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여름 축제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부천영화제. 해마다 40억여 원이라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대중과 지역을 위한 행사로 개최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판타스틱 장르 영화제를 잊지 않고 찾는 ‘마니아’를 결코 소외시킬 수 없을 것이다. 성년기 부천영화제는 마니아에게, 마니아는 부천영화제에 어떻게 기억될까?

부천 FC 든든한 지원군 헤르메스! 영화제엔?

부천을 연고로 하던 부천 SK가 2006년 돌연 제주로 연고 이전했다. 팀을 잃고 부천에 남겨진 SK 팬들은 아예 구단(부천FC)을 만들기로 한다. 부천 FC를 K3 리그(아마추어 리그)에서 출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뛰게 만든 그 장본인들이 부천 FC 조강지처 ‘헤르메스’다.

갑작스레 “부천 FC 헤르메스”를 소개한 이유는 ‘만약에 부천영화제가 더는 공공의 재정이 투입되지 않고, 자구책을 키워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팔 걷어붙이고 나서 줄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부천 FC를 의리와 끈기, 물심양면으로 지켜내고 있는 ‘헤르메스’. 이들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축구단 열렬한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파트너는?

부천영화제에서도 ‘부천 FC의 헤르메스’ 같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제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영화제 ‘파트너’로 온갖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소개돼 있다. ‘판타십 멤버’라는 항목에는 후원회 명단이 들어있는데, 임원진은 관내 기업체 등이고, ‘영구, 프리미엄, 사랑, 환상, 모험, 상상’ 등으로 구분해 후원자를 관리하고 있다. 그밖에 영화제 개최 기간에 구입할 수 있는 ‘비판홀릭’이라는 정액제 티켓 예매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부천영화제 마니아층’을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부천 FC 홈페이지에는 ‘팬 존’이라는 항목을 따로 마련, 경기일정 등 정보 나눔과 의견공유, 서포터 가입 독려 등 다양하고 신선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영화로 기억되고 ‘사람’과 ‘추억’이 남는 영화제였으면

물론, 영화제 개최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 비율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질 좋은 영화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당장의 예산으로 숨 가쁜 개최가 아닌, 부천의 국제행사 ‘부천영화제’가 좋은 콘텐츠, 매력적인 팬덤 형성과 유지관리, 더불어 대중화 등을 선보여 ‘영화로 기억되고, 또 사람과 추억이 남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천 FC 헤르메스’처럼 혹여나 부천영화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끝까지 영화제를 지켜낼 수 있는 시민력이 생겨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