 것처럼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 이미 있는 사람인데, 사회에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수성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부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부천에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조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문제라고 부천에서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Q. 문화다양성 조례가 통과되면 하고 싶은 것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문화다양성 온라인 축제인 ‘미디어 온 다다’를 통해 이야기를 다 한 것 같다. 여기에는 부천시의원들도 참여했고, 부천 곳곳에 사는 시민들도 축제를 함께 만들었다. 각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문화다양성, 차별과 혐오, 인권을 이야기한 자리다. 결국 상호 존중하는 자리였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다양성 조례가 통과되면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고 싶다. 누군가는 문화다양성 조례 하나 통과됐다고 행진까지 하느냐고 하겠지만, 편견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례가 제정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정의당 부천원미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지상규 위원장

Q.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영업직을 전전하다가 카드빚이 생겨 신흥동주민센터 건너편 공장에 들어갔다. 물론 아웃소싱을 통해 들어간 비정규직이었다. 그 시기가 2016년 20대 총선 3주 전 이었다. 어느 날인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데 어떤 사람이 ‘어느 당을 찍을 거냐’고 물어봤다. 그 질문에 과장님이 ‘노동자는 정의당이지!’라고 대답했다. 그 말 한마디가 꽂혀 입당을 했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에서 당원 모임도 나가고 당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면서 원내 정당 중 유일하게 성소수자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앞으로 꿈은?

문화다양성 축제가 작년, 올해보다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공간에서 참여할 수 있게 커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단순히 광장에 부스를 세우는 것이 아닌,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고, 보도블록 한 장이라도 모두가 편하게 다니도록 바꿀 수 있는 포럼 수준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음, 작은 바람은 아닌 것 같다. 매우 크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웃음)

이를 위해 지방의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문화다양성조례 뿐만 아니라 인권조례가 반드시 부천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다양성 바람을 정치 영역에도 불어넣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부천시의회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들어가는 것이 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