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영화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는 역시 로맨틱코미디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잘 만든 대중영화 <어바웃 타임>이 5일 개봉했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이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SF 소재를 차용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기 전 혹자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의 결합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시간여행을 차용한 까닭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라”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극적인 장치이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팀(돌놈 글리슨)을 중심으로 아버지(빌 나이), 어머니(린제이 던컨), 여동생 조안나(바네사 커비)와 외삼촌이 함께 사는 단란한 가정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자마자 팀의 가문의 남자들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주인공 팀은 이 능력을 ‘여자친구 만들기’에 쓰지만 아무리 시간능력을 사용해도 첫사랑 그녀와는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뒤 다른 사랑을 찾아 런던으로 떠난 그는 여러번 시도 끝에 꿈에 그리던 사랑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고 결혼까지 하며 알콩달콩하게 살아간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여기부터 시작된다. ‘나쁜남자’와 사랑에 빠져 망가져가는 동생의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동생과 시간여행을 시도하지만 자신의 인생까지 뒤죽박죽되면서 깨닫는다. 인생은 함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며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결국 자신의 힘으로 여동생의 엇갈린 삶을 바꿔주는 대신, 여동생을 위한 헌신과 애정으로 그녀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암에 걸리면서 시간여행으로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직면한다. 폐암에 걸리지 않은 시절(담배를 시작하기 전)로 돌아가라는 아들의 권유에 “네 엄마가 담배 피우는 내 모습에 반했어”라며, 암을 없애려면 수십년을 함께한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웃으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런 아버지는 팀에게 시간여행의 비밀을 알려준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팀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무엇보다 감동적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만나면 서재에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탁구를 치기도 하며 우스갯소리를 나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체로 부모자식간 관계가 딱딱한 우리들에게 시간여행이라는 설정보다 낯설게 다가오는 건 아버지와 아들의 친밀한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2013년이 지나가는 연말, <어바웃 타임>은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라는 깨달음이 담긴 선물이 될 것이다.