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벨기에 한국문화원(원장 김재환)은 25일부터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주제로 제4회 특별 국제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대성, 맨디 바커, 하셈 샤케리, 닉 한스, 장커춘 등 동시대 작가 5인을 초청하여 개최되는 이번 사진전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전지구적 환경파괴와 생태계 변화의 현장을 담고 있다.

‘인류세’는 인류에 의해 기후 및 생태계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니게 된 바로 지금 현재의 시기를 지칭하는 단어.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사전전은 인간에 의해 변화한 세계 각지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기록한, 혹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 다섯 명의 사진가들이 전하는 메시지이다.”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 전시회는 벨기에 현지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우선 온라인 전시 형태로 시작된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사진전 영상과 이미지는 다섯 명의 작가의 사진과 관련한 영상들에 음향을 더해 파노라마처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영국 사진작가 맨디 바커는 오랜 시간 과학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찍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된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바다에 존재해 온 플라스틱 파편들을 담아낸 <수프(Soup) 시리즈>,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태평양에 유입된 플라스틱과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물고기들을 담아낸 <쇼알(Shoal) 시리즈>, 그리고 특히 해안가에서 발견된 수많은 축구공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한 <페널티(Penalty) 시리즈>를 통해 환경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보낸다.

이란 출신의 사진작가 하셈 샤케리는 이란의 하문 호수의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았다. 아프가니스탄에 댐이 건설되면서 이란 남동부의 유일한 수원지인 하문 호수가 말라버렸고, 이로 인해 이 물로 농사를 짓던 수십만 명의 주민들은 난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의 사진은 ‘생명의 강’이라 불리던 이 강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을 사진 속에 담고 있다.

벨기에 작가 닉 하네스의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중동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인공적 소비와 향락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그가 ‘기쁨의 정원’시리즈라 이름 붙인 초호화 쇼핑몰과 인공섬, 초고층 빌딩과 거대한 모래사막이 공존하는 사진을 통해 인공적 삶의 지속불가능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사진작가 장커춘은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진 속에서 마구잡이로 들어선 공장들, 호수와 연못을 매립해 일군 밭, 파괴된 숲과 초원, 버려지고 황폐화된 건축구조물을 통해 경제개발 시대의 스산한 풍경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사진작가 이대성은 몽골과 동남아 등지의 현장 사진을 통해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 몽골 민족의 모습이 담겨있는 작품들은 과거의 푸른 초원과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의 초원을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진 속에서 주민들은 파괴되는 자연과 무너지는 삶의 터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벨기에 문화원은 현지의 코로나 관련 방역조치가 완화되는 대로 오프라인 관객에게도 전시실을 개방할 예정이다. 온라인 사진전은 11월 25일부터 주벨기에 한국문화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