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 임해진 소장

일본의 침략으로 다른 나라에서 조국의 독립을 꿈꾸던 우리 선조들의 아픔을 새기며 우리는 러시아정교회 포크롭스키 성당으로 향했다. 로마 가톨릭과 같은 듯 다른 모습의 성당. 성당의 외관이 돔 형식으로 우리나라의 뾰족한 모양의 성당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성당에 들어갈 때 여자들은 머리를 가리기 위해 스카프(우리나라 성당의 미사보와 다름)가 준비되어 써야 했다. 반대로 남자들은 모자를 썻다면 벗어야 한다.

러시아정교회 포크롭스키 성당

성당안에는 좌석은 없고, 벽에는 이콘(성화,聖畵)이, 내부가 굉장히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성당 안에서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기도를 하고 있어 특이한 모습이었다.

포크롭스키 성당 내부

나도 냉담중이지만 크리스천이다. 여기 또 언제 올지도 모르고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가족을 위해 초를 봉헌하고 기도를 드렸다.

가족을 위한 봉헌

개인 여행이었다면 이콘도 보고 조용히 기도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서둘러 나왔다. 사람들마다 여행하는 목적이 다르기에... 혼자하는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언젠가는 꼭 혼자서 여행을 해보리라 다짐하며 성당을 나왔다.

사실 이런 나의 마음과 달리 이곳 블라디보스톡은 우리 민족에게는 아픔을 가진 곳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 총알받이로 내몰려 박해속에 피해 정착한 곳이다.

당시 블라디보스톡 우리민족은 러시아의 강요로 러시아정교회를 다녀야 했고 세례를 받는 등 신앙생활을 하는 등, 살기 위해 뭐든 시키는데로 다 했다는 것이다.

일제의 억압을 피해 온 이 곳도 우리민족을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았다. 외모와 언어도 다른 그들의 강요는 엄청난 억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곳에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황제의 동상이 있었다. 나에게는 아나스타샤라는 마지막 황제의 딸이 더 기억에 난다. 어린 시절 잉글리드 버그만과 율브리너의 영화를 보며 아나스타샤라는 공주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는 듯...

러시아마지막황제동상-욜라가이드-이동언교수님

포크롭스키 성당을 나와서 우리는 혁명광장으로 향했다. 혁명광장 한 쪽에는 흔히 생각하는 왕당파와 혁명파의 싸움을 형상화한 동상이 있다. 우리 민족은 혁명파와 함께 했고 블라디보스톡에 혁명의 뿌리를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동상의 발 밑에 있는 독수리는 왕당파를 뜻한다고 한다. 이곳 혁명광장도 우리 민족의 기개를 보여주는 곳이다.

계속해서 비는 부슬부슬 내렸다. 러시아는 화장실이 무료가 아니다. 처음에 화장실이 유로야? 왜? 관광지인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화장실 사용료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혁명광장으로 나와 화장실도 사용할 겸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 기념품 가게는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러시아에 오면 당연히 사야 하는 것 1순위는? 바로 마트로시카! 보드카라고 말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독한 술을 먹지 못하는 관계로 보드카는 패스~그렇지만 생각보다 마트로시카가 너무 비싸서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모델의 마트로시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알고 있던 건 여자인형만 있었는데 여자뿐만 아니라 원숭이나 고양이 마트로시카는 물론 푸틴대통령의 모습까지 있었다.

푸틴마르로시카

마트로시카 구매할 때 주의할 점 하나! 끝까지 열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처음과 다른 아이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얼굴이 없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지하층에는 초콜렛이나 술, 복슬복슬한 털모자, 군복 등이 있었다.

이곳의 특징 하나 더! 보이는 사람이 다 한국사람이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질 정도. 이곳의 가장 장점으로 뽑으라면 너무나 유명한 인기 직원이 있다는 점. 들어갈 때는 없었는데 다 구경하고 나오려니 그 직원이 시크하게 앉아 있었다. 계단 한 쪽에 그 직원을 위한 전용 좌석이 있었다. 너무나 매력적이라 모든 사람을 홀릭에 빠지게 만드는 유명한 고양이다. 러시아는 사람들도 예쁘게 생겼는데 고양이도 정말 예쁘다. 기념품이 비싸서 아쉬웠지만 그 고양이 덕분에 나쁘지 않았다.

다음으로 마약등대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날씨가 안 좋아서 극동연방대학교로 갔다. 연해주에서는 1위 대학으로 우리 가이드인 욜라선생님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하셨다. 이 학교가 유명한 이유는 러시아에서 국제적인 회의가 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2012년에 APEC개최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가끔씩 날이 많이 안 좋을 경우 시내로 가는 길이 폐쇄되어 학생들이 학교에 갇혀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대통령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건물에 숙소와 호텔이 많이 있었다. 학부모라 그런지 입학 조건을 물어봤다. 공부 열심히 하면 된단다. 이런...

다음으로 독수리전망대로 향했다. 독수리 전망대는 블라디보스톡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날은 날이 너무 안 좋아서 안개 속의 블라디보스톡만 볼 수 있었다. 전망대까지 가는 언덕의 계단이 낡고 보수가 안 되어 있어서 아이들 안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단체로 이동할 경우 앞에서 앞 사람과 뒷 사람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고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사고가 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다들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독수리전망대에는 키릴과 메소디우스 형제의 동상이 있다. 이들은 동방정교를 선교할 목적으로 키릴문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금은 다른 목적으로 문자를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세종대왕과 견줄 만한 사람들이고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톡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동상을 세웠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온다고 한다.

독수리 전망대 키릴형제

그렇지만 안전담당인 내가 보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 많았다. 사진은 안전한 곳에서 찍는 게 가장 예쁘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어른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며 아르바트 거리로 갔다. 아르바트 거리는 우리의 홍대와 비슷하다. 해변공원과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과 카페,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곳곳에 SNS에 올리기 좋은 촬영 포인트들이 많이 있다.

아르바트거리

이곳을 다니다 보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에 또 한 번 놀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톡에 관한 소개가 많아진 이후 한국인들의 자유관광이 많아서 식당들도 한국어로 된 주문판을 가지고 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많이 구경을 하지 못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과 긴장으로 더 잠을 잘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느끼며 2일차를 마무리 했다.

K팝을추는아이들

2일차 일정-신한촌, 포크폽스키성당, 혁명광장, 극동연방대학, 독수리전망대, 아르바트거리

2일차 여행의 TMI :

1) 러시아 성당에서 사진 찍을 때 정말로 조심할 것! 자신을 배경으로 성당내부, 특히 이콘 찍으면 쫓겨납니다. 한국분들 제발!!! 기본 매너 지켜주세요.

2) 독수리전망대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인생사진 찍으려다 인생의 끝을 볼 수 있습니다.

3) 아르바트거리는 관광객이 많아서 호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심하세요.

4) 한국분들 로비에서 술 드시지 마세요. 정말 많이 창피합니다. 간단하게 드시는 거나 호텔 방에서 드시는 건 상관없지만 숟가락까지 동원해서 로비에서 큰소리로 술게임하는 한국분들... 술 취해서 자신들의 행동을 느끼지 못하시고 있는데 여행이 의미가 술 먹는 건 아니지요. 제발 개념 챙겨서 여행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