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에 저를 지지하고 성원하셨던 분들에게 낙선 인사를 다니고 있다. 고마우신 분들이 많다. 낙선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사무실로 오시는 분들도 있고, 거리에서 만난 주민이 연락을 주시기도 한다. 지금도 선거기간 같다. 지역을 위해서 일하고 싶어서 출마했는데 당선되면 좋았겠지만 꼭 의회에 들어가야 지역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함께 참여하는 정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계속 하려고 한다.”

6.13 지방선거 부천시 바선거구 후보로 나왔던 정의당 신현자 부천소사지역위원장은 선거가 끝난 지 2주가 되어가는 지금도 거리와 골목에서 주민들을 만나 낙선 인사를 하고 있었다. 26일 신현자 위원장이 선거 때 방문했던 송내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치는 표를 구걸하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를 맺는 것

“낙선 인사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정의당을 찍었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처음으로 당신이 나온 당을 찍었는데’ , ‘투표할 생각 없었는데 후보 때문에 투표하러 갔다’라면서 저보다도 더 안타까워하신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저를 지지하셨던 분들이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게 하겠다.”

신현자 위원장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여성운동, 노동운동, 교육운동을 거치면서 누구보다도 풍부한 현장경험과 노동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 노인들과 같은 시선으로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성 장애인에게 명함을 드렸더니 그분이 ‘나한테는 아무도 명함을 안준다. 왜 나한테만 안주냐. 나도 유권자인데’ 라고 하시더라. 또 폐지 줍는 분에게 악수를 청했더니 눈물을 글썽거리시면서 ‘자기 같은 사람도 악수하냐.’고 하셔서 깜짝 놀랬다. 기존 정치인들이 진짜 사회적 약자들은 만나지 않는구나, 내가 하는 방식이 맞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다.”

“선거기간에 정의당 지지자가 아니어도 힘든 이야기를 하시면 가능한 다 들으려고 했다. 누가 보면 미련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치인의 책임이고 의회를 책임지는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정의당 시의원 한 사람이 바꾸는 부천 보여주고 싶었다.

“선거 때 만난 상가 주인이 상가 앞 주차문제를 가지고 한 시간 동안 민원을 이야기 하셨던 분이 있었다. 이번에 낙선 인사를 하러 갔는데 통장이 주차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가 주인은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3명이서 토론을 하게 되고 통장이 상가 주인이 낸 대안에 대해 흡족해하며 공무원에게 말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의회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같이 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지난 대선 이후 정의당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성평등한 부천, 어린이와 노인이 안전한 도시, 모두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선이 목표였다. 촛불 이후 정의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정말 지역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천에 사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운 부천을 만들고 싶었다.”

국회의원이건 시의원이건 모두 국민의 일꾼

신현자 위원장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으로는 처음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이번 지방선거도 정의당으로는 처음 치루는 선거였다. 주변에서 총선 후보가 왜 시의원에 나가냐는 말들이 많았다. 신현자 위원장은 한 명 한 명에게 진보정당은 기존 주류정당과 문법이 다르다고 설득했다.

“주류 정당 시의원 후보 공천권은 지역위원장에게 있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봉건적이다. 주류 정당 지역위원장은 시의원 후보들에게 영토를 하사하는 것처럼 공천권을 행사한다. 지역위원장은 그대로 총선 후보고 자신이 시의원 후보 공천을 하기 때문에 시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계급이 강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당원민주주의를 기초로 한다. 1당원이 1표를 가진다. 공천권한이 당원들에게 있다. 정의당은 국민과 당원이 중심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고 있다. 국회의원이든 시의원이든 국민들이 뽑은 일꾼이다.”

사람, 확신, 희망을 얻다.

신현자 위원장은 선거기간 내내 걸어 다녔다. 시끄러운 선거를 지양하고, 선거비용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유세차를 쓰지 않았다. 또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 당원들 100여명이 자원봉사로 선거에 참여했다.

“중앙당 지원과 당원 특별당비로 선거를 치룰 수 있었다. 트럭 유세차 대신 경차 랩핑을 했고 로고송도 만들지 않았다. 거의 음악을 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웃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떠오른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세차가 없어서 계속 걸어다니니까 다리가 진짜 아팠다.(웃음) 만나는 사람마다 눈 맞추면서 악수하고 부천시에 바라는 것, 민원 등을 가능하면 최대한 귀담아서 들으려고 했다.”

“(선거비용이 정리되고 나서) 누가 보면 그 돈으로 어떻게 선거를 치렀는지 깜짝 놀라실 텐데, 재밌고 감동적인 선거를 치렀다. 우리 지역 구석구석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고 그분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이 동네에서 함께 사는 구나’라는 생각으로 부천의 속살을 만나게 되었던 과정이었다.”

선거는 앞으로도 함께 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

신현자 위원장은 어려운 것을 하소연 할 수 있고, 그 말을 들은 정치인이 어떤 과정으로 어떤 논의가 됐고, 그래서 결과는 어떻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주민들이 바라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고 정의당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지지하고 성원해주셨던 분들은 낙선 인사를 가면 더 반가워하신다. 제가 실의에 빠지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준 한 표가 정말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대선 득표율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때 잠깐 만나는 ‘표’가 아닌 앞으로도 함께 할 사람들을 만났던 결과인 것 같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만났던 것처럼 더 많은 분들을 만나는 또 다른 시작인 것 같다.”

신현자 위원장은 2년 후 총선과 4년 후 지방선거에 대해 “소사지역위원장으로서 2년 후에 있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4년 후 지방선거도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 정의당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내고 함께 승리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